<인터뷰> 대기업 박차고 나온 '평생교육 컨설턴트' 신영준 박사
![삼성을 퇴직한 뒤 '인생공부' 프로젝트를 통해 평생교육 전문가로 활동 중인 신영준씨 [신영준씨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608/08/yonhap/20160808072202929mraq.jpg)
빅데이터 영단어장 '빅보카' 출간…"청년들, 나눌 수 있는 리더로 키우고파"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해외 유학을 마치고 대기업에서 '잘 나가던' 공학박사가 대한민국 청년들이 꿈을 찾는 일을 돕겠다며 사표를 던졌다. 가족과 동료의 만류를 뿌리치고 나와 처음 한 일은 생뚱맞게도 영어단어장 출간이었다.
기존 영단어집과 달리 빅데이터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은 '빅보카'(로크미디어 간행)는 5일 교보문고가 집계한 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6위에 오르며 인기를 끌고 있다.
단어장을 펴낸 신영준(35)씨는 싱가포르국립대에서 전자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삼성디스플레이 개발실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다 지난해 5월 퇴직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인생공부'를 운영하며 평생교육 컨설턴트, 청년 '모티베이터'(동기부여 전문가)로서 제2의 삶을 준비 중인 신씨를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만나 평생 공부에 대한 견해 등을 들어봤다.
▲ '빅보카'는 어떤 책인가. 겉보기에는 평범한 단어장으로 보이는데.
-- '우선순위'가 제목에 들어간 엉단어책이 인기를 끈 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 우선순위에는 근거가 없었다. 영어권에서 어떤 단어가 어떤 빈도로 쓰이는지 궁금해서 구글의 앤그램뷰어라는 툴을 통해 웹상의 영어문헌에서 특정 단어가 얼마나 자주 쓰이는지를 분석했다. 이렇게 모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빈번히 쓰이는 단어 8천 개를 뽑은 것이 '빅보카'다. 이런 아이디어를 페이스북에 가볍게 올렸는데 호응이 좋아서 처음에 소량을 자비로 출판했다. 이후 출판사가 접촉해와서 본격적으로 시장에 내놨다. 일본과 대만에도 판권 수출을 논의 중이다.
▲ 대기업을 그만두고 먼저 한 일이 왜 영단어집 출판인가. 영어 전문가도 아닌데.
-- 한국 학생들이 영어회화는 떨어져도 독해력이 좋다는 것은 오해다. 온라인으로 2만2천명을 모아 직접 영어 실력을 살펴봤는데, 토익 900점이 넘으면 독해가 80점은 나와야 하는데 55∼60점 수준이었다. 읽지를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의최신 지식정보가 영어로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시장에서 싸우는 우리 대기업에서도 많은 양의 영어문헌을 읽고 제대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독해를 잘하려면 먼저 어휘를 많이 알아야 한다. 이런 생각에서 시작한 작업이 예상보다 커졌다.
▲ '인생공부' 페이스북 페이지를 봤더니 활발한 소통이 눈에 띈다. 인생공부는 뭔가.
-- 기존에 청년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말하는 전문 멘토들의 강의를 봤는데, 내용은 좋았지만 구체적으로 와 닿지 않았다. 지금 청년들이 원하는 강사는 나처럼 기업을 다녀본 사람인 것 같다. 당장 직장에서 보고서를 어떻게 쓰고 조직 내에서 프로젝트를 어떻게 추진하고 선후배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멘토 말이다. 사람들은 확신이 있어야 공부를 한다. 영어단어만 해도 그렇다. 이 8천 개의 단어들이 제일 많이 쓰이는 단어라고 구체적으로 보여주니까 믿게 되고, 공부의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다. 인생공부는 공부를 통해 실력을 키우고 성장하기를 원하는 20∼30대 청년과 40대 직장인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프로젝트다.
▲ 삼성이라는 속칭 '잘 나가는' 직장을 그만두기 힘들었을 텐데.
-- 전공을 살려서 일했고, 좋은 직장이어서 배운 점도 많았다. 재직할 때 장점을 살려 후배와 동료들에게 학습 컨설팅을 해줬는데, 월요일에 출근하면 주말에 무슨 책을 읽고 어떤 공부를 했고 무엇을 느꼈다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팀 내 분위기로 형성됐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행복했다. 공부는 평생 해야 하는 것이고, 즐겁게 공부하다 보면 개인의 성장과 기업, 국가의 발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더 늦기 전에 이런 생각을 구체적으로 구현해보고 싶어서 박차고 나왔다. 소득이 없어서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 청년층을 중심으로 퍼진 이른바 '헬조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원래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살고 있어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것을 헬조선 프레임으로 규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한번은 대학에 강연을 갔는데 헬조선 얘기가 나오길래 '기성세대에게 우리에게 해준 게 뭐냐고 욕하고 있지만 지금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위해 여러분은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느냐고'고 반문했다. 강연 후 헬조선이라고 탓했던 것을 후회했다며 쪽지를 보내온 학생이 있었는데 나중에 4.5점(만점)을 맞은 성적표도 보여주더라.
다만,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연공서열 구조는 헬조선 담론에 기여하는 큰 문제다. '어린놈이 어디서' 이런 것은 없어야 한다. 능력 안 되는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올라서 능력 있는 젊은 친구들을 억누르는 경우도 많다. 삼성에도 '네이버 부장'이라는 말이 있다. 일은 안 하면서 출근해서 인터넷만 들여다보는 기성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이런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 그러려면 젊은 친구들이 공부를 통해 능력을 마음껏 개발해야 한다. 나는 그걸 돕는 사람이다.
▲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무기력에 빠진 청년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 해외로 나가 꿈을 펼치고 싶은 친구들을 위해 SNS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32개국 130명이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해외에 처음 나가는 청년들의 공부와 생활을 조금씩 도와주는 일이다.
지금은 '인생공부'가 지금은 SNS 페이지이지만 법인으로 출범시킬 것이다. 일종의 코칭과 소셜미디어 기획 법인이다.
지금 무기력하다면, 거창하고 큰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일상에서 작은 목표를 세워 성취하는 경험을 자주 반복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조금씩 성취감을 맛보다 보면 점점 큰 목표를 세워서 도전해보기를 바란다.
앞으로의 꿈은 청년들을 '나눌 수 있는 리더'로 키우는 것이다. 실력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되고, 그 사람이 가진 것을 여러 사람에게 다시 나눠주는 것, 그것이 좋은 사회다. 동기부여에 대한 책을 쓰고, 청년들을 대상으로 무료상담도 계속하겠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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