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배의 그림으로 보는 인류학] 이젤 앞에 앉은 화가의 초상화



렘브란트! 빛과 어둠의 화가, 네덜란드의 대가, 수많은 자화상은 대부분 걸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 외에도 초상화 화가로서 한 세대를 대표한 예술가…. 이 코너를 통해서도 자주 소개해 드린 렘브란트. 그의 말년을 대표하는 초상화에서 인생의 불운한 시기를 지낸 화가의 솔직한 모습이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여기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가 생의 후반에 그린 인상적인 자화상이 있다. 이 그림에서 렘브란트는 자기 자신을 본인이 존경한 르네상스의 대가 티치아노처럼 묘사했다. 그의 생애 전체에 걸쳐서 그린 자화상 60여개 중에서 이 그림만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1671년 직접 구입했다.”
르네상스 시절 중반까지만 해도 독립적으로 화가가 자신의 자화상을 그린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후반부 베네치아 르네상스를 주도하던 티치아노는 자신의 모습을 당당하고 존재감 있게 그린 자화상을 여러 차례 그리죠. 딱 그것이 자화상이어서가 아니라 그림 속의 티치아노는 자신의 내면과 지위를 그림으로써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렘브란트는 티치아노와 카라바지오 등 선배 화가의 영향을 분명히 받아 그 자신도 내면의 표현이 탁월한 자화상들을 그리지만, 티치아노와 렘브란트의 생애는 그 궤적이 같지 않습니다.
“렘브란트는 이젤 앞에서 왼손에 팔레트와 붓을 쥐고 오른손에는 받침대를 들고 있다. 그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낸 얼굴로 낡고 오래된 옷을 입은 차림새를 하고 있다. 평범한 모자와 깃이 없는 셔츠와 면도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얼굴, 그리고 피곤함 등이 눈에 들어온다. 전체적으로 고독한 분위기이지만, 그래도 이 그림은 위대한 영혼의 존재감 또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오른손에 들고 있다고 설명된 받침대는 서양화가들이 작은 붓으로 세밀한 부분을 그릴 때 혹시 손이 떨리거나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그림 표면과 화가의 손 사이 거리를 유지하고 받쳐주는 말스틱(mahlstick)을 말합니다.
렘브란트는 노년으로 갈수록 생애가 쓸쓸하고 고통스러워졌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물론이고, 점차 잊혀져 가는 화가로서의 위치, 그리고 첫 부인과의 사별 후 자식들까지 하나씩 아버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 세상에 홀로 남겨진 처지가 됩니다. 그 무력감과 회한을 마주하고 있는 초상화인 셈이죠.
“렘브란트에게 빛이란 구성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요소다. 아틀리에의 어둠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표정과 실루엣을 보라. 이것은 화가가 보여주고 싶은 부분을 어떻게 그리는지 읽을 수 있는 방법이다. 왼쪽 머리 위에서 대각선 방향 밑으로 떨어지는 조명은 그의 모자와 이마 부분을 밝게 비추고 점점 흐릿하고 조심스럽게 그의 손과 팔레트, 그리고 붓들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서 새삼스럽게 그가 완성한 모자는 감탄이 나온다.”
이 자화상이 예술가의 경험과 판단으로 잘 연출된 장면이라는 설명이죠. 빛은 어둠 속에서 존재감이 더 드러납니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제한된 곳만 밝게 해놓은 묘사가 화가의 생각을 드러나게 하는 것 같은 표현입니다. 그의 그림들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감동은 있는 그대로 자기를 드러냄으로써 보는 사람까지 경계심을 놓고 공감하게 만드는 솔직함에서 오는 듯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는 점점 더 귀해져 가는 덕목이기도 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미술사학자 안현배는 누구? 서양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가 예술사로 전공을 돌린 안현배씨는 파리1대학에서 예술사학 석사 과정을 밟으며, 예술품 자체보다는 그것들을 태어나게 만든 이야기와 그들을 만든 작가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 나라와 언어의 다양성과 역사의 복잡함 때문에 외면해 오던 그 이야기를 일반 대중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하고 있습니다.
<미술사학자>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9세’ 아이들 미연, 용산 50억 주상복합 매입…전액 현금
- 람보르‘길리’, 다시 해냈다! 여자 1500m 금메달···최민정 은메달
- 박나래, 7시간 40분 조사 끝 등장…“심려 끼쳐 죄송” 고개 숙여
- ‘여자 1500m 3연패 좌절’ 그래도 최민정 쓴 새 역사···은메달 추가하며 동·하계 올림픽 메달
- ‘기울어진 태극 문양’ 금메달 시상식에서 잘못 걸린 태극기, IOC·조직위 공식 사과
- 박서진 “성형 비용 1억 넘어” 고백 (전현무계획3)
- ‘부모 절연’ 심형탁, 日 처가 총출동에 울컥…♥사야 “우린 대가족” (슈돌)
- ‘운명전쟁49’ 노슬비, 가스라이팅·강제 임신 딛고 일어선 ‘MZ 무당’의 눈물겨운 사부곡
- 전지현, 선명한 복근+완벽 레깅스핏…44세 안 믿기는 근황
- 배우 노진원, ‘손녀뻘 여자친구’ 논란에 해명 “AI 맞다”[스경X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