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글 이야기>빗겨가다 · 빗겨나다 → 비켜 가다 · 비켜나다

김정희 기자 2016. 8. 26. 14: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中 대륙을 휩쓴 아편, 한반도는 어떻게 ‘빗겨갔을까’.

최근 스페인은 테러 공격 대상에서 ‘빗겨나’ 유럽에서 비교적 안전한 편이라는….

첫째 인용문은 영화 제작을 염두에 두고 쓴 소설을 소개하는 기사의 제목인데요. 풍전등화 같던 조선이 아편을 어떻게 ‘피해갔을까’라는 뜻이므로 ‘빗겨갔을까’는 ‘비켜 갔을까’로 고쳐야 합니다. ‘비키다’는 ‘무엇을 피해 있던 곳에서 한쪽으로 자리를 조금 옮기다, 무엇을 피해 방향을 조금 바꾸다’란 뜻으로 ‘비켜 가다’는 ‘비키다+가다(보조동사)’의 형태입니다.

‘빗기다’는, 비스듬히 놓거나 차거나 하다는 ‘비끼다’의 옛말로 현대 국어에선 ‘머리를 빗기다’란 의미만 남아 있지요. ‘빗겨가다×’나 ‘빗겨나다×’란 말은 ‘(머리를)빗기다’에 보조동사 ‘가다/나다’를 붙인 형태로 의미가 불분명한 표현입니다. ‘빗겨가다’는 특히 스포츠 기사에서 잘못 쓰는 사례가 많은데요. ‘슈팅이 이어졌지만 번번이 골문을 비껴갔다(빗나갔다)’처럼 ‘비스듬히 스쳐 지나다’란 뜻의 ‘비껴가다’나 ‘움직임이 똑바르지 않고 비뚜로 나가다’란 뜻의 ‘빗나가다’를 써야 합니다.

둘째 인용문의 ‘빗겨나’도 테러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는 내용이므로 ‘어떤 장소에서 벗어나다, 어떤 문제나 사건의 핵심이나 중심에서 벗어나다’란 뜻의 ‘비켜나다’로 고쳐야 합니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세계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며칠 전 우리나라에서도 대규모 테러 대응 훈련이 이뤄졌는데요. 끊이지 않는 테러 소식에 지레 겁먹고 무기력해지기 십상인 때에 유사시를 대비한 훈련은 힘없는 개인이 일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지금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대비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제대로 해내는 게 미래의 위험 상황을 잘 비켜 가는 방법 아닐까요.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munhwa.com

[ 문화닷컴 바로가기 | 소설 서유기 | 모바일 웹]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