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미달' 겨우 면한 서울대 공대 대학원

최근 서울대 공대 소속 한 연구실은 기업에서 10억원대 규모 프로젝트를 제안받았다. 하지만 내용 검토도 못 하고 거절해야 했다. 프로젝트를 수행할 사람이 없어서였다. 프로젝트 수행에 적어도 10명은 필요했지만, 투입할 수 있는 연구실 석·박사과정 학생이 3명뿐이었다. 연구실 관계자는 "대학원 석·박사과정 지원자가 적어 정원 미달이 계속되다 보니, 연구 인력 부족이 일상이 돼버렸다"며 "프로젝트를 끌어오기는커녕 오는 프로젝트도 손이 모자라 피해다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취업난 때문에 학부에서는 공학 계열 전공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공대 대학원은 석·박사 학생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쟁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서울대 공대 대학원 전기(前期)와 후기(後期) 석사·박사·석박사 통합 과정 신입생 경쟁률이 1.05대1에 불과했다. 미달을 겨우 면한 수준이다. 경쟁률이 1.27대1이었던 2013년에 비해 지원자가 20%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는 서울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 130여개 공과대학 학장 모임인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이경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연구 중심 대학이라 불리는 곳들마저도 석·박사과정 학생이 모자라 연구와 프로젝트 수행에 곤란을 겪을 지경"이라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대 대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 건국대 공대 대학원에 다니는 이모(29)씨는 "연구실 행정 업무 등에 시달리다 보면 내 논문 쓸 시간이 없어 졸업을 예정보다 1~2학기 미루는 게 기본 관행"이라고 했다.
공대 관계자들은 국방부가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폐지하면서 공대 대학원을 고사(枯死) 위기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연구요원은 이공계 석·박사 인력이 기업이나 대학에서 3년간 연구개발(R&D)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병역 의무를 대신하는 제도다.
그러나 국방부는 지난 5월 이 제도를 폐지하고 공대 대학원 학생들도 현역이나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성수 건국대 공대 학장은 "의·치학 전문대학원이 최근 들어 대부분 폐지되며 공대 대학원의 숨통이 조금 트였다 싶었는데, 이젠 전문연구요원 제도 폐지가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발표 후 곧바로 국내 공대 대학원 진학률이 떨어졌다. 올해 후기 서울대 공대 대학원 석박사 통합 과정 신입생 선발 결과, 모집 활동을 한 14개 학과 중 9곳에서 미달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전기 때 15개 학과 중 3곳이 미달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카이스트 등 다른 주요 대학 공대 역시 마찬가지로 미달 학과가 전기보다 늘어났다.
공대 학생과 교수들은 공학의 미래를 위해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존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주룡 서울대 공과대학 연석회의 의장은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주요 공학 분야를 평가한 것을 보면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의 순위가 작년에 비해 하락하는 등 공학 분야의 연구 경쟁력이 약화되는 추세"라며 "게다가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폐지되면 국방기술과학연구의 23%가 중단된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전문연구요원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2달 넘게 이렇다 할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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