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범퍼 교체, 정말 깐깐해졌네

김은정 기자 2016. 8. 23.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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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바뀐 보험규정에 혼란] 긁히거나 페인트 벗겨진 경미한 사고는 수리비만 지원 7월 이후 보험갱신한 경우부터 적용돼 가입자들 더욱 혼선 무조건 '범퍼 갈이' 강권하는 일부 직영 정비업소 말썽

최근 이모씨는 서울 시내에서 수입 자동차 벤츠와 접촉 사고를 냈다. 살짝 닿아 긁힌 자국이 거의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는데, 벤츠 주인은 "어차피 보험 처리하면 될 테니 범퍼를 통으로 갈겠다"고 했다. 이씨 역시 '그러면 되겠거니' 했는데 웬걸, 이씨 측 보험사에서 "도장 막이 긁힌 '2유형 경미 손상'에 해당하니, 범퍼 교체 대상이 안 된다"고 알려왔다. 벤츠 차주는 범퍼를 갈려면 200만원이 넘는 범퍼 교체비와 수리비 간 차액 100여만원을 자기가 물어야 돼 이씨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달 초 가족과 여름휴가를 즐기러 강원도에 갔다가 콘도 주차장 기둥에 범퍼를 부딪친 정모씨는 범퍼를 통째로 갈고도 보험 처리가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정씨는 "요즘 자동차보험이 깐깐해졌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이라고 했다. 범퍼가 살짝 긁히거나 페인트가 벗겨지는 가벼운 사고가 났을 때 범퍼를 통째로 가는 대신 수리하도록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이 개정돼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소비자와 정비업소, 보험사 사이에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규정이 생긴 줄 모르고 관행대로 범퍼 통 갈이를 요청했다가 거부당한 사례가 가장 많고, 부품 마진을 주수입으로 하는 직영 정비업소가 범퍼를 굳이 갈아야 한다고 우기는 경우 7월 1일 이후 보험을 갱신하거나 새로 가입한 사람부터 적용된다는 사실을 몰라서 생기는 혼란도 다수인 것으로 파악된다.

확 긁혀도 "범퍼 갈아내라" 안 통한다

보험개발원 산하 자동차기술연구소가 마련한 차량 손상 기준을 보면 ▲차량 범퍼의 투명 코팅막만 벗겨진 경우(제1유형), ▲투명 코팅막과 도장 막(색상)이 동시에 벗겨진 경우(제2유형) ▲도장막과 함께 범퍼 소재의 일부가 긁히거나 찍힌 경우(제3유형)까지가 '경미(輕微) 손상'에 속한다. 이때는 범퍼를 그대로 달아놓은 채 광택 작업만 하거나 떼어낸 후 페인트를 다시 칠하는 등의 작업을 거치게 된다.

범퍼 일부가 찢어지거나 푹 들어간 함몰 손상, 꺾이거나 구멍이 뚫린 경우는 '대(大)손상'에 해당한다. 이 경우는 범퍼를 떼어낸 후 플라스틱 소재 보강 작업 등을 받아야 한다. 범퍼가 크게 손상돼 기능과 안전 문제가 있는 경우라면 교체된다.

이제까지 우리나라 교통사고의 70%에서 범퍼를 갈았고, 이 중 약 70%가 안 갈아도 되는 범퍼를 간 경미 사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이렇게 경미 손상으로 판정받아 범퍼를 통째로 갈려던 것을 수리만 한다면 쏘나타(이하 2013년식·공임 포함)의 경우 교환비(34만5101원) 대비 수리비(27만7231원)가 20%, 체어맨은 교환비(62만7825원) 대비 수리비(30만5886원)가 51% 싸다. 보험업계는 범퍼 교체 대비 수리 가격이 20~50%까지 싸다고 보고 있다. 범퍼 하나 값이 200만~300만원에 달하는 수입차와 사고가 났을 때 이를 교체하지 않고 수리할 경우 보험료 할증 기준 최고 200만원을 넘지 않아 가입자의 보험료가 올라갈 일이 없어진다.

일부 자동차 회사 직영 정비소에서 부품 판매를 목적으로 범퍼 갈이를 강권하는 사례가 보고돼 금감원이 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 보험감독국 관계자는 "회사 전체의 조직적인 움직임인지, 일부 정비소의 문제인지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7월 車보험 갱신자부터 적용

소비자들이 주의할 것은 약 2000만명에 달하는 자동차보험 가입자 중 현재 이런 경미 사고 처리 기준이 적용되는 사람은 올 7월 1일 이후 보험에 새로 가입했거나 갱신한 경우라는 점이다. 올 상반기 보험에 들었거나 갱신한 정씨 같은 경우는 아직 새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아는 사람은 되던데 나는 왜 안 되느냐"는 항의의 십중팔구는 이 경우에 해당한다.

금감원은 "표준약관 개정 전에 체결된 보험 계약이라도 과잉 수리 비용은 여전히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손보험을 잡아먹는 '도수치료'와 함께 보험업계 양대 모럴 해저드로 꼽히는 '범퍼 갈이'가 당장 획기적으로 근절될지는 미지수다.

손해보험사들은 "모든 보험 가입자의 보험이 갱신되는 내년 6월 말까지 범퍼 관련 분쟁 사안이 심심찮게 들어올 텐데 소송까지 가야 해결되는 사례도 생길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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