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경의 포토카툰] 전북의 '사이다 축구'와 상하이 팬들의 훈훈한 매너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한 K리그 팀들은 중요한 순간 또 하나의 상대와 싸워야한다. 다른 이유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한쪽으로 기울어진 판정이 그것이다. 상대의 거친 파울에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가도 우리의 작은 파울에는 냉정해지는 이상한 장면을 참 많이 보았다. 그래서 억울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에도 그랬다.

9월1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상하이 상강과의 ACL 8강 2차전에서 전북은 억울한 장면을 참 많이 당했다. 하지만 K리그 챔피언 전북은 당당하고 슬기롭게 난관을 극복해 냈다. 자신들을 믿고, '사이다'처럼 시원한 축구를 팬들에게 선사했다.  


#오로지 승리에만 집중했던 전북

김신욱에 대한 위험한 파울은 경기내내 계속됐다.  

상하이 선수들은 안보이는 곳에서는 물론이고, 심판이 보는 앞에서도 서슴없이 파울을 시도했다.

심판이 딱히 조치를 취하지 않으니 상하이 상강 선수들의 파울은 점점 거칠고 대담해졌다. 상대의 비매너와 심판의 무관심. 중요한 순간마다 우리의 경기를 망쳐놓았던 그 최악의 시나리오가 또 다시 반복되는 흐름이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전북 선수들의 자세였다. 억울하고 분하지만 돌아서면 훌훌 털고 일어나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반복되는 어이없는 판정에 웃음을 터트리고 마는 김신욱  
선수들의 웃음에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상황을 설명하는 주심
상하이 상강 선수의 파울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골문으로 돌진해 자책골을 유도한 이재성
골을 넣은 이재성의 유니폼 뒷면은 진작에 찢겨진 상태였다.

상대가 거칠고, 판정이 잘못됐다고 분통을 터트려 봐야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전북이다. 작년이 그랬고, 재작년이 그랬다. 억울함은 '입'이 아닌 '발'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을 뼈아픈 경험이 말해주었다.

#답답함을 뻥 뚫어준 전북의 사이다 축구

전반을 잘 버텨낸 전북은 후반전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사이다' 같은 축구를 선보였다. 비매너와 기울어진 판정에 보란듯이 실력으로 증명한 것이다. 후반 6분 레오나르도을 첫 골과 함께 상하이 상강은 급격히 무너졌다.

그럼 전북 선수들이 선사한 특별한 한가위 선물을 감상해보자.

후반 6분, 첫 번째 골 터트린 후 팬들에게 달려가는 레오나르도 
후반 12분 드리블 돌파 후 상대의 자책골을 유도한 이재성의 깜찍한 하트 세리머니
후반 37분 페널티킥 기회를 얻고 포효하는 이종호
세 번째 골을 성공시킨 후 게임이 끝났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레오나르도
후반 37분 레오나르도의 세 번째 골이 들어간 후 등을 돌려 승리의 오오렐레를 부르는 사이 이동국의 네 번째 골이 들어갔다. 자축할 틈도 없이 쉴 새 없이 골이 터져나왔다.     
후반 38분 승리의 쐐기를 박는 이동국
이동국이 꼽은 승리의 주역 김형일
후반전 전 관중이 함께 한 파도타기 응원

후반 37분, 38분, 42분. 5분 사이에 경기는 다섯 골 차로 벌어졌고, 팬들은 승리의 오오렐레를 돌림노래처럼 반복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전주성을 찾은 2만7,351명의 관중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며 선수들과 기쁨을 함께 했다. 
팬들과 함께 하는 승리의 오오렐레는 이날 총 7차례나 울려퍼졌다. 다섯 번은 경기 중 골이 들어간 후에, 한 번은 경기 종료 후. 그리고 마지막 한 번은 기쁨에 취한 조성환이 라커로 발길을 돌리는 동료들을 불러세워 '한 번 더'를 외치면서 마지막 일곱 번째 오오렐레가 울려퍼졌다.




​#0-5 대패, 그러나 관중석 매너는 그들도 승자였다

이날 경기에서는 전북의 승리만큼 인상깊은 장면이 하나 더 있었다.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전주성 한편에서 묵묵히 자신들이 있었던 자리를 청소한 뒤 경기장을 나서는 상하이 상강 팬들이었다.

자리를 떠나는 팬들은 쓰레기가 담긴 검은 봉지를 들고 질서있게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대부분의 사람이 빠져나간 뒤 몇 몇 인원이 남아 자리를 일일이 확인하며 남은 쓰레기를 담고 있다. 
피켓을 설치하기 위해 사용한 케이블 타이부터 의자에 부착한 테이프까지 일일이 떼어내며 청소에 집중했다. 
경기장을 나서기 전 또 한 번 의자 사이를 확인하는 팬
모든 원정팬이 빠져나간 뒤 말끔하게 정리된 원정석

비록 경기는 0-5로 패했지만 그들의 관중석 매너는 100점 만점에 가까웠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는 중국 축구는 분명 조금씩 발전하고 있고, 앞으로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팬들은 선수들보다 먼저 발전하고 있는 듯하다.  


글 사진=구윤경 기자 (스포츠공감/kooyoonkyung@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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