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업&다운](58) 모뉴엘 사태로 무보 보험금 못받은 농협은행 구한 김앤장
2014년 ‘모뉴엘 사태’로 피해를 본 NH농협은행이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를 상대로 보험금 500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낸 소송에서 농협은행이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을 내세워 승소했다.

김앤장은 지난 11월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수협중앙회)가 제기한 같은 소송에서 패소한 것과는 반대 결과를 이끌어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정은영)는 지난 20일 무보에 농협은행이 모뉴엘로부터 매입한 수출채권 5184만달러 전액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무보의 보상비율을 100%로 판단했다는 농협은행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전자제품업체 모뉴엘은 2014년 해외 수입업체와 함께 허위 수출자료를 만든 뒤 무보의 보증을 받아 KEB하나은행,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KB국민은행, 수협은행 등 금융기관 10곳에서 거액을 대출받았다. 이들 은행은 모뉴엘의 수출 실적이 허위로 드러나 수출채권을 결제하지 못하자 무보에 단기수출보험금(EFF)을 청구했다.

그러나 무보는 ‘수출업체의 사기 대출은 지급 사유가 안 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하나, 농협은행 등은 소송을 냈다.
모뉴엘 박홍석(54) 대표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홍콩 등 해외지사를 통해 수출입 물량과 대금을 부풀려 3조4000억원대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 10월 징역 15년을 받았다.
◆ 김앤장, 계약서 허점 지적해 승소 농협은행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김앤장은 부장판사 출신 김상근(57·사법연수원 14기), 금융 전문 변호사인 박철희(43·27기) 변호사를 주축으로 팀을 꾸렸다. 이정민(43·37기), 김연수(33·42기) 변호사도 보조를 맞췄다.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한 김 변호사는 1985년 서울지법 동부지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해 대전지법 논산지원장,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 동부지법 부장판사를 지낸 뒤 2006년 김앤장에 합류했다. 박철희 변호사는 서울지법과 서울북부지법 판사를 거쳐 김앤장에 2005년 합류했다.
김앤장은 무보와 농협은행 간 계약의 허점에 집중했다. 김앤장은 “무보와 농협은행 간 계약의 보험약관에는 농협은행이 매입한 수출채권이 허위의 수출거래에 기초한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보험계약이 보장하는 위험에서 제외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무보와 농협은행 간 계약에서 ‘수출’의 의미가 실제 수출을 의미한다거나 실제 수출에 대해서만 보험계약이 성립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세종 파트너 변호사 두명 투입했지만 패소
무보는 법무법인 세종을 선임했다. 세종은 심재두(61·15기), 허현(38·34기) 파트너 변호사와 박재현(39·41기), 배다헌(38·변호사시험 1회) 변호사로 팀을 꾸렸다.
심재두 파트너 변호사는 세종의 모든 기업 소송을 처리하는 대표 주자다. 허현 파트너 변호사는 무역보험 사건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파트너 변호사다.

세종은 “양측이 맺은 보험계약은 실제 수출거래를 전제로 한다”며 “모뉴엘이 물품을 선적하거나 수출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보험계약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격했다. 보험의 목적은 실제 수출거래를 통해 수출채권을 발생했음에도 수입하는 업체가 대금지급을 거절하거나 지급할 수 없게 됐을 때 보장하는 것이지 허위 채권에 대해 보장해줄 수 없다는 논리였다.
세종은 또 “농협은행이 수출채권의 매입 과정에서 수출서류 심사에 관한 주의의무를 위반했으므로 무보는 책임이 없다”고 강조했다.
세종은 무역보험 약관 해설이 담긴 문헌을 근거로 은행이 주의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세종은 “이 문헌에는 수출업체의 도덕적 위험에 의한 수출신용보증 사고 중 가장 전형적인 형태가 계약서 및 선적서류를 수출한 것처럼 속여 수출채권을 은행에 매입하도록 의뢰하고, 그 매입대전은 자기자금으로 결제하는 수법으로 수출실적을 부풀려 신용을 쌓은 후 거액의 허위 수출채권을 통해 자금을 편취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고 강조했다. 모뉴엘 사건의 수법과 비슷한 것이 이미 전형적인 사례로 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무보 내부 규정을 근거로 세종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무보의 내부 규정에 이 사건의 수출거래처럼 물품이 선적되지 않았다거나 사후에 허위 수출임이 확인된 경우 보험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규정이 명확히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무역에 관한 보증이나 보험 거래에서 은행은 수출업체로부터 관련 서류를 받아 그 서류상 허위성 여부를 심사할 뿐 개별 거래에서 실제 계약체결 여부, 실제 선적 여부에 대한 실체적 심사는 하지 않아 왔다”며 “국외 거래의 특성과 금융거래의 대량성, 신속성에 비춰 보면 현실적으로 실체적 심사를 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단기수출보험에선 은행이 통제할 수 없는 사항에 대한 면책사유가 존재한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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