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쓰는 말글]대노일까 대로일까
김선경 기자 2016. 7. 28. 21:21
[경향신문]

어떤 한자말은 환경에 따라 표기가 달라진다. 한자말이 두 가지 이상의 음을 가지고 있는 것도, 두음법칙이 적용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 때문에 글로 쓸 때 자주 헷갈린다.
‘노(怒)’가 그런 한자말이다. ‘격노’ ‘분노’는 ‘노’로 적는다. 그런데 ‘크게 화를 내다’를 뜻하는 말은 ‘대노’가 아니라 ‘대로’다. ‘희로애락’도 ‘희노애락’으로 쓰면 틀린다. 똑같이 성낼 노(怒)자를 쓴다. ‘노’는 한자의 본음이고 ‘로’는 속음이다.
‘낙(諾)’도 마찬가지다. ‘허락’ ‘수락’을 보면 ‘승락’ ‘응락’으로 써야 할 것 같지만 ‘승낙’ ‘응낙’이 바른말이다. ‘낙’이 본음이고 ‘락’은 속음이다. ‘속음’은 어법에는 어긋나지만 본음보다 발음하기 편해 널리 쓰이는 습관음을 말한다. 말하기 쉽고 듣기에 좋다는 이유 때문에 속음으로 적는 것이다. 한글맞춤법은 ‘한자말에서 본음으로도 나고 속음으로도 나는 것은 각각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본음을 써야 할지 속음을 써야 할지 발음으로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무턱대고 외울 수도 없는 노릇. 해서 본음과 속음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나 싶겠지만 방법이 있다. ‘모음’으로 끝나면 속음을 쓰면 된다. ‘대로’ ‘허락’으로 적는 이유다. ‘받침’으로 끝날 땐 ‘분노’ ‘승낙’처럼 본음을 쓴다. 따라서 모음으로 끝나는 ‘희로애락’도 ‘로’로 써야 한다.
<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신문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이상헌의 밸류체인지]삼전·닉스, 언제 팔까 고민되시죠…‘피크아웃 신호’ 이익 규모보다 이
- 술 마시고 테슬라 자율주행 켠 만취운전자···음주운전일까? 아닐까?
- KCC에서 우승 한 푼 허훈, 허재·허웅에 이어 첫 3부자 MVP 탄생
- [단독]“돈 없을 것 같아서”···‘네팔 치매 노모’ 비자 변경 거절한 법무부
- 광주 여고생 흉기 살해범은 23세 장윤기···경찰 신상공개
- 연구비로 유흥업소서 1억원 결제…화학연 연구원 적발
- [르포]“웃음 되찾고 직장도 얻었어요”···집 밖에 나와 반찬 만드는 고립 중년 남성들
- [단독]‘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고소인데…검찰이 SK케미칼·애경 불기소한 이유
- AI·반도체 이익이 던진 ‘초과이윤’ 화두···“AI로 번 돈 나눠야” 해외선 ‘공공부 펀드’ 기
- [선택! 6·3 지방선거] 인천공항 품은 후보가 초대 영종구청장 꿰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