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한국영화 키워드, 재난에 공감했고 독립을 되새겼다 [연말결산]

한예지 기자 2016. 12. 15. 08:0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2016년 300여 편에 달하는 한국 영화가 개봉됐다. 재난 장르 영화가 유독 사랑을 많이 받았고, 일제 강점기 시대를 접근한 다각적 시각이 돋보였다. 다양성 영화들의 약진 또한 두드러진 반면 로맨스 영화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했다.

◆ 흥행 키워드: 재난, '부산행'부터 '판도라'까지

2016년 한국 영화계는 재난 영화로 정점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반기 내내 한국 영화들이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을 때, '부산행'(감독 연상호)이 올해 유일하게 첫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영화계 체면을 살렸다. '부산행'은 애니메이터 출신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 영화로 국내에서 첫 시도되는 좀비 블록버스터로 눈길을 모았다. 전대미문의 재난 상황이 대한민국을 뒤덮은 상황에서 부산역으로 출발한 KTX를 탄 사람들의 치열한 생존기를 그렸다. 열차라는 제한적 공간에서 인간과 좀비의 사투를 그린 표면적 스토리 이면엔 무능하고 비열한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계층 분리와 이에 따른 다양한 인간군상 등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어 저릿한 충격을 줬다.

좀비물에 녹여낸 사회적 특성과, 애니메이터 출신 감독답게 개성 강한 연출로 표현해낸 '부산행'은 칸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 세례를 받았으며, 프랑스 북미부터 베트남 싱가포르까지 전세계 흥행 열풍을 일으켰다. 최근 할리우드 리메이크 계약을 체결할만큼 독보적인 좀비 재난 영화로 자리했다.

무려 71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터널'(감독 김성훈)은 집으로 가는 길 무너진 터널에 갇힌 남자와, 터널 밖의 사람들을 그린 영화다. 기존 재난영화에서 피해갈 수 없는 신파 코드를 버리고 온갖 블랙 유머와 풍자로 표현해낸 신선한 발상이 돋보였다. 터널에 갇힌 남자를 연기한 하정우의 온갖 원맨쇼와 대비되는 터널 밖의 다양한 인간 군상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현실과 맞물려 결코 가볍지 않았다.

구조 현장의 특종을 위해 생존 여부는 뒷전인 언론들, 고위 관직자의 의전과 기념 사진 찍기에 급급한 무능한 정부 인사들, 경제적 손실을 이유로 구조작업을 중단하고 터널 공사를 재개하란 건설업체와 지역 주민들 등의 모습은 실제 우리 사회가 겪어야만 했던 가슴 아픈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그럼에도 유쾌한 기조를 잃지 않고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강조, 그리고 사회의 부조리함을 일깨우는 모습은 보기 드문 수작으로 평가됐다.

최근 개봉된 영화 '판도라'는 개봉 5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재난 영화에 특화된 '연가시' 박정우 감독의 차기작이며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발생한 원전 사고까지,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렸다. 이는 최근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문제로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란 경각심을 갖게 된 대중들에 제대로 어필했다. 특히 영화는 4년여 만에 개봉하며 외압설에 시달렸고, 사상 초유 국정농단 사태를 일으킨 현 정부에 대한 거침없는 감독과 배우들의 비판, 그리고 영화에 녹여낸 무능한 정부의 모습 등으로 현실적인 문제와 맞물려 더욱 사실감을 자아낸다.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넷플릭스 전 세계 190여 개국 월드와이드 배급 체결, 제1회 마카오 국제영화제에 한국영화 중 유일하게 공식 초청되는 등 흥행 질주가 예상된다.

이같은 재난 영화는 참혹한 참사 현장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면서도 무능한 정부의 현실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결국 평범한 소시민들이 일궈낸 희망이란 결말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낸다. 결국 재난 영화의 흥행은 수많은 참사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긴 대중들의 불편한 마음을 관통한다. 그럼에도 외면할 수 없는 관객들에게 영화는 결국 온갖 재난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시민사회가 이뤄낸 결과를 통해 상처를 어루만지고 위로를 건넨다. 유독 고통스러웠던 2016년의 대중들에게 올해 흥행 키워드로 떠오른 재난 영화는 결국 예견된 결과다.

◆ 일제시대를 담은 다양한 시선 '동주'부터 '밀정'까지

이준익 감독 '동주', 김지운 감독 '밀정', 박찬욱 감독 '아가씨', 허진호 감독 '덕혜옹주'는 모두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동주'는 이름도, 언어도, 꿈도 허락되지 않았던 1945년 당시 평생의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모습을 그렸다. 흑백으로 담아낸 아름다운 미장색과 더불어 시대의 부당함에 맞선 송몽규와 그렇지 못했지만 끊임없이 이에 대해 고통스러워하고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저항을 멈추지 않았던 윤동주의 각기 다른 삶의 모습은 그 시대를 살고 버텨온 청춘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담아내며 먹먹함을 더했다.

'밀정'은 1920년대 말 일제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숨막히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리며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그 이면엔 암울한 시대를 산 인물들의 내면의 고뇌와 불안한 심리를 담아냈다.

'아가씨'는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시대의 아픔을 그리기보단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귀족 아가씨와 그 재산을 노리는 백작,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와 아가씨의 후견인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에 집중했다.

'덕혜옹주'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의 일대기를 다루며 역사적 사실을 극대화했다. 아버지 고종이 일제의 의해 독살 당했다고 믿고, 13세에 일본으로 강제 유학을 떠날 수밖에 없던 덕혜옹주의 고독한 평생을 그리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 로맨스 영화의 부진 '나를 잊지말아요'부터 '남과 여'까지

영화계 로맨스 영화의 흥행 실패 기류는 계속됐다. 특히 숱한 톱 배우 캐스팅에도 이렇다할 멜로 영화가 없었다. 기억을 잃은 남자와의 멜로를 그린 '나를 잊지 말아요'부터 공유 전도연 주연작의 파격적 불륜 소재 '남과 여', 김주혁 이미연 유아인 등이 출연한 멜로 옴니버스 '좋아해줘' 등도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결국 TV와 다를바 없는 식상하고 진부한 멜로 소재의 로맨스 영화들로 흥행 참패란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모아진다.

◆ 작지만 강한 다양성 영화의 약진 '귀향'부터 '무현, 두도시 이야기'까지

올해 다양성 영화들은 입소문을 타고 기적같은 흥행 기록을 세웠다. 일본 위안부 피해자들의 실화를 그린 영화 '귀향'(감독 조정래)은 아무 영문도 모른채 일본군에 끌려가 끔찍한 일을 겪어야만 했던 소녀들의 모습을 그리며 대중의 울분과 분노를 자아냈고, 당시 타향에서 죽어간 20만 명의 위안부 피해 소녀들을 넋으로나마 고향으로 모셔오고자 하는 모두의 간절한 염원이 모여 358만 관객 동원이란 기적을 일으켰다.

최승호 PD의 감독작이자 국정원의 간첩 조작 사건의 실체를 파헤친 저널리즘 영화와, 역사상 가장 인간답고 서민적이었던 대통령 노무현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발자취를 쫓는 휴먼 다큐멘터리 '무현, 두 도시 이야기'(감독 전인환) 또한 관객들의 후원으로 상영관 확보와 후원금 모금에 탄력을 받았고, 입소문을 타고 흥행에 성공하며 작지만 가치있는 영화로써 자리했다. 특히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현 시국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그리움과 맞물려 18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 다큐멘터리 흥행 4위를 기록했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포스터]

연예계이슈

[ Copyright ⓒ * 세계속에 新한류를 * 연예전문 온라인미디어 티브이데일리 (www.tvdaily.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Copyright © 티브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