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신문은 내친구] 선박금융이 뭔가요

정석우 2016. 7. 2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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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척에 수천억 넘는 화물선, 해운사가 구입자금 부족할때 선박을 담보로 받는 장기융자선박 만들어 짐 나르기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해운사업..글로벌 큰손들이 주로 투자

◆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

미주 지역으로 항해 중인 8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한진보스톤호. [사진 제공=한진해운]
요즘 신문을 보면 '선박금융'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조선업과 더불어 한국 수출의 공신이었던 해운업이 어렵다 보니 어떤 해운사가 "선박금융 원금상환 유예를 통해 경영 정상화에 나선다"는 표현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선박은 배고, 금융은 돈을 융통하는 것인데 선박금융은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선박금융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해운업계의 주인공인 해운회사가 돈을 어떻게 버는지 살펴보죠. 요즘 어렵다는 현대상선 한진해운이 대표적인 국내 해운회사입니다. 해운회사들은 전 세계의 짐을 실어나르면서 운임을 받아 돈을 법니다. 덴마크에는 '머스크'라는 유명한 해운회사가 있습니다.

해운회사가 배를 구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전세나 월세처럼 집을 빌려 살듯 배를 빌려서 액화천연가스(LNG)나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방식입니다. 최근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용선(chartering·傭船)'이 그 말입니다.

용선에서 용(傭)은 '품팔이'라는 뜻입니다. 배가 품팔이를 했으니 해운회사는 용선료를 배의 원래 주인(선주사)에게 지급해야겠죠.

또 다른 방식은 배를 직접 사는 것입니다. 문제는 배가 너무 비싸다는 점이죠. 배값이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은 기본이고 많게는 조(兆) 단위까지 값이 나가는 배도 있습니다. 이런 큰 금액의 돈을 회사 통장에 쌓아두고 사는 회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우리가 은행에서 돈을 빌려 아파트를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운회사들도 대출을 받아 선박을 마련합니다. 먼저 주택담보대출에서 아파트에 상응하는 담보물은 선박입니다. 해운회사가 돈을 갚지 못하면 은행은 이 선박을 회수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정말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는 것이고 은행 입장에서도 해운회사가 원금과 이자를 제때 은행에 내는 게 좋겠죠.

이런 은행의 걱정을 해결해주는 부분은 배를 통해 해운회사가 벌어들일 운임입니다. 해운회사는 안정적인 운임을 벌어들여 은행에 원금과 이자(원리금)를 갚고 직원들 월급도 줍니다. 해운회사가 배를 구입할 때 필요한 자금을 투자받기도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수출입이 활발하면 해운회사가 운임을 많이 벌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기대를 갖고 담보 없이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담보대출을 실행한 은행들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도 합니다.

이런 일을 별도의 선박투자회사가 대신하기도 합니다. 선박투자회사는 선박투자회사법이라는 별도 법에 따라 선박 전용 투자펀드를 만들고요. 은행에 빌린 돈에 일반투자자로부터 모집한 자금을 보태 선박을 새로 짓거나 이미 지어져 있는 선박을 매입합니다. 이후 이 선박을 해운회사에 빌려주고 꼬박꼬박 원리금을 받습니다. 배값을 다 치르면 배는 해운회사 소유가 되는 구조입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선박금융이라고 합니다. 선박금융의 특징은 '장기금융'이라는 점입니다. 배를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해운회사가 이 배를 토대로 안정적으로 운임을 벌어들이기까지 길게는 10년 정도는 내다봐야 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선박금융의 또 다른 특징은 국제적이라는 점입니다. 해운회사와 배의 주인(선주), 배를 만든 조선사, 돈을 빌려주는 금융회사의 국적이 천차만별일 수 있기 때문이죠. 선박금융에서 오가는 돈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분쟁의 소지도 있습니다.

장기적이고 국제적이라는 선박금융의 두 가지 특징 때문에 아무 은행이나 선박금융을 제공하지 않고 한국에서는 주로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같은 국책은행들이 이 일을 합니다.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이죠.

최근 한진해운이 이런 선박금융을 재조정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내년까지 1조원 정도의 돈이 모자라다고 합니다. 그래서 3~4년간은 이자만 내고 원금의 상환은 미뤄달라는 요구를 주로 해외에 있는 은행들에 하고 있습니다. 빌린 배의 경우 용선료를 깎아달라는 협상을 배 주인(선주사)과 하고 있기도 합니다. 현대상선은 이 '용선료 협상'이 잘돼서 어려운 고비를 최근 넘겼습니다. 한진해운 역시 고비를 넘겨 한국의 해운업이 되살아날 수 있을지 앞으로도 뉴스를 관심 있게 지켜봅시다.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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