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셰어링이 뜬다]② 2030세대 "자동차 꼭 사야 하나요?"
20대 동갑내기 대학생 커플 박우혁(23)씨와 이새롬(23)씨. 두 사람은 학교 주차장에 있는 카셰어링 차량으로 수업 이후 종종 드라이브 데이트를 즐긴다. 점심 시간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예약한 스파크 차량을 타고 남산의 맛집을 찾았다. 두 사람이 2시간 드라이브 데이트를 즐기고 결제한 금액은 주유비를 포함해 1만1800원이다.

30대 직장인 김원영(31)씨. 야근이 잦아 카셰어링 편도 서비스를 자주 애용하는 편이다. 김씨는 퇴근 1시간 전 스마트폰 앱으로 서울 명동 회사 주변 차고지에 주차된 레이 차량을 예약했다. 차량을 몰고 집 근처인 고양 정발산역에 도착했다. 김씨가 60분간 29km를 이동해 결제한 금액은 8030원이다. 택시를 탔다면 3만원이 넘게 나왔을 것이다.
◆ 2030세대의 자동차, 소유→공유로 빠르게 이동
자동차는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가장 고가의 소비재 중 하나다. 하지만 2030세대를 중심으로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소유에서 공유의 개념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런 인식 변화의 중심에는 스마트폰 하나로 차량을 손쉽게 빌려탈 수 있는 카셰어링이 있다.
카셰어링을 직접 체험한 이용자들은 카셰어링의 가장 큰 장점으로 경제성과 간편함을 꼽는다. 카셰어링은 렌터카와 달리 10분 단위로 짧은 시간 대여가 가능해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회원 가입만 해두면 렌터카와는 달리 계약서 작성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도심 곳곳에 자리한 무인 차고지를 통해 편리하게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카셰어링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20~30대, 남성, 직장인, 차량 미소유자였다. 연령별로는 20대(39.0%)와 30대(37.8%)의 이용 비율이 높았고, 성별로는 남성(83.9%), 직업별로는 직장인(64.4%)이 카셰어링을 많이 이용했다. 전체 이용자의 78%는 차량을 소유하지 않았다.
이용 시간은 6시간 미만이 70.9%로 단시간 이용 비율이 가장 높았다. 6~10시간 미만 12.3%, 24시간 이상이 8.4%였다. 이용 횟수는 월 3회 미만이 90%에 달했다. 이용자들은 대중교통 대비 편리(51.2%), 다른 교통수단의 부재(17.2%) 등을 카셰어링을 이용하는 이유로 꼽았다. 대여한 차량은 주로 여가, 여행(40.4%)이나 쇼핑(16.0%)에 사용됐다.
김점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20~30대 카셰어링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한 뒤 보유 차량을 처분하거나 차량 구매를 보류하고 있다"며 "카셰어링 차량 한대당 자가용 승용차의 대체 효과는 최대 16.8대에 달한다"고 말했다.

◆ 쏘카 vs 그린카, 국내 카셰어링 시장 양분…서비스 경쟁도 치열
관련 업계는 쏘카와 그린카가 주도하는 국내 카셰어링 시장 규모를 700억원대로 추산한다. 양사가 확보한 회원 수만 360만명에 달한다. SK는 지난해 11월 쏘카 지분 20%를 인수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롯데는 롯데렌탈 인수를 통해 자회사 그린카를 운영하고 있다.
카셰어링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업계 1위 쏘카의 회원 수는 200만명이다. 회원 수가 늘면서 쏘카의 보유 차량도 2012년 100대에서 올해 6000대 이상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차고지는 50곳에서 2400곳까지 확대했다. 쏘카의 지난해 매출액은 448억원이었다.
2위 업체인 그린카는 쏘카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그린카의 회원수는 2012년 5000명에서 올해 160만명까지 늘었으며, 2400곳의 차고지에서 5000대의 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도 220억원을 넘어섰다.
카셰어링 이용자가 크게 늘면서 업체 간 서비스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쏘카는 지난 6월 도어투도어(Door to Door)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회원이 지정한 장소까지 탁송 기사가 차량을 배달해준다. 그린카는 지난해 말부터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서 차량을 반납하는 편도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양사가 서비스 경쟁에 나서면서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가 쏘카와 그린카 이용자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매우 만족'이나 '만족'을 선택한 비율은 81%에 달했다. 세부 항목별 이용자 만족도(5점 만점)는 이용 시스템 4.26점, 주유 편의성 4.10점, 대여시간 4.08점으로 나타났다.
카셰어링 이용자인 영업사원 김종권(28)씨는 "주중 장거리 출장이 잡힐 경우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주말 나들이 때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전기차나, 타보고 싶었던 신차를 부담 없는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 제로카셰어링·풀러스…신개념 카셰어링 등장
카셰어링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이 대여한 차량을 자신이 이용하지 않는 시간에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등 새로운 형태의 카셰어링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쏘카는 1년간 아반떼 신차(월 대여료 19만8000원)를 빌려 타면서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시간에 카셰어링 차량으로 내놓는 이용자에게 수익금을 배분하는 '제로카셰어링' 상품을 선보였다. 애초 100대로 예정된 제로카셰어링 상품 접수에는 1만488명의 신청자가 몰려 큰 인기를 입증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월 대여료 이상의 수익이 발생할 경우 회사는 이를 주유비나 고속도로 하이패스 요금으로 돌려준다.
카풀 앱인 '풀러스'도 새로운 개념의 카셰어링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풀러스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특정 지역 내에서 차량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올해 7월부터는 목적지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7월 말 기준 가입자는 2만8000명, 누적 매칭 건은 9000건을 돌파했다.
이승훈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자동차 소유 개념의 변화는 도로, 주차시설, 차량 판매·정비, 보험 등 자동차와 관련된 여러 연관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자동차가 소유 대신 서비스 형태로 소비될 경우 자동차 관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도 불가피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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