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택도 밀었다..탈모인 "민머리 왜 안되나요?"

이미영 기자 2016. 11. 18. 08: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머리' 비율 현저히 낮은 우리나라.."가발·모발이식 말고도 하나의 선택지 돼야"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민머리' 비율 현저히 낮은 우리나라…"가발·모발이식 말고도 하나의 선택지 돼야"]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광고감독 차은택씨의 변화된 모습이 눈길을 끌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지난 8일 입국 당시→9일→10일→11일 삭발한 모습.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물인 차은택에 이들은 연민의 정을 느꼈다. 같은 형제라며 눈물 흘렸다. 죄는 미워해도 머리는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그가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구치소에서 검찰로 들어가던 중 노출된 사진 한장 때문이었다. 정수리 부분부터 원 모양으로 살색이 훤히 드러났다. 그와 같은 처지인 '탈모인'들은 차은택의 모습을 보고 동병상련을 느꼈다.

재산의 절반을 내놓더라도 지키고 싶은 이것. 연애를 포기하더라도 붙잡고 싶은 이것. 퇴사보다 더 두려운 이것. 바로 '탈모'다. 남성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모발을 지키는 것이 재산, 연애, 직업만큼 중요하다고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5명 중 1명이 탈모로 고민하고 있다. 탈모방지 샴푸 등 기능성 샴푸 판매량은 급증하고, 모발이식 전문 병원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탈모는 대체로 나이에 따라 정도가 심해지지만 최근에는 스트레스, 잦은 술자리, 담배 등의 영향으로 탈모가 20대부터 진행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탈모시장 규모도 커졌다. 하나금융투자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탈모용 제품을 포함한 헤어관리 제품 2011년 5000억원에서 2014년 7700억원으로 증가했다. 2017년에는 그 규모가 1조2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머리숱 한올 한올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은 계속 커지고 있는 셈이다.

탈모인구는 약 1000만명으로 추정된다. 탈모인들의 연대도 끈끈해졌다. '대다모'(대머리 다 모여라), '탈모 갤러리'등 온라인 사이트에선 사람들이 탈모에 대한 고충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사진을 찍어 공유하며 "이 상태는 탈모가 진행되는 것이 맞냐"며 묻고, 사람들은 여기에 자신의 의견을 보탠다.

이들이 내놓는 해법은 사실 한가지로 모인다. 탈모를 '감추는 것'. 어떤 가발이 좋은지, 모발이식 수술은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정보공유가 이뤄진다. 물론 탈모가 나만의 병이 아니라며 서로를 위로하고 용기를 얻는 심리치료 효과도 있다.

일부에선 탈모를 콤플렉스가 아닌 자신만의 스타일로 생각하고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발과 모발이식 대신 탈모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고 독특한 스타일로 만들자는 것이다.

회계법인에 다니고 있는 황모씨(33)도 20대 중반 이후 탈모가 왔다. 그는 고민 후 '민머리'를 선택했다. 황씨는 "가발도 어색하기만 하고 모발이식은 돈이 많이 들어서 고민 끝에 머리카락을 밀기로 했다"며 "처음에는 주변사람들이 어색해 했지만 이내 잘 어울린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씨와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머리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때문이다. 황씨는 "회사 입사 면접 때 면접관들이 당황하기도 하고 일부는 머리 때문에 나를 오해를 하기도 한다"며 "우리사회에서 대머리에 대해 선입견이 있어 힘들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탈모인 대부분은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만이 들어가는 모발이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모발이식을 위해 적금을 들고 있는 박모씨(29)는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해 모발이식을 결정했다"며 "가발도 생각했지만 불편할 것 같고 대머리는 우리 사회에서 선뜻하기가 어렵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아직 결혼도 안했고, 마음에 드는 직장도 구하지 못했는데 미래를 생각할 때마다 머리가 장애물로 느껴지는 게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모발이식은 미국, 유럽 등 보다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높은 편이다. 미국의 한 통계조사에 따르면 남녀를 포함한 미국의 탈모인구는 약 5000만명으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지만 2014년 기준 모발이식 수술 환자는 미국이 24만4207명, 일본과 한국 등지에서 약 42만7709명이다.

한 모발이식 전문가는 "일본이나 한국에서 모발이식에 대한 관심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편이다"라며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대머리를 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것을 어렵다고 느끼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서 헤어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김모씨는 "가끔 탈모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미용실을 찾아올 때면 민머리를 권할 때도 있다"며 "예술계에 종사하거나 학생일 경우에는 고려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직장인 대부분은 깜짝 놀라거나 절대 안된다며 손사래를 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용기를 내 민머리를 선택할 경우 꼭 고려해야 할 요소도 있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민머리를 고수하고 있는 김씨는 "민머리를 하게 되면 여름에는 땀이, 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신경써야 하는 부분도 있다"며 "이목구비와 뒤통수 모양 등 민머리가 어울리는지 미리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영 기자 mylee@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