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또..한국 도깨비로 둔갑한 '일본 요괴'
[경향신문] ㆍ초등 3학년 영어교과서…머리 뿔 등 ‘오니’ 특징
ㆍ일제 잔재…논란 반복

한국 도깨비 대신 일본 요괴 ‘오니’의 형상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초등학교 3학년 영어교과서(천재교육·함순애 등) 8과에는 ‘도깨비 수프’(88쪽)라는 제목의 내용에 엄마·아빠·아들 도깨비가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는 그림이 있다. 그림 속 ‘도깨비’들의 머리에는 모두 뿔이 나 있다. 문제를 제기한 좋은교사운동의 홍인기 교사는 12일 “교양프로그램이나 이야기집을 통해 뿔난 도깨비가 일제 시대 전래된 오니라는 사실을 접했는데 최근 2학기 교재연구를 하다 그림을 발견했다”면서 “잘못된 역사적 사실이 반영된 내용을 가르쳐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도깨비 연구자인 김종대 중앙대 국어국문과 교수도 “영어교과서에 실린 도깨비는 오니의 뿔을 갖고 있지만 방망이와 이빨을 제거한 모습”이라면서 “일본 동화책 ‘오니노 하나시’(도깨비 이야기)에 있는 뿔을 그린 모습과도 유사하다”고 밝혔다.
오니와 도깨비의 차이점은 뭘까. 우뚝 솟은 뿔에 부릅뜬 눈, 원색 피부와 긴 엄니, 허리의 짐승 가죽과 손에 든 철퇴 등 흔히 알려진 도깨비 모습은 오니의 특징이다. 도깨비는 뿔이 없고, 큰 덩치에 털이 많으며, 바지저고리를 입고 패랭이를 쓴다. 또 험악한 형상을 한 오니는 인간을 괴롭히는 악귀이지만 도깨비는 ‘도깨비 방망이’에서 보듯 재물을 가져다주는, 인간에게 친숙한 존재이다. 김종대 교수는 “한국 민담 속 도깨비는 민중들이 현실의 궁핍함을 극복하는 장치로 볼 수 있으며, 씨름을 잘하고 술을 좋아하는 묘사에선 이상적인 남성상도 엿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오니는 도깨비로 둔갑했다. 대표적으로 ‘고부도리지이상’(혹부리 영감) 이야기가 있다. 김 교수는 “조선총독부에서 1915년 ‘조선어독본’을 만들 때 일본의 ‘심상소학독본’ 내용을 가져와 ‘혹잇는老人’을 처음 실었다”고 설명했다.
2007년에도 초등학교 2-2 국어쓰기 교과서에 뿔난 도깨비의 그림이 실려 논란이 됐다.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전문가 지적을 수용해 삽화를 수정했다. 김 교수는 “아이들에게 익숙한 모습을 끄집어내다보니 도깨비 형상 논란이 반복된다”면서 “일제의 흔적을 극복하고, 잘못된 관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천재교육 측은 “삽화 속 도깨비를 뿔만으로 오니라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문제가 된다면 내년 교과서에선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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