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재판법정에 中 혁명가 량치차오 있었다"


이태진교수 日 국회도서관서 발견한 사진 공개
“내가 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내 무덤, 의사(義士·안중근)의 무덤과 나란히 있으리”라고 읊었던 중국의 근대혁명가인 량치차오(梁啓超·1873∼1929)가 안중근 의사의 재판정 방청석 첫줄에 앉아 있는 사진이 처음 확인됐다. 당대 동아시아의 지성이었던 량치차오가 안 의사에 대한 존경과 동양평화론에 관해 강한 공감대를 지녔음을 보여주는 실증자료다.
안중근의사기념관과 일본 류코쿠(龍谷)대 안중근동양평화연구센터가 공동으로 주최(9일·서울 중구 남대문로 안중근의사기념관)하는 ‘안중근재판의 불법성 재검토와 동북아평화’를 주제로 한 국제학술회의에서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는 기조강연문에서 이 사진을 공개했다. 이 교수는 “2014년 11월 일본 국회도서관 시치조 기요미(七條淸美) 컬렉션을 보던 중에 안중근 재판 법정에 량치차오가 방청석 첫줄에 앉아 있는 장면의 사진을 발견했다. 너무나 놀라운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사진에는 “벗어진 이마에 턱을 괴고 있는 사람이 량치차오. 앞의 피고석은 비어 있다”고 일본어로 설명돼 있다. 안 의사 재판은 뤼순(旅順)의 관동군사령부 지방법원법정에서 1910년 2월 7일부터 14일까지 6차례 열렸는데, 그 중 안 의사가 출정(出廷)하기 전 한 장면으로 보인다.
량치차오는 상하이(上海)에서 자신이 창간한 ‘국풍보(國風報)’라는 잡지의 1910년 2월 28일자 ‘안중근 선포 사형’이란 제목의 글에서 “안중근은 사형 선고를 받고서도 안색이 흔들리지 않고 평시처럼 의기양양했으며 아울러 항소할 생각이 없으며 국치(國恥)를 한번 씻었으니 기꺼이 죽겠다고 말하였다. 오호라, 참으로 열사(烈士)라고 하겠다”고 현장감 있게 표현했다. 이 교수는 “량치차오가 ‘국풍보’의 기자 자격으로 뤼순에 가서 안중근 재판정을 직접 취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시치조는 안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저격 의거 당시 중국 다롄(大連)의 뤼순헌병학교 교관이었고, 나중에 그가 수집한 이토 저격사건 등의 자료가 일본 국회도서관에 기증됐다. 그 중에 안 의사가 1910년 뤼순 감옥에서 집필한 미완성의 ‘동양평화론’ 필사본과 옥중 수기인 ‘안응칠 역사’도 들어있다.
량치차오는 안 의사가 자신의 영토에서 침략 세력의 원흉을 저격한 사건에 충격을 받고, ‘추풍단등곡(秋風斷藤曲)’이라는 장편시를 썼다. ‘가을 바람이 덩굴(藤)을 자르다’라는 제목에서 ‘덩굴’은 이토(伊藤)를 가리킨다.
이 교수는 “마키노 에이지(牧野英二) 일본 호세이(法政)대 교수가 안중근의 평화사상을 이마누엘 칸트의 ‘영구평화론’과 관련 지은 연구를 낸 바 있다”며 “량치차오의 저술집인 ‘음빙실문집(飮氷室文集)’의 칸트 소개부분은 평화사상에 대한 내용이 태반이다. 이 책이 당대 조선지식인들의 필독서라는 점에서 안중근이 읽었을 공산이 아주 크다”고 말했다. 안 의사와 량치차오가 동양평화사상에서 공감대를 가졌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토 역시 동양평화론을 주장했지만, 유일한 ‘문명국’인 일본이 ‘야만’의 약소국을 ‘보호’함으로써 구미열강에 대해 동양에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으로, 사상적 가치가 없는 것이었다”며 “안 의사는 이토의 동양평화론에 대해 침략을 미화하는 거짓 평화론으로 단정하고 진정한 동양평화의 확립을 위한 제 일보로서 이토 저격을 단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칸트의 영구평화론은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반의 대표적 국제평화운동가 윌리엄 스테드를 비롯한 구미 지식인의 국제평화운동을 일으켰고 하나의 결실로서 1920년 국제연맹의 탄생을 가져왔다”며 “이토의 거짓 평화론에 대해 과감한 처단을 내린 안중근, 그에게 무한한 존경심을 표한 량치차오 두 사람의 ‘정의’ 추구는 곧 윌리엄 스테드의 정신세계와 함께 하는 것으로, 20세기 동아시아의 국제평화사상이나 운동은 세계사적 차원에서 조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제학술회의에는 서영득(변호사·한국항공대 겸임교수), 도쓰카 에쓰로(戶塚悅朗·류코쿠대 명예교수), 저우아이민(周愛民·뤼순르어(旅順日俄)감옥구지박물관 부관장), 도노헤 요시히코(殿平善彦·동아시아시민네트워크 대표) 등의 주제발표가 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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