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염의 내 인생의 책] ⑤ 고백록 | 아우구스티누스
[경향신문] ㆍ‘진리’를 향한 사랑 고백

철학을 가르치거나 배우는 사람이라면 웬만하면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는 자처할 수 있다. 하지만 진리를 ‘자기 하느님’이라고 부르고, 진리에서 “나는 너의 구원이다!”라는 대답을 기대한 지성은 몇이나 될까? “조그만 잔에 담긴 물을 보고도 바다를 상상할” 만큼 조숙한 소년이 나이 서른에 그 진리를 발견하고는 “그토록 오래고 그토록 새로운 아름다움이시여, 늦게야 당신을 사랑했습니다!”라고 죽을 때까지 후회한 철학자가 또 있을까? 아우구스티누스의 사상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번역·주석하는 작업에 40여년 종사한 나는 이 교부를 ‘진리의 연인’이라 불러 손색이 없다고 단정하기에 이르렀다.
시인 사제 최민순 신부의 유려한 번역본(1965)을 읽어오다 이번에 원문번역을 감행하면서 <고백록>을 정독했다. ‘인간이라는 위대한 심연’을 들여다보다 “인간이란 사랑이다! 나의 중심은 나의 사랑. 사랑으로 어디로 이끌리든 그리로 내가 끌려간다”는 고백에 새삼 공감했다.
열여섯 살에 동거를 시작할 만큼 탐미주의자였으면서도 “나에게 순결과 절제를 주소서”라고 기도하고선 곧 “그러나 당장은 말고”라고 덧붙일 만큼 솔직하였다. 악의 신비에 누구보다 깊이 파고들어, 악은 숙명적 우주원리가 아니라 ‘인간의 의지’에서 기원하므로 개인적·집단적 노력으로 악의 극복이 가능하다는 여지도 찾아냈다. 인간에게 자유의지 따위를 주면 “그 어느 짐승보다 짐승답게 사는 데만 써먹을 텐데요”라는 악마의 딴지에 “달려가거라! 거기서 내가 안고 오리라!”고 자신만만한 창조주의 은총을 체험한 아우구스티누스는 그리스도교에 귀의해 성직자로서 여생을 보냈다.
<성염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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