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와 만납시다] 스무디 마시고 '뒹굴뒹굴'..만화방의 유쾌한 변신

김동환 2016. 9. 3. 08: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 요거트 스무디 한 잔 주세요.”

“음료 나오면 가져다 드릴게요.”

카페가 아니다. 이제는 ‘만화카페’라는 새로운 이름을 달고 나온 만화방의 한 풍경이다.

담배 연기와 재떨이 일색이던 만화방이 줄고 있다. 영화 ‘아저씨’에서 아이들을 가둬놓았던 개미굴 만화방처럼 늘 부정적이고 탈선의 장소로 비쳤던 그곳이 점점 변하고 있다.



30대 직장인 A씨는 학창시절에 만화방에 간 적이 없다.

어쩐지 무서운 게 나오는 길에 돈이라도 뺏길 것 같아서다. “노는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 아니었느냐”고 말할 만큼 과거 A씨는 만화방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또 다른 30대 B씨는 신입생 시절 공강시간에 들렀던 만화방을 기억했다.

B씨는 “만화방에 들어가면 테이블에는 누군가 먹고 간 컵라면과 담뱃재로 가득한 재떨이가 있었다”며 “대학교 졸업 후로는 가지 않아서 요즘에는 풍경이 어떤지 솔직히 잘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서울 홍대 인근의 한 만화카페를 직접 찾았다.

일단 상쾌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야외에서 카페로 들어가니 시원한 에어콘 바람이 느껴졌다. 향초와 애니메이션 피규어를 비롯한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물품, 해먹과 안락의자 그리고 야영하는 느낌이 드는 텐트 여러개가 눈에 들어왔다.

 

어두운 만화방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코믹텐트' 이진호(31) 대표는 “10~20대 손님이 많다”며 “공휴일에는 가족 단위로 오시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처음 오신 어머니, 아버지들도 깔끔한 디자인에 만족하시면서 나중에는 마음 놓고 아이들을 보내신다”고 덧붙였다. 과거 어두컴컴한 만화방에 익숙했던 세대가 달라진 환경에 생각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방학 때는 평일 150명, 주말에는 300~350명이 만화카페를 찾았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올여름이 유난히 더워 쾌적한 실내를 찾으려는 이유도 있지만, 옛 만화책으로 추억을 되살리고 신간을 찾으려는 이들의 욕구가 맞물려 낳은 결과로도 보인다.

카페를 찾은 두 여자 초등학생은 해먹에 자리를 잡고, 책장에서 꺼내온 만화책을 읽기도 했는데, 제법 자세가 익숙했다.

이 대표는 “만화는 신간이 계속 나온다”며 “지나간 책은 추억을 되살릴 장치로 변한다”고 만화카페의 전망을 밝게 내다봤다.

교보문고 만화책 코너. 다양한 작품이 놓여 있다.


만화카페의 확산에는 웹툰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과거에는 다소 선정적인 주제를 다룬 만화책이 많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생활 속 다양한 주제와 상상력이 가미된 여러 웹툰이 쏟아지면서 만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줄고 있다.

또 블로그와 SNS 등을 통해 만화카페에 대한 게시물이 많아지면서 호기심에 카페를 찾고, 분위기에 만족한 이들이 재방문하는 선순환도 일어나고 있다.

만화책 매출도 지난해 대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 1월부터 7월 말까지 팔린 만화책은 71만권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팔려나간 부수(63만권 규모)와 비교하면 8만권 정도 늘어났다.

 

교보문고 만화책 코너. 다양한 작품이 놓여 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작년 대비 33.4%나 매출이 증가한 그래픽 노블이 전체 만화책 판매량 상승을 이끌었다”며 “‘슈퍼히어로’ 영화 흥행 덕분에 그래픽 노블 판매가 동반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어 “몇 해째 인기를 끄는 웹툰 분야도 10% 이상 판매량이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만화책 분야 매출 전망은 밝다. 웹툰과 그래픽 노블이 앞에서 이끌고, 취미활동의 하나로 만화책을 모으는 키덜트족이 뒤에서 이를 뒷받침하고 있어서다.

관계자는 “번역되지 않은 그래픽 노블이 많다”며 “번역 작품이 나오면 판매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