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성수 감독 "정우성에 영화는 종교.. 황정민 연기방식, 韓에 유일무이"





영화 '아수라'가 개봉된지 일주일만에 김성수 감독을 인터뷰 테이블에서 마주했다. 개봉직후 일주일 동안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사상 최고의 오프닝과 엄청난 주말 박스오피스 기록을 세운뒤 관객들의 관람평이 호불호로 격렬히 갈리고 있던 시점이었다.
김성수 감독은 호평보다 악평을 내놓는 관객들의 반응에 눈과 귀를 돌리지 않고 기꺼이 곱씹어 보는 중이었다. 영화의 흥행만이 좋은 영화의 기준은 아니지만 영화의 마지막 완성은 관객들이라는 것을 잘 아는 프로페셔널한 감독이기에 김성수 감독은 "모든 비난에는 비난하는 사람의 생각과 의지가 표현돼 있다. 비난 자체가 옳을수도, 틀릴수도 있지만 비난에는 맥락이 따른다. 모든 생각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나 뼈저리게 느껴볼려고 한다"며 진정한 고수의 면모를 선보였다.
'아수라'는 안남시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권력의 꼭대기를 지향하는 안남시장 박성배(황정민)와 박성배를 법정 구속시키고 더 큰 권력을 차지하려는 검사 김차인(곽도원), 그리고 박성배의 하수인이자 권력의 개가 되어 출구를 모른채 악행에 물들어 있는 형사 한도경(정우성)과 그 후배 문선모(주지훈)의 이야기를 그렸다.
김성수 감독은 악당의 하수인인 한도경이 자신을 악의 구렁텅이로 내몬 주인인 박성배를 끝내 무는 내용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했다. 장례식장 장면에서 김차인 검사가 생명의 위협을 받고 쉽게 박성배에 꼬리를 내리는 장면에 대해서도 "펜대로 권력을 쥔 자들은 막상 그 옷을 벗고 나면 어느누구보다도 쉽게 더 큰 권력에 머리를 조아린다. 이미 현실에서도 쉽게 보아오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김성수 감독은 정차역이 없는 기차에 관객들을 태우고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점점 속력을 높이며 엄청난 강도의 폭력과 액션을 선사한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견디는 감정과 괴로움을 그대로 느끼길 바라면서. 어찌보면 물리적 폭력은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이미 자신이 처해 있는 도시 속에서 엄청난 폭력과 조롱과 비합리를 견디고 있는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현실의 지독한 은유가 담긴 출구 없는 영화속 세계가 더욱 견디기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 영화를 본 관객들의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고 있다.
▲ 여러 사람이 욕을 하니 마치 내가 센 사람이 된 것 같다. 자가당착에 빠진 기분도 든다. 대중들에게 환호받을 영화가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신뢰할만한 주위 영화인들 반응이 좋았기에 사실 지금과 같은 반응은 예상 못했다. 나 자신은 느와르라는 장르를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사람들이 늘 보던 방식과 다른 레서피로 다른 요리를 해보이고 싶었다. '그냥 싫다'는 것이 아니라 0.1점 같은 평점을 보니 '어릴 때 좀 착하게 살아서 선업을 쌓았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모든 비난에는 비난하는 사람의 생각과 의지의 표현이 있다. 비난 자체가 옳거나 혹은 틀릴 수도 있지만 분명 맥락은 있다. 뭔가 관객들이 영화를 일반적으로 관람하는 태도의 기저를 심하게 건드렸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명작 반열에 들 영화는 아니지만 '아수라'의 다름, 변별점이 일종의 충격 효과로 다가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 반면 평론가들과 3, 4편 이상을 만든 기성 감독들의 극찬 또한 잇따랐다. 상업 영화이기에 가져야 하는 혹은 등급이 주는 '창작의 한계'를 넘었다는 의견들이 많던데.
▲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응원이니 힘이 된다. "창작의 한계를 넘었다"는 표현은 감독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상찬이다. 세속적 성공도 물론 좋지만 이런 건 시간이 지나면 휘발 돼서 사라진다. 만약 동료, 후배 창작자들에게 어떤 자극제가 됐다면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다.
- '아수라'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뭔가.
▲ 편집에서 빠진 장면인데 시나리오에서 맨 처음 나오는 나레이션이 내가 하고 싶던 이야기다. 내가 영화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제문의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장례식 버스에 타고 있는 한도경이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이 형도 내가 아니었어도 언젠가 죽었을 것이다"로 시작한다. 그리고 엔딩에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나는 오늘 죽었다"로 수미쌍관식으로 끝이 난다. 악한 욕망과 악한 기운들이 지배하는 세상이 느와르적인 세계인데 그 세계를 구성하는 놈들의 맨꼭대기에 박성배가 있고 또 그를 감시하며 결탁하는 김차인 검사, 그리고 한도경 등이 악의 세계 구성하는 인자다.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된 인간들이다. 한 놈이 발버둥 쳐봐야 그 세계를 빠져나올수 없고. 마지막 궁지에 몰려 자기 주인을 향해서 이빨을 드러내서 괴멸하는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었다. 악이 싸워서 이길 수 있는 혹은 범접할 수 있는 영역의 것이 아니라 저희들끼리 싸움을 붙여 서로 싸우다가 죽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마지막에 방아쇠를 당기는 게 한도경이 되도록 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집단이 검찰이나 정치인이고 그들에게 힘이 생기면 부패하?마련이지 않나. 윤제문의 죽음을 목도한 한도경 장면부터 영화의 엔딩타이틀이 올라갈 때까지 단 한 순간도 이 영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종착지인 장례식장까지 한도경의 시선에서 꼼짝 않고 느꼈으면 했다. 그것이 끝나야 봉인 해제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 정우성 외에 황정민, 곽도원, 정만식 등 모두 처음 호흡했다. 이름만 들어도 엄청난 배우들인데 이들 사이에 기싸움이 전혀 없이 놀라운 호흡을 보였다는게 신기하다.
▲ 누가 보더라도 모두 다루기 쉽지 않은 사람들이다. 제작자인 한재덕 대표에게 '당신이 데리고 왔으니 당신이 책임져'라고 했다. 한대표는 뭐랄까, 교주 같은 면이 있어서 한 대표가 현장에 있으면 이 스타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 배우들이 브라더후드를 발휘하더라. 마치 늑대들이 서로 몸을 부비고 있듯 그렇게 동료애를 조장하면서 이끌고 나갔다.(웃음)
- 정우성이 김성수의 페르소나이기 때문인가. 한도경이 작대기를 폭행하는 장면이나, 김차인과의 대립에서 으르렁 거리면서도 쉽게 꼬리를 내리는 장면, 마약차를 쫓는 카체이싱신 등 정우성의 처음 보는 연기가 수두룩하다. 이 남자에게서 비굴, 비열, 극도의 분노를 보게 될 줄 몰랐다.
▲ 지금껏 보여준 어떤 연기보다 최고를 보여줬다. 정우성이 욕을 하는 장면들에 대해 일부 비판도 있는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논쟁도 거부한다. 정우성은 동료로서 볼 때 진짜 그 감정이 돼서 표현해야 된다는 매우 고지식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연기가 그걸 보여주는 일환이다. 연인이 사랑을 할 때도 어떤 요령과 술수가 필요한데 정우성은 영화 자체를 자기의 종교처럼 생각하는 사람이다. 진짜 그 감정에 도달할려고 한다. 연기를 하다 보면 실제 자신과 잘 맞는 캐릭터와 감정이 있는데. 반대도 있다. 그런데 정우성은 그 감정을 느끼지 못하면 자기가 연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우성 연기 스타일의 약점이기도 하다. 내가 동료지만 연기자로서 존경하는 점이 바로 정우성의 진정성이다. 한 번이라도 정우성과 일해 본 감독이나 스태프, 배우들은 모두 안다. 많은 연기자와 일했지만 그 진정성에 있어서 정우성만큼 뜨겁게 가진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감정이 진짜여야 진짜 연기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 황정민은 역대 최고 악역 연기를 보여준다. 황정민과 첫 호흡 소감은.
▲ 친구 김인식 감독이 연출한 '로드무비'에서 황정민을 처음 봤다. 당시 '참 거친 상남자네' 했다. 그 위에 '사생결단'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예전부터 류승범을 꽤 좋아한다. 당시 또래 배우 중 류승범은 최고의 천재였다. 그런데 그 옆에 어마어마한 배우가 있는거다. 그 때부터 황정민이 나오는 영화는 다 봤다. '부당거래'에서 마동석을 죽인 다음 왔다갔다하는 장면을 보라. 한국에서 쉽게 보기 힘든 연기다. 그 때부터 팬이 됐고 '남자가 사랑할 때'는 몇장며이 너무 좋아 황정민과 너무 영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연기자가 어떤 연기를 할 때 보통 한 장면에서 어떤 감정선을 밀어붙여서 그 감정을 진짜처럼 보여줄 때 관객들은 감동을 받는다. 그런 것도 좋지만 황정민은 어떤 순간의 감정에서 다른 감정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제 3의 감정으로 바뀌는 연기를 해낸다. 국내에서 그런 배우를 본 적이 없다. 황정민은 하나의 쇼트안에서도 단일감정이 아닌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다. 감정의 순간이동 능력이 있다고 할까. 다중적이고 다채로운 매력이 있다. 인간의 찰랑찰랑한 감정의 표현 수위를 너무 잘 드러낸다.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박성배가 여당 대표의 하수인이었는데 촬영으로 넘어오면서 꼭대기의 절대악으로 강조하게 됐다. 그래서 황정민이 아니면 안되는 인물의 다중성이 살아있는 연기를 요구했다. 실제 함께 해 본 황정민은 '가오다시'(허세)가 없는 사람이더라. 밥 먹을 때도 현장에 출근할 때도 길을 걸을 때도 그런 게 전혀 없다. 그런 걸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인간이다. 너무 근사한 사람이기에 옆에 있으면 나도 근사한 행동을 해야할 것 같은 그런 사람이다. 제작자 한재덕 사장과 절친인데 두 사람이 매우 닮았다.
- 한재덕 대표가 김성수 감독과 차기작, 차차기작 모두 함께 하기로 했다던데.
▲ 한재덕 대표는 주위 사람들이 '아수라'의 상업 영화화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할 때 유일하게 응원해준 사람이다. 한 대표와는 마음의 도장을 100번도 넘게 찍었다. 나는 나이든 감독일 뿐이다. 프로젝트가 물밀듯 밀려오고 투자가 용이한 그런 사람이 아니잖나. '아수라'가 대박이 난다면 기쁜 마음으로 '야 같이 하자'고 할수 있을텐데 한 대표는 잘됐다고 같이 하고 흥행이 덜됐다고 안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아수라' 팀이 참 대단한 게 오전 8시에 모이라 하면 다들 7시까지 나와서 리허설을 한다. 공간도 좁고 기기들 세팅하느라 동선 만들기도 힘든데 저 구석에서 배우들끼리 늘 훈련하고 맞瀛린?한다. 내가 이들보다 영화계예 좀 더 일찍 발을 디뎠을 뿐 약간의 성공과 숱한 실패를 한 형인데 그들에게 쪼잔한 형으로 안 보이려 늘 노력했다. 이런 나를 위해 배우, 스태프 모두가 헌신하는게 정말 황송할 정도였다. '형이 이렇게 하자고 했는데 맞았지?'라는 결과를 보여주고 싶은데 흥행이 예상보다 더딜뿐더러 비난글도 올라오니 미안한 마음이 많다. 작품에 대해서는 떳떳한 마음이지만 그래도 미안하다. 이 말을 서운하게 여길까봐 직접 안하고 있지만 그래도 미안하다. 어떤 감독이 이런 현장과 영예를 느끼겠나. 나를 되게 믿어준 사람들이니까 미안한 마음이 분명 있다.
- '영어완전정복'(2003)이후 '감기'(2013)로 돌아오기까지 무려 10년의 공백이 있다. 무슨 일이 있었나.
▲ '비트'(1997)로 30대 중반에 유명해져 버렸다. 이후 '태양은 없다'(1999), '무사'(2001)를 찍었고 그렇게 큰 성공을 한 건 아닌데 (영화계에서)영향력을 가지게 됐다. 그 영향력을 시험해보고도 싶어서 중국에 가서 영화를 찍기로 했고 그 때는 무모하고 무식할 정도로 패기가 있었다. '무사'를 찍고 돌아오니 2001년 말쯤 한국이 미쳐있더라. 벤처 자금이 테헤란로 주변에 몰려들고 주위 영화인들도 어마어마한 영화 회사들을 차리고 있었다. 나도 이런 일종의 횡재 파티, 졸부 파티에 끼어들었다. 90년대 중반부터 나도 한가닥했다고 생각하며 우쭐했던 것 같다. 2004년부터 3년간은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교수로 지내기도 했다. '무사' 이후 중국에서 이름이 알려져 한국 영화사의 중국 지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홍콩과 미국에서 프로젝트 제안을 받아 진행했던 것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좋지 않은 결과물이 나오면서 나에게 남을 가르칠 능력도 해외 비즈니스 능력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40대를 허송세월하며 보냈다는 걸 2008년이 되고 알게 됐다. 그렇게 많은 투자를 받았는데 무일푼이 되고 나서야 근원적 반성을 하게 되더라. 그러다 싸이더스HQ 정훈탁 대표가 '감기'의 연출 제안을 해줬다. '감기'를 만들 땐 "1000만 영화를 만들어서 나의 실력을 알려야지" 했었는데 결국 연출력이 별로였더라. 그런 시간을 보내며 우울증 비슷하게 감기를 앓고 난 뒤 이제 기회가 많이 남지 않았으니 내가 정말 만들고 싶었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게 '아수라'다. 류승완 감독이나 이현승 감독, 황병국 감독 등 나랑 친한 사람들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한재덕"을 이야기하더라. 결국 인연이 되려고 그랬나 보다.
- 정우성, 이정재와 함께 '태양은 없다2'를 기획 중으로 안다.
▲ 정우성과 이정재가 같이 영화사를 만든다고 연락이 왔다. 어느 날 '형, 얘기좀 해'라고 하더라. 그래서 두 사람을 만났더니 "우리 두 명 나오는 영화 한 편 하자"며 "'태양은 없다2'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하게 됐다. 그래서 '리썰웨폰'처럼 유쾌한 형사물을 함께 만들기로 했다. 우리 셋이서 함께 작품하려면 유능한 프로듀서도 한 명 필요하겠다는 말이 나왔는데 이정재가 바로 한재덕 대표를 추천하더라. 그렇게 해서 나와 대면이 처음 이뤄지게 됐다. 나는 '감기'를 찍고 있고 한 대표는 '신세계'를 막 마친 후 우리 현장에 놀러왔더라. 그 때 내가 '아수라' 이야기를 꺼내면서 이번 작품이 시작됐다. 시나리오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이번 영화는 무조건 해야죠. 저 어두운 영화 굉장히 좋아해요, '무뢰한'도 했잖아요"라고 하더라. 가장 긴장되고 마음 떨며 만든 영화가 '아수라'라면 가장 즐겁고 유쾌하게 찍은 영화가 '태양은 없다'이다. '태양은 없다2' 프로젝트는 현재 계속 추진 중이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사진=장동규 기자 fit@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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