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장 최고 맛집] 구룡포시장 '제일국수 공장'

구룡포에는 현대화의 물결을 피해간 작은 시장이 있다. 시장 골목은 나의 유년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며, 엄마와 늘 함께 장을 보러가던 추억의 장소다. 어릴 적 시장에 가면 국수 공장에 들러 국수를 한 묶음 사다가 아버지가 잡아온 생선들을 넣고 끓여서 어탕 국수를 해먹었다. 가끔씩 마음이 힘들 때 엄마를 찾아가 어탕 국수를 해달라고 조른다. 팔순 노모는 막내딸을 위해 기꺼이 국수를 만들어 주신다. 오늘 소개할 우리 시장 최고 맛집은 구룡포 시장의 살아 있는 역사, '제일국수 공장 이야기'이다.
지금은 택배로 국수를 주문하면 한 달은 족히 기다려야 할 정도로 유명해진 제일국수라지만, 나에게는 어릴 적 즐겨 먹던 고향 국수다. 국수공장 옥상에는 늘 하얗고 긴 국수 가락이 해풍에 말려지고 있었고, 불어오던 바람에 국수 가락이 흔들리던 모습이 신기하고 예뻐서 한참을 서서 구경하다 가곤 했다. 지금도 그 광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현대식 국수 공장에서는 기계의 도움을 받고 열풍기를 이용해 단시간에 말리기 때문에 7~8시간이면 국수가 대량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한 묶음의 국수가 탄생하는 데 짧게는 이틀, 길게는 사나흘도 걸린다. 반죽을 하고 재래식 기계에서 면을 뽑아내는 것만도 한나절이 다 간다. 이후 야외 건조장에서 해풍으로 반건조 상태가 되면 창고에 넣어 숙성시키는데, 이 시간만 15시간이다. 이 시간마저도 태양과 바람이 도와줄 때만 가능하다. 날씨가 흐리거나 바람이 약하면 사흘에서 나흘도 걸린다. 그렇게 말린 국수 가락을 새벽에 꺼내 다시 널어 완전 건조 과정을 거친 후 알맞은 크기로 자르기까지 다시 한나절이 간다. 국수면 하나를 뽑는데도 사람의 정성과 자연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런 자연 건조 덕에 어탕 국수를 만들어 놓으면 쉽게 퍼지지 않고 면이 탱탱하고 다 먹을 때까지 쫄깃하다. 국수를 만드는 거의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데다 국수의 품질을 좌우하는 자연 해풍 건조에 공을 들이기 때문에 물량이 늘 부족하다.
올해 76세인 이화순 할머니는 45년간 이곳에서 국수를 만들어왔다. 할머니의 국수 재료는 딱 3가지, 물·소금·밀가루뿐이다. 줄을 서서 사가는 유명 국수 공장의 비법치고는 매우 단순하다. 하지만 45년간 국수를 만들어 온 할머니의 진짜 노하우는 바로 자연과의 소통에 있다. 그날그날 날씨에 따라 소금 농도는 물론 반죽에 들어가는 물의 양과 국수 두께까지 다르게 만든다고 한다. 날씨가 흐리면 소금을 적게 넣고, 바람이 약하거나 추울 때에는 소금을 많이 넣는다.
바람이 강하고 습도가 높으면 물을 많이 넣어 반죽을 약간 질게 만들고, 비가 오거나 구름이 끼면 물을 적게 부어서 반죽을 되게 한다. 이제는 소금물에 맨손을 담그는 것만으로 그 염도를 구분해낼 수 있다고 하니 국수의 달인이다. 염도계처럼 정확해진 할머니의 손은 세월에 관절이 뒤틀려 있다. 국수를 건조할 때도 날씨에 따라서 국수 가락 너는 간격까지 다르게 한다고 하니 45년 세월과 자연이 조화를 부려 만든 국수는 한결같은 맛을 낸다.

제일국수 공장을 방문한다면 옥상에서 해풍으로 말리고 있는 국수를 꼭 구경하고 오길 바란다. 국수 면은 한 묶음(5인분)에 2500원, 1인당 두 묶음만 판매한다.
[이랑주 시장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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