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화가' 하동철을 기리다
조상인 기자 2016. 11. 15. 11:41
학고재갤러리서 추모전, 이강우 등 60여명 제자들, 10주기 헌정 전시회 마련, 딸 하원·하진 작품도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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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관이 생기기 전인 1986년. ‘빛의 화가’라 불리던 하동철(1942~2006)은 극사실주의 화가 고영훈과 더불어 우리나라 미술가로는 처음 베니스비엔날레에 참여했다. 당시 선보인 대작 설치작품 ‘라이트(Light) 84-P2’에는 하늘빛 푸른색에서 노을빛 붉은 보라로 서서히 변하는 색 위에 엄격한 수직·수평선이 교차한다. 지금은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발달해 사방(四方)으로 색의 점층적 변화를 보여주는 게 어렵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일일이 물감을 섞어 미묘한 색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은 고된 작업이었다. 화면 전체에 모눈종이의 효과를 주는 검은 직선은 탁본 기법에서 착안해 먹물 머금은 팽팽한 실을 튕겨서 그린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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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빛’이라는 주제를 통해 자연의 절대성과 엄격함을 표현하고자 했던 하동철 화백이 갑작스레 타계한 지 10년이 됐다. 쉬는 시간에 어슬렁거릴라 치면 “이리 와서 먹선 좀 잡고 서봐라”하며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주던 스승을 그리워하며 60여 명의 제자들이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추모전 ‘헌정-기리고 그리다’를 마련했다. 전시는 신관 지하 2층에서 시작해 올라오면서 관람하기를 권한다.
맨 아래 전시장에 스승 하동철의 대표작 ‘빛 20-03’이 걸렸다. 수직과 수평선, 사선까지 교차한 화면은 마치 빛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듯하다. 어머니를 기다리며 본 석양의 빛, 열병을 앓으며 본 태양 빛에서 출발한 작업은 25년이나 계속됐고 기하학적인 엄숙미와 절대성은 개인의 기억과 경험을 보편적인 신념으로 끌어올렸다. 하 화백은 기하학적 추상화를 주도하며 이승조·이강소·한묵·이건용·김구림 등과 함께 1960년대의 새로운 미술을 이끈 동시에 교육자로서는 성신여대와 서울대에 판화과를 신설하고 후학을 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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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원 서울여대 교수의 감각적인 작품과 빛의 변화를 담은 듯한 미묘한 색감의 윤동천 서울대 회화과 교수 그림이 스승의 작품을 바라보게 놓였다. 윤 교수의 작품의 가운데 가장 밝은 부분에는 하얀색 글씨로 ‘이윽고 빛이 되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들판에서 시작한 무지개가 하늘을 가로지르는 장면을 포착한 이강우 서울예대 사진과 교수의 사진도 인상적이다. 밝음과 어둠이 극명한 회화의 정수로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공성훈, 빛의 효과를 이용한 렌티큘러 작업으로 명성을 쌓아 2000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받은 배준성 등 ‘청출어람’이 무색하지 않은 화려한 경력의 제자들이 다 모였다. 고인의 딸이자 가장 가까이에서 화가의 길을 보고 배운 하원·하진 작가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27일까지.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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