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데 심쿵∼ '우산 로맨스'



히트드라마 ‘우산 신’의 공식
드라마 속에는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몇 가지 공식이 있다. 대표주자는 ‘키스 신(scene)’이다. ‘시크릿가든’의 거품키스, ‘아이리스’의 사탕키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솜사탕키스 등 다양한 형태의 키스 장면이 뭇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며 시청률이 급반등하는 계기가 됐다.
이와 마찬가지로 드라마에 단골손님처럼 등장해 가슴 설레게 만드는 또 다른 클리셰(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표현)가 있다.
바로 ‘우산 신’이다. 올해만 해도 케이블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tvN ‘응답하라 1988’을 비롯해 MBC ‘질투의 화신’과
현재 방송 중인 SBS ‘푸른 바다의 전설’, tvN ‘도깨비’에 빠짐없이 우산 신이 등장한다.
우산 신에는 몇 가지 공식이 있다. 우산은 반드시 남자 주인공이 든다. 그리고 여주인공은 우산 없이 비를 맞고 있다. 남자는 여자에게 우산을 건네거나, 비에 젖으며 뛰어가는 여성을 지긋이 바라본다.
키스 신이 ‘사랑의 시작’이라면 우산 신은 ‘만남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서로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오해와 질투 속에 티격태격하던 남녀 주인공은 극적인 장면에서 키스를 나누며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다. 키스 장면을 기준으로 두 사람의 본격적인 로맨스가 시작되는 셈이다. 반면 우산 신은 서로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던 남녀 간에 묘한 화학 작용이 발생하는 기점이 된다. 이 때문에 키스 신이 드라마 중반쯤 등장하는 반면, 우산 신은 대부분 드라마 초반에 집중된다.
예를 들어 푸른 바다의 전설은 1회 엔딩 장면에서 인어 심청(전지현)을 버리고 갔던 허준재(이민호)가 다시 돌아와 비를 맞고 있는 심청에게 우산을 씌워준다. 도깨비 역시 1회에 우산 신을 삽입했다. 우산을 쓰고 가던 김신(공유)은 교복을 입고 비를 맞으며 뛰어가고 있는 지은탁(김고은)의 모습을 바라보는 모습을 통해 여운을 남긴다. 향후 두 사람의 얽히고설킨 운명을 알리는 복선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우산 신은 대부분 ‘슬로 비디오’로 편집돼 강조 효과를 더한다.
배종병 푸른 바다의 전설 책임 프로듀서는 “비가 내리는 장면은 감정의 진폭을 넓히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싶을 때 우산 신을 넣곤 한다”며 “통상 여자에 대한 남자의 배려를 강조하며 향후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를 구축하는 밑바탕이 되는 소재”라고 설명했다.
우산 신의 원조는 영화 ‘늑대의 유혹’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 정태성(강동원)이 여주인공 정한경(이청아)의 우산 속으로 숨어들었다가 슬그머니 우산을 들어 올리며 미소를 보이는 장면은 여성 관객이 선호하는 최고의 장면으로 손꼽히곤 한다.
이 장면은 응답하라 1988에서 정봉(안재홍)을 통해 리메이크되는 등 숱한 패러디를 낳았다.
우산은 어색한 관계였던 남녀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도구라는 측면에서 드라마 속 남녀 주인공의 관계를 급진전시키는 좋은 도구다. 비를 맞지 않기 위해 한 우산 안으로 들어간 남녀는 서로의 호흡과 체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반면 여성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우산 밖으로 몸을 뺀 남성의 어깨가 비에 젖거나, ‘응답하라 1988’에서처럼 덕선(혜리)에게 우산만 건네준 후 비를 맞으며 돌아서는 정환(류준열)의 모습은 은근히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애타게 만든다.
도깨비의 제작 관계자는 “비 오는 거리, 우산을 쓴 남녀라는 설정은 현실에서도 운치가 느껴지는 분위기”라며 “이 때문에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는 드라마 속에서는 비와 우산, 남녀라는 소재를 다양한 방식으로 접목하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중요한 장치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 문화닷컴 바로가기 | 소설 서유기 | 모바일 웹]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