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뷰] '나홀로 휴가' 불륜 스토킹 멜로, 썩 유쾌하진 않지만

한예지 기자 2016. 9. 1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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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홀로 휴가 리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불륜, 스토킹. 불쾌한 소재가 주는 불편함이 역력한 영화지만, 남자 주인공의 '찌질함'이 극한에 달할수록 웃기다. 배우 조재현의 감독 데뷔작 '나홀로 휴가' 이야기다.

9월 22일 개봉을 앞둔 '나홀로 휴가'(감독 조재현·제작 수현재엔터테인먼트)는 조재현이 각본·감독을 맡은 첫 장편 영화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후 1년만에 관객을 찾는다.

영화를 설명하는 '한 남자의 10년 스토킹'이란 짧막한 카피 문구만 봤을 땐 조재현이 김기덕 감독의 페르소나로 함께 해왔기에 그 영향을 받은 작품이 아닐까 싶어진다. 쉽게 말해 그가 출연한 파격적 소재의 영화 '나쁜 남자'와 맥을 같이 하거나 혹은 그 아류가 아닐까 으례 짐직하기 쉽다. 하지만 확실한 오해다.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스토킹과 집착을 하는 남자에 대한 기본 얼개는 같지만 이에 대한 연출법과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영화는 10년을 하루같이 옛 사랑의 주위를 맴도는 40대 남자 강재의 시선을 따라간다. 그는 표면적으론 고등학생 딸을 둔 평범한 중년 가장이자, 신망받는 직장 상사다.

그런 그는 의도적으로 옛 사랑 시연을 따라다니며 몰래 사진을 찍어 감상하는 것을 즐기고, 심지어 유부녀 시연의 가족 여행 스케줄을 꿰어 이마저도 비밀스럽게 쫓아 다닌다. 또 요가 강사인 시연의 요가 강습 장면을 지켜보고 그 육체를 욕망하며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일탈을 즐긴다. 강재가 너무도 반듯하고 평범한 외양을 하고 있기에 그 내밀한 속내에 담긴 음습하고 끈적한 양면성은 다소 거부감으로 작용한다. 마치 내 아빠, 내 남편의 숨겨진 일탈과 자위(自慰)행위를 목격하는 듯 하기 때문.

영화는 강재의 시선을 따라 시연과의 과거가 형상화되며 관객의 이해를 돕는 장치를 마련했지만, 이는 쉼없는 현재와 과거의 교차 편집으로 오히려 혼란을 야기한다. 계속해서 과거와 과거가 혼합돼 구분 짓기 어렵고, 각 시제 흐름에 따른 인물이나 배경의 변화가 밋밋하고 두드러지지 않은 까닭도 있다.

이 과정에서 아내와 딸에겐 무심하고 건성인 강재가, 시연을 향해선 적나라하고 욕망적인 인물로 변모하는 반전 모습이 눈길을 끈다. 소리를 민감하게 공들여 담아낸 베드신들, 아내와의 무미건조한 대화, 남자들만의 성적 농담과 19금 술자리 등을 디테일하게 연출해내 사실감을 더한다. 하지만 불륜으로 비롯된 강재의 사랑과 집착은 온전히 공감하기 어렵다.

불륜이란 죄책감을 견디지 못한 시연이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하고 잠적하자 대성통곡하는 강재의 모습은, 이를 지켜본 시연의 친구가 냉정하게 말하듯 조금도 진정성이 와닿지 않는다. 해당 신에서 강재가 과거 자신 때문에 화상을 입었던 아이 에피소드를 말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도망가지 말자. 다치는 한이 있어도 다른 사람 상처주거나 아프게 하지 말자"고 생각했었다고 말하는 신은 자신의 불륜으로 인해 상처받을 가족들은 염두하지 않은 모순적이고 이기적인 발언이다.

또 이 불륜의 결과로 이어진 스토킹 행위가 한 남자의 애틋했던 과거를 연상케하는 장치이자, 지친 일상을 위로하는 휴식 같은 시간으로 미화하는 시각 또한 다소 언짢은 요소로 보인다.

물론 영화는 이같은 불륜 스토킹 소재를 통해 결혼제도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내놓는다. 이는 강재와 대척점에 있는 친구 영찬으로 그려진다. 그는 가차없이 세 번째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며, 결혼생활과 가족에 대한 나름의 책임을 지키려 하는 강재와 분명한 대립점을 이룬다. 또 영찬은 결혼계약제를 도입해 10년간 의무적으로 살고 5년 단위로 재계약을 해야한단 꽤 그럴싸한 궤변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영찬 캐릭터는 극 중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비하하는 등의 무개념 발언을 서슴없이 해대는 인물. 이에 그 궤변이 흥미로운 발상으로 여겨지기보단, 그저 저속하고 불쾌한 음담패설의 하나로 판단될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재가 자신이 저지른 일탈의 대가를 치르게 되는 장면으로 치달을 수록 그의 '찌질함'이 극에 달하며 반전 효과를 준다. 기존 상업 영화에선 쉽게 보지 못한 독특하고 재기발랄한 감독의 연출은 비로서 클라이막스에서 빛을 발한다. 이전까지 강재의 못나고 추접스러운 행동은 그가 철저하게 망가질수록 도리어 웃음 포인트로 작용되며, 이전의 불쾌감을 상쇄한다. 평범한 중년의 일상과 더불어 욕망과 집착, 극한의 굴욕적 상황까지 완벽히 연기한 배우 박혁권의 진가는 새삼 놀랍고 감탄스럽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나홀로 휴가'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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