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체험기①] 스마트폰으로 화상 접견까지..7008번 2일 형 살다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스마트 접견 신청자 번호?"
"010…"
"그 번호 말고요."
"아, 수번 7008 입니다."
추적추적 늦은 가을비가 내리는 25일 오전 전북 정읍으로 가는 KTX에서 창밖으로 손에 닿을 듯 낮게 드리운 먹구름이 보였다. 교도소로 향하는 마음은 더 깊게 가라앉았다.
뉴스1 기자는 28일 제71회 교정의날을 맞이해 법무부가 일선 기자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수용생활 체험행사에 참여했다. 기자는 '수형자 체험(?)'이라는 죄명으로 2일 형을 선고받아 기결수(형이 확정된 수형자)로 25~26일 정읍교도소에 수감됐다. 일반인이 실제 교도소에서 1박2일동안 체험수감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읍교도소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손에 수갑이 채워졌다. 철컥철컥 양손에 수갑이 채워지자 손목이 욱신거렸다. 수갑이 채워진 손은 몸쪽으로 밀착돼 다시 호송줄로 묵였다.
신분조회와 간단한 교육을 들은 후 기자는 여자 사동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옷, 가방, 휴대폰 등 가지고 있는 물건은 영치품으로 압수됐다. 가지고 있는 현금은 '영치금'으로 압수된다.
정읍교도소의 경우 미결수는 옥색을, 기결수는 밝은 청록색으로 구분된다. 수감복 오른쪽 가슴에는 '여상9'라는 명찰이 붙었다. 여자 사동 상층부의 9번방이라는 뜻이다. 왼쪽에는 기자의 수형번호인 '7008'이 붙었다. 상의는 남방처럼 단추를 잠그는 형태, 하의의 뒷면은 고무줄로 돼있지만 앞부분은 지퍼를 채우는 형태다.
교도소에서 지급되는 물건은 수감복, 운동화, 칫솔, 치약, 비누가 들어있는 세면도구 세트와 수건이다. 세면도구는 처음에는 지급받지만 이후부터는 영치금으로 자비 구매해야 한다.
여자 기자 3명은 함께 혼거방에 입감됐다. 여자 사동 상층은 1번부터 9번방이 있는데, 1~5번방은 독거실, 6~7번방은 3인실, 8~9번방은 5인실이다.
1번방을 거쳐 9번방으로 이동할 때까지 신입 수형자에 대한 수형자들의 호기심과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이때부터는 '기자'라는 사회적 지위로도, '최은지'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지 않고 오로지 '7008번' 수번으로 불렸다.
기결수들은 작업 의무가 주어진다. 기자들이 있는 9번방에 주어진 작업은 종이 봉투에 손잡이가 될 끈을 매듭지어 묶는 것이었다. 불량품이 생길 경우 계약이 끊길 수 있기 때문에 한 줄 한 줄 정성껏 묶었다. 9번방에 주어진 업무량은 종이봉투 500개였다. 옹기종기 앉아 같이 작업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과시간에는 눕거나 잠을 잘 수 없다. 철저하게 정해진 일과 시간대로 움직여야 한다.

"스마트 접견하러 이동하겠습니다"
'감방'이라고 불리는 거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기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고작 몇시간 동안 지인들과 연락이 끊겼을 뿐인데 '접견'이라는 말이 이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접견에는 일반 접견, 인터넷 접견, 스마트 접견이 있다. 일반 접견은 직접 교도소를 방문하는 것, 인터넷 접견은 집에 있는 PC를 이용하는 것이다. 지난 2015년 8월31일 시작해 올해 2월1일 본격적으로 스마트 접견이 시행됐다. 민원인이 휴대폰에 '스마크접견' 앱을 설치하면 교도소 내의 수감자와 화상 접견을 할 수 있다.
기자는 뉴스1 동료기자와 스마트 접견을 진행했다. 접견실의 전화는 일반 공중전화기와 모습이 비슷하다. 전체 화면에 상대방의 얼굴이, 왼쪽에 작은 화면에는 수감자의 모습이 나왔다. 동료의 얼굴을 보자 웃음이 나면서도 눈물이 맺혔다.
화질과 음질 모두 일반 통화음질과 다를 바 없이 깨끗했다. 실제 수형자들에게도 스마트 접견의 호응도가 높다고 한다.
하지만 접견도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형자는 '경비처우급'에 따라 처우가 가장 좋은 S1부터 가장 낮은 S4급으로 나뉘는데 이에 따라 접견 횟수는 월 6번에서 4번까지 차등으로 제약을 받는다.

"반찬통 주세요"
청색 수감복을 입은 사동도우미가 창문 너머 큰 소리로 외쳤다. 저녁시간이다.
기결수 중에서 선정된 사동도우미는 밥 배식과 청소 등을 담당한다. 철창으로 막혀 있는 창문 사이에 직사각형의 배식 창구가 있다. 반찬통 한개가 드나들 수 있는 크기다. 이곳으로 사동도우미가 밥과 반찬을 배분해서 넣어준다.
사동도우미가 9번 방에 있는 훈제닭을 보고는 웃었다. 훈제닭은 수형자가 영치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식품 중 하나로 진공포장돼 나온다. 정읍교도소 내 인기 품목이다.
식사 후에는 TV시청시간이다. 법무부는 '보라미 방송'으로 지정된 프로그램을 전국의 교도소에 동일하게 방영한다. 7시 뉴스를 제외하고 모두 녹화방송이다. 이날은 '무한도전'과 '질투의 화신'이 방영됐다.
화장실은 수세식 변기로 청결했다. 그러나 안전을 위해 변기에 앉으면 수형자의 상체가 보이도록 투명하게 돼있다. 교도관이 철창 밖에서 모두 볼 수 있는 구조다.
9시 취침 소등 전까지는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그러나 취침 전까지는 눕거나 잠을 잘 수 없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교도소의 담벼락 뿐. 스트레칭을 하고 방을 걸어다니고 벽을 만져보아도 갇힌 공간에서 답답함과 무기력함이 밀려왔다.
실제 수형자가 생활하고 있는 옆방인 8번방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서로를 '형님' 또는 '아우'라고 부르며 시댁 식구 이야기, TV 프로그램 이야기 등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취침 시간이 됐지만 방 안에는 2개의 형광등이 켜져 있고 복도는 여전히 밝았다. 만일에 있을 사고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 전체 소등은 하지 않는다.
모포로 된 이불을 덮고 누웠다. 밝은 등은 눈부셨고 차가운 공기는 여전했다. 30분에서 1시간마다 야간 관리하는 교도관의 날카로운 감시망 속에서 잠이 들었다 깨길 반복하면서 날이 밝았다.
silverpaper@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박지원 "우병우와 검찰이 대통령을 죽였다"
- 최순실 "PC유출 수사해야"..인터뷰가 수사 가이드라인?
- '남자 화장실' 옆칸 남성 보며 자위행위 20대男
- 여중생이 학교에서 친구 10여명 성추행..격리 조치
- 음란동영상 찍힌 746명 두번 울린 가짜 美보안업체
- 9살 때 발육 멈춘 40대 배우, 고교 동창과 결혼…"어머니와 아들 같다" 조롱
- 가족 버린 노름꾼 아빠…유언장엔 "재산 모두 내연녀에게" 충격
- '나솔' 31기 순자 위경련 고통에도…영숙 "나도 오열해?" 싸늘 반응 [N이슈]
- "소녀가장이래, 마음껏 태움해도 못 나가"…신입 간호사 폭로 글 시끌
- 홍현희 "임신했더니 동기가 기 받게 '속옷' 달라고…빨면 안 된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