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해외도피, '윤석화 남편' 김석기의 귀국길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해외로 도피했던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이 16년 만에 귀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 부장검사)은 이달 12일 김 전 사장을 증권거래법 및 주식회사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조사했다고 27일 밝혔다.
김 전 대표는 1999년 인터넷 벤처기업인 골드뱅크가 발행한 해외전환사채(CB)를 해외 투자자가 인수한 것처럼 속여 주가를 조작, 660억원 상당의 시세 차익을 거둔 혐의 등을 받다가 2000년 외국으로 도피해 기소 중지됐다.
연극배우 윤석화 씨의 남편인 김 전 사장은 독립 언론 뉴스타파가 2013년 발표한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 전 사장은 올해 8월 영국 체류 중 사법 당국에 소재가 드러나자 국내 변호인을 통해 검찰에 자수서를 내고 도피 16년 만에 귀국했다.
그는 "부모의 건강이 좋지 않고 오랜 시간 부인과 아이들과 떨어져 생활해 이번 기회에 정리하는 게 맞겠다"고 변호인을 통해 자수서를 낸 경위를 설명했다.
서울남부지검은 1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김 전 사장의 체포 영장을 집행해 48시간 동안 조사하고 신병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넘겼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어 업무상 배임 등 2개 혐의로 발부받았던 체포영장을 집행해 조사하고 귀가시켰다.
검찰 관계자는 "17년 전 도피해 조사가 안 된 상황에서 기소중지가 된 사건으로 48시간을 넘길 수 없는 상황에서 보완수사가 필요해 풀어줬다"며 "출국금지를 했고 소재도 계속 파악하고 있어 신속하게 보완수사를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서울중앙지검이 가지고 있는 김 전 사장 사건을 넘겨받아 함께 수사하고서 구속 영장 청구도 검토할 방침이다.
‘월가 최초 한국인’·화려한 경력…각종 비리에 휘말려
김 전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사라진 미국 베어스턴스증권사 아시아영업본부장을 지냈다.
월가 출신 최초의 한국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중앙종금을 인수하는 등 금융계에서는 숱한 화제를 뿌리며 승승장구했지만, 이 과정에서 각종 불법 시비에 휘말렸다.
그는 1997년 경영난을 겪던 한누리투자증권 사장으로 부임해 6개월 만에 흑자로 돌려놓는 사업 수완을 발휘했다. 그러나 사모사채 인수 과정에서 차익을 챙기고 지분을 매집했다는 이유로 대주주 쪽과 갈등을 빚다 해임됐다.
그 뒤 증권사 설립을 추진하던 그는 동국제강그룹의 중앙종금 지분을 매입해 최대주주를 거쳐 1999년 사장직에 올랐다가 취임 열흘 만에 외국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그 뒤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났고, 이후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망에 오르자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았다.
그는 1995년 터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 때도 연루설이 돌기도 했다.

그는 삼성에 재직 중일 때 삼성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의 장자였던 이맹희씨의 외동딸 이미경 CJ 전 부회장(이재현 회장 누나)과 결혼했지만, 1994년 이혼하고 그 해 윤석화씨와 결혼했다.
김 전 사장의 부인 윤석화씨는 유명 연극인이다. 윤씨는 1975년 연극계에 입문한 뒤 1999년에는 한국연극배우협회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대표적인 여성연극인으로 활동해왔다. 윤씨는 1974년 이화여대 생활미술과에 입학했다고 밝혔지만 지난 2007년 학력 위조를 고백한 바 있다.
윤창희기자 (thepl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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