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현의 내 인생의 책] ⑤ 엄마라는 공장 여자라는 감옥| 박후기
[경향신문] ㆍ엄마, 여자 그리고 가족

팔십팔세 어머니를 모시는 아들이어서가 아니라 내 삶에 여자란 무엇인가, 아니 어머니의 삶과 생각에 공감할 수 있는 다른 무언가가 없을까…, 그런 생각들을 이리저리하고 있을 즈음에 만난 시집이 <엄마라는 공장 여자라는 감옥>이다. 나중에 작가도 우연히 만났는데, 잘생긴 외모와는 달리 슬퍼 보이는 듯한 그의 삶이 궁금해 또다시 탐독하기도 했다.
제목부터가 남달라 약간의 충격으로 다가온 시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와 여자를 이야기하고 있다. ‘여자는 일생 동안 탈옥을 꿈꾸고 엄마는 일생 동안 출소를 꿈꾼다.’ 시인은 여자도, 엄마도 다 같은 여자이지만 시시각각 다른 삶으로, 타인처럼 이격되는 그 삶을 중얼중얼 되뇌듯 짚어내며 시를 만들고 있다.
‘엄마 앞에서만 요란한 아버지는 집만 나서면 잔잔해졌다.’ 시를 중얼거리던 나는 서로서로의 삶의 무게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한집안에 살면서도 들고 나고 뛰는 세대차이도 시인은 예리하게 끄집어내 보인다. 엄마를, 아니 여자를 시인이 얼마나 깊고 넓게 사유했는지가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시집이다.
아련한 생각 하나쯤은 지니고 있을 남자들, 엄마와 여자를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제대로 알고 있는지도 모르는 남자들. 시들을 읽어나갈수록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 않을까.
올해 초에 어머니가 폐렴을 지독하게 앓아 병원에 입원하셨다. 어머니 또래의 할머니들, 어머니들을 많이 만났다. 나이 든 삶은 내 상상 이상으로 여러 복잡한 문제들과 얽혀 있었다. 갖가지 삶의 표정들, 행복을 지향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 시집은 나에겐 엄마를, 여자를, 나아가 가족을 끊임없이 되새김질하게 한다.
<전병현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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