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호의 시네+아트] '바람 불어 좋은 날'의 귀환
[주간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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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시피 네 사람 모두 사회제도 밖으로 밀려난 인물이다. 익준은 고아 출신 조폭이었는데, 보스에게 밉보여 그곳에서도 쫓겨났다. 정범은 공장에서 임금도 받지 못하고 해고됐는데, 탈북자라는 게 이유가 됐을 테다. 종빈은 죽은 부모에게 허름한 집 한 채를 물려받았다. 고아나 다름없는 그는 무엇이 결핍됐는지, 아기가 엄마 젖을 빨듯 항상 우유를 입에 물고 산다(윤종빈의 연기가 대단히 인상적이다). 예리는 엄마의 유언에 따라 부친을 찾아 한국에 왔는데, 부친이 전신마비 환자인지라 그가 오히려 부친을 부양해야 한다. 네 주인공 모두 사실상 고아인 셈이다. 말하자면 부모로 상징되는'사회제도'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인물들이다.'춘몽'은 이 네 청년의 비관과 낙관, 그 사이를 왕복하며 간접적으로 신분격차의 대물림 같은 우리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사회 비판 코미디 영화다.
‘춘몽'은 주변인 청년들을 통한 사회 비판이란 주제 면에서 이장호 감독의 고전'바람 불어 좋은 날'(1980)을 떠오르게 한다. 이 영화는 개발 붐을 타고 서울 곳곳이 파헤쳐지던 시절'출세'라는 꿈을 좇아 상경한 시골 청년들의 좌절과 희망을 그린 코미디다. 용기 있게도 이 작품이 나온 당시는'신군부'에 의해 사회의 부정적 요소가 엄격히 가려질 때다.'춘몽'의 인물들처럼 이 영화의 주인공도 전부 주변인이다. 중국집 배달부(안성기 분), 이발소 사환(이영호 분), 여관 종업원(김성찬 분) 등이며, 이들이 관계 맺는 여성도 공단 노동자(임예진 분), 이발소 면도사(김보연 분)다. 영화는 비록 청년들의 (근거 없는) 낙관을 희망적으로 그리지만, 그들의 미래가 어떨지는 우리 모두 짐작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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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hans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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