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혁 개방 역사를 한 눈에..거기 덩샤오핑이 있었다
[한겨레] 조영남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3부작
‘현대 중국’ 건설 과정 체계적 접근
후야오방 실각과 톈안먼 사건 등
76~92년 격동의 중국 현대사 다뤄
“일생 연구목표 이 책으로 첫발…
사드 배치되면 중국 강력대응할 것”




개혁과 개방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1 1976~1982년
파벌과 투쟁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2 1983~1987년
톈안먼 사건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3 1988~1992년
조영남 지음/민음사·각권 2만2000~2만5000원
중국 양쯔강 유역 안후이성의 펑양현은 허리에 차는 작은 북인 ‘화고’(花鼓)로 유명하다. 그런데 너무도 가난한 지역이라 1970년대까지 거지로도 유명했다. 1년 수확으로 2달, 국가 식량으로 4달을 버티고, 나머지는 반년은 ‘펑양화고’라는 노래를 부르며 구걸을 하고 다녔다. 그런데 이곳에선 2명의 황제가 나와 중국을 통일했다고 한다.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이 여기 출신이고, 두 번째 중국 통일은 1978년 12월 추운 겨울날 밤에 시작됐다.
이날 밤 펑양현 샤오강촌의 농민 20명이 한 집에 모여 밤새 의논한 끝에 ‘호별영농’을 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농가 단위로 생산하고 분배하는 것으로, 마오쩌둥 시절의 집단농장인 인민공사 체제에선 대역죄가 될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그런데 안후이성의 공산당 제1서기인 완리(萬里)가 과감히 이를 인정하면서 농업부문 개혁 개방의 ‘돌파구’가 열렸다. 나중에 펑양현의 호별영농 실험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됐고, 인민공사 체제가 막을 내렸다. 완리는 덩샤오핑이 농민 문제 해결을 위해 안후이성으로 보낸 인물이며, 굶주리는 농민을 보고 통곡까지 했던 개혁파 관료였다.

<개혁과 개방: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1 1976~1992년>의 앞부분에 나오는 이 일화는 중국의 개혁개방이 어떤 식으로 진행됐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굶어 죽지 않으려면 변해야 했고, 이런 절체절명의 과제를 공산당 지도부는 성공적으로 관리해나갔다. 책을 지은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 개혁 개방의 첫번째 성공 요인은 개혁 개방을 결정하고 지도했던 강력하고 통찰력 있는 정치 리더십”이라고 했다. 그 강력한 리더십의 중심에는 덩샤오핑(1904~1997)이 있었다.
책은 중국의 개혁 개방을 시작하고 굳건히 본 궤도에 올려놓은 덩샤오핑 시대 전체를 조망했다. 방대한 내용인 만큼, 2권 <파벌과 투쟁>(1983~1987년), 3권 <톈안먼 사건>(1988~1992년)까지 모두 더하면 1200쪽이 넘는 대작이다. 책은 1976년 마오쩌둥의 사망에서 시작해, 1992년 중국 공산당 제14차 당대회로 끝난다. 그동안 1978년께 개혁 개방의 시작, 1989년 천안문(톈안먼) 사건 등 참으로 많은 일이 벌어졌다.


참고로, 조 교수는 정치 리더십과 함께 효율적 정치제도와 유능한 당정 간부, 국내외 상황에 맞춰진 정책 등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다른 사회주의 국가도 이 세 가지의 정치적 요소를 갖춘다면 개혁 개방에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저기 북쪽이 절실하게 생각나는 대목이다. 28일 오전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실에서 조 교수를 만나, 중국 개혁개방의 장대한 드라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덩샤오핑 시대 전체를 조망한 이유는?
“미국에 견줘 우리는 중국을 너무 모른다. 그리고 사실 이번 책은 시작에 불과하다. ‘덩샤오핑 이후의 중국’을 2권 분량으로 다룰 참이다. 이런 역사적 접근과 별도로, ‘당대 중국’ 연구 작업으로 <중국의 엘리트 정치> <중국은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함께 집필하고 있다. 그리고 하나 더, ‘동아시아 맥락 속의 중국’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다. 중국과 북한, 한국, 베트남 등의 정치 발전과 민족주의 이념의 전개 등을 비교해 살피는 작업이다. 모두 끝내면 일흔 살쯤 되어 있지 않을까. 학자로서 걸어갈 길이다.”
-책에 명장면이 여럿이다. 안후이성 펑양현 얘기와 함께 1987년 1월 후야오방의 퇴진, 그리고 1989년 천안문(톈안먼) 사건과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등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지도부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이 특히 흥미롭다.
“중국 공산당은 개혁 개방에 참고할 선례도 없었다. 그래서 부침도 많았다. 3권의 톈안먼 사건과 남순강화는 덩샤오핑 노선의 최대 위기였으며 그의 노선이 안착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 부분 집필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톈안먼 사건을 쓸 때는 너무 힘들어 몇 달 집필을 중단한 적도 있다. 그래도 3권이 백미라고 자신한다.”
-덩샤오핑이 그토록 걸출한 인물인가?
“그는 수많은 좌절의 위기 속에서도 통찰력과 추진력을 가지고 개혁 개방의 불씨를 살려냈다. 초기엔 안후이성 사례처럼 자율적 개혁을 허용하는 쪽이었지만, 후기에 가면 이를 주도했다. 이는 톈안먼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무엇보다 1992년에 88살에 나이에 ‘남순강화’에 나선 것은 인간적으로도 대단하다.”
-상당한 분량이지만, 정치학적 분석과 역사학적 서사가 잘 녹아들었다.
“학부에서 동양사를 전공했고, 정치학으로 석·박사 논문을 썼기 때문에 둘의 결합이 가능했던 것 같다. 분석만 있으면 딱딱하고, 서사만 있으면 남는 게 없을 것 같았다. 이와 함께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려 중요한 인용자료를 최대한 많이 넣었다. 그래서 번역이 힘들었고 책의 분량도 늘어났지만, 책을 읽으면 중요한 1차 자료는 모두 읽은 것이 될 수 있게 노력했다. 기존 연구는 정치학의 경우 엘리트 정치, 특히 권력투쟁(덩샤오핑의 권력 장악 등)이나 민주화운동에 집중하고, 경제학은 개혁개방 정책의 실행만 들여다 보는 경향이 있다. 현대 중국의 건설 과정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한다는 게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다.”

-중국에서 정치 개혁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책에서 다당제 등 서구식 민주주의를 절대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 듯한 접근 태도도 엿보인다.
“덩샤오핑 노선에 정치 민주화가 결여돼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정치적 민주화를 포함한 새로운 개혁 전략이 나와야 하고, 그래야 ‘포스트 덩샤오핑 노선’이 완성되는 것이다. 배가 부르다고 해도 인간답게 사는 건 아니다. 이런 평가는 지금 집필 중인 ‘덩샤오핑 이후의 중국’에 들어갈 예정이다. 참고로, 덩샤오핑 노선은 한마디로 ‘권위주의 정치 체제 아래서 경제 발전을 통해 강대국이 된다’이다. 지금의 시진핑도 철저한 덩샤오핑 노선의 집행자이다.”
-개혁 개방 성공담에 집중하다 보니, 민주화나 1당 독재에 따른 부정부패 문제는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것 같다.
“중국의 부패는 단순히 1당 독재, 권위주의 체제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싱가포르도 하나의 당이 50년 넘게 장기집권하고 있다. 중국은 13억 인구에 오래된 사회적 관습이 있다. 중국인들도 부패 문제로 불만이 많지만, 행동의 격발에는 추가 조건이 필요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로 한중관계가 어렵다. 중국은 보복에 나설까?
“중국 공산당의 정책은 국가 전략이 바뀌지 않는 한 달라지지 않는다. 국가 전략은 국가 이익에 따른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견제를 뚫고 나와야 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 미국이 중국을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한다면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흔들리겠지만, 미국이 그렇게 할 순 없다. 여기에 한국의 보수정부가 대북 붕괴 또는 봉쇄 전략을 택하면서 한중의 대립은 필연적이다. 사드는 그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사드가 실제 배치된다면 중국은 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것이다. 규모와 강도가 상당할 것이다. ‘전략적 이해를 침해한다’고 했던 중국 쪽의 표현이 중요하다. 이는 시진핑 개인의 결정이 아니라 당의 결정이라는 얘기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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