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RO EYE] 아이슬란드 황금 세대 탄생의 비밀은?

임기환 2016. 7. 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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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 EYE] 아이슬란드 황금 세대 탄생의 비밀은?

(베스트 일레븐)

북유럽 신화의 주신 오딘의 마법은 8강에서 그쳤다. 4일 새벽 4시(한국 시간) 스타드 데 프랭스에서 킥오프된 유로 2016 8강전서, 아이슬란드가 개최국 프랑스에 2-5로 대패했다. 아이슬란드의 동화는 끝났다. 하지만 여운은 짙다.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은 뭉클한 감동을 자아냈다. 미국 ESPN은 아이슬란드의 잉글랜드전 승리를 세계 축구의 역대 이변 10선 중 7위에 꼽았다.

아이슬란드의 인구는 33만 2,529명이다. 대한민국 지자체 기준으로 인구 순위 30위인 경남 진주시(33만 6,310명)보다 작다. 시 대표가 유럽 대회에 나가 잉글랜드를 꺾고 8강에 오른 셈이다. 아이슬란드는 자신들보다 훨씬 덩치가 큰 나라들을 차례대로 굴복시키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유럽의 소국은 어떻게 유로 8강의 기적을 이뤘을까? 이번엔 지난번에 이어서 아이슬란드에서 황금 세대가 탄생할 수 있었던 비결을 알아봤다.


인적 인프라의 투입

단순한 물적 인프라의 확충만으로 실력 향상을 기대할 순 없는 노릇이다. 아이슬란드(KSI)는 시설에 인적 인프라를 결합시켰다. 바로 1990년대 후반부터 전략적으로 육성한 우수 코치진의 보급이다. KSI는 소수의 자원 풀을 최상급으로 가꾸기 위해 상·하향식 개혁을 동시 진행했다. 아래로는 생활 축구의 저변을 확충하되, 위로는 엘리트 교육을 강화했다. 이를 위해 2002년 에이졸프손을 교육 담당 디렉터로 앉혔고, 유스 코치 기준을 강화해 교육 수준을 높였다. 에이졸프손은 당시만 해도 세계적으로 희귀했던 UEFA(유럽축구연맹) 코칭 라이선스 소유자였다.

KSI는 협회 라이선스를 유스 코치 필수 자격으로 정하고, 금전적 보상을 통해 코치 수요를 높여 나갔다. 그 결과 2006년 즈음엔 유럽 대항전에서 통용되는 UEFA A·B 라이선스 대기자가 늘어났고, 2010년엔 UEFA 코스 지원자가 630명까지 증가했다. 아이슬란드에서 유소년 코치는 제법 괜찮은 월급을 받는다. 한정된 인구에도 매해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다. 2013년 브라질 월드컵 유럽 지역 플레이오프 기준으로, UEFA A·B급 라이선스 보유자는 750명에 달했다. 이 말인 즉 전체 인구의 0.2%가 축구 코치라는 이야기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수준 높은 지도자들이 아이슬란드 클럽과 아카데미 시스템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는 해외에서 선진 축구를 경험한 아스게이르 시귀르빈손 이전 세대에선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다. 이전까지 아이슬란드의 유소년은 대부분 부모의 지도를 받았다.


생활과 축구가 긴밀히 연결된 축구의 ‘직업적 대중화’가 부분적으로 이뤄졌다. 축구에 열정 어린 이들이 UEFA 배지를 받기 위해 교육을 수료했다. 그 수는 더 늘어 최상위급 지도자만 700명에 넘는다. 지난 1월 기준으로, UEFA A·B급 라이선스 보유자는 총 778명까지 늘어났다. A가 184명이고, B도 594명이나 된다. 2009년엔 아이슬란드의 젊은 지도자들이 잉글랜드에서 UEFA 코칭 라이선스 그룹 스터디를 단체로 이수했다. 가장 최신의 선진 축구를 수학했다고도 볼 수 있는 이들이다. 아이슬란드 지도자의 평균 수준이 세계 최고로 꼽히는 이유다.

이로써 아이슬란드 아이들이 고급 축구를 배울 수 있는 진입 장벽은 낮아졌다. 선수 1명당 코치 보급률은 유럽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아이슬란드에서 코치 1명당 가르치는 선수 숫자는 고작 500명 수준에 불과하다. 가장 규모가 큰 클럽들은 A 라이선스 지도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렇기에 6세에 불과한 아이도 A 라이선스를 지닌 지도자한테서 축구를 배울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반면 잉글랜드는 1만 1,000명에 1명꼴로 코치가 있다. B 라이선스 보유자는 겨우 5,000명으로 5,432만 인구 규모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


황금 세대를 배출하다

체계화된 시스템은 어린 선수들에게 양질의 기회를 제공했다. 아리고 사키가 제시한 엘리트 코칭의 일상화가 이뤄진 것이다. 그러한 인적 자원과 물적 인프라의 결합은 아이슬란드 축구의 빠른 발전을 주도했다. 아이슬란드인의 선천적 장점인 체격과 스태미너에 기술과 전술이 더해졌다. 선수들이 자국 리그 수준을 훌쩍 뛰어넘으며, 인근의 스웨덴·덴마크·네덜란드 등지로 인력이 흡수됐다. 화산섬의 새싹들은 민들레 홀씨처럼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활동 무대가 전 유럽으로 넓어지며, 자연스레 각 대표팀 경쟁력도 높아졌다. 그중 특출 난 재능들은 어린 나이에 유럽 각국 클럽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콜베인 시그토르손·뱌르나손·아론 군나르손은 17세 때 각각 AZ 알크마르와 바이킹에 입단했고, 시귀르드손은 16세 때 잉글랜드 레딩의 부름을 받았다. 2000년 이전엔 해외에서 뛰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 가장 유명했던 레전드라고 해 봤자 슈투트가르트의 전설로 1982년부터 1990년까지 활약했던 시귀르빈손과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구드욘센 정도였다. 그때까지 선수들은 더 안정적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대부분 어업을 선택했다.

현 A대표팀 주축으로 ‘인도어 키즈(Indoor kids)’라 불리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1988~1992년) 태생 선수들은 이 시스템의 첫번째 수혜자들이다. 청사진을 내건 지 십년도 안돼 1990년대 이후 출생자로 구성된 U-17대표팀은 2007년 유럽 대항전에서 8강에 들었고, 1988~1990년생(시귀르드손·핀보가손·시그소르손·군나르손)이 주축을 이룬 U-21대표팀은 2011 유로 U-21 챔피언십 예선에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4-1로 대파하더니 본선에선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이끈 덴마크를 꺾고 5위를 차지했다. 이는 예브헨 코노플랸카와 안드리 야르몰렌코가 속한 우크라이나, 조던 헨더슨·필 존스·크리스 스몰링·다니엘 스터리지·라이언 버틀란드 등이 포함된 잉글랜드를 상회하는 성적이었다. 그때의 황금 세대는 이제 어엿한 성인 팀의 척추다.


시구르드손을 빼놓고 아이슬란드 유스 정책을 얘기할 순 없다. 시귀르드손은 수도 레이캬비크 외곽에 위치한 브레이다블리크 유스팀에서 키워졌다. ‘노르딕 라 마시아’라 불리는 브레이다블리크는 아이슬란드 유스의 산실이다. 시귀르드손은 브레이다블리크와 레딩(잉글랜드)이란 작은 클럽에서 최적의 포지션을 찾을 수 있었다. 레딩에서 수학한 라픈손 브레이다블리크 아카데미 유스 코칭 디렉터는 “우린 시귀르드손이 수비형 미드필더인 안드레 비키 옆에서 훈련하는 걸 지켜봤다. 스티븐 코펠 레딩 감독은 시귀르드손을 센터하프로 키우려 했으나 미드필더가 되기엔 빠르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라픈손은 시각을 달리했다. 스피드보다 센스에 주목했다. 라픈손은 “(코펠 감독에게) 난 오히려 걱정하지 말라며 시귀르드손의 포지션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결국 시귀르드손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조련돼 성공을 거뒀다. 라예르베크는 “시귀르드손은 톱클래스다. 투-웨이 미드필더라 부르고 싶다. 공격할 때나 볼을 갖고 있지 않을 때나 언제든 제 기량을 펼친다. 그래서 어느 팀에서나 뛸 수 있다. 시귀르드손만의 특별함이다.” 시귀르드손이 EPL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선수들의 활동 무대가 유럽으로 넓어지다 보니, A대표팀 경쟁력도 자연스레 강화됐다. 황금 자원의 수출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고 서로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이번 유로를 120명의 프로 선수 중 해외파로만 23명을 선별해 나설 수 있었다. 할그림손 감독의 표현대로, 그들은 눈만 마주쳐도 서로 뭘 할지 알았다. 활동 영역의 확대는 아이슬란드 축구의 체질을 몰라보게 개선시켰다. 아이슬란드 인구는 앞서 언급했듯 세계 최소 수준이다. 아마추어 선수 출신 할그림손 감독이 자란 아이슬란드 남부 베스트만나에이야르 제도의 바다오리 수(800만 마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선수 풀이 작을 수밖에 없다는 방증이다. 축구 강국의 등록 선수는 대개 인구 대비 5~10%선에서 형성된다. 독일은 630만 8,946명, 네덜란드는 113만 8,860명의 등록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아이슬란드의 등록 선수는 2만 1,508명(이상 2015년 9월 기준)이다. 생활 축구인 비율만 7%. 인구 비례로 보면 결코 적지 않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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