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미스 사이공' 영화와 공연의 장점을 영리하게 살린 종합선물세트
마치 영국 웨스트엔드의 극장에 앉아있는 느낌이다. 영화와 공연의 장점을 모두 살린 작품이 탄생했다. 이 곳이 영화 극장이란 걸 잠시 잊고 손바닥이 뜨겁게 박수를 쳤다.
‘미스 사이공: 25주년 특별 공연’ 은 배우의 숨결까지 담아내며 디테일한 감동의 무대를 선사하는가 하면, 영화의 클로즈업처럼 인물의 표정과 감정을 마법처럼 담아냈다. 그 결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공연 실황 그 이상이었다.
제작진은 무대의 생동감을 살리기 위해 무대 마이크를 디지털 처리 없이 그대로 두었다. 사운드는 공연실황의 촬영 그대로 살려 오케스트라와 배우들의 목소리를 오버 더빙 하지 않고 원테이크로 입혔다.
‘미스 사이공: 25주년 특별 공연’은 ‘레 미제라블’,캣츠’,‘오페라의 유령’과 함께 세계4대 뮤지컬이라 불리는 ‘미스 사이공’ 탄생 25주년을 기념하여 올려진 특별 공연 실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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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사이공’은 베트남 전쟁 속에서 펼쳐지는 두 남녀의 거대한 운명을 그린 대서사시이다.
1975년 베트남 전쟁으로 고아가 된 열일곱 소녀 ‘킴’(에바 노블자다)은 미군을 상대로 하는 술집 ‘드림랜드’에서 일하다 베트남 출정 미군 ‘크리스’(앨리스테어 브라머)와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식을 올린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정해준 약혼자 투이(홍광호)는 결혼식을 찾아와 킴과 크리스를 떼어놓으려 하지만 킴이 완강히 거부하자 저주를 받게 될 것이란 말을 남긴 채 떠난다. 크리스와 킴의 행복도 잠시, 1978년 호치민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군은 급히 철수하고 아비규환 속에서 킴은 미국행 헬리콥터를 타지 못한 채 크리스와 헤어지게 된다.
‘미스 사이공’은 시대에 상처받은 다양한 인물들의 사랑과 욕망, 분노와 상실을 깊이 있게 그려낸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얽히면서 고조되는 인물들의 감정선은 배우들의 호연과 ‘레 미제라블’의 클로드 미셸 쇤베르그, 알랭 부브릴 콤비가 작사, 작곡한 명곡들과 안성맞춤 궁합을 자랑한다.
’킴’과 ‘크리스’의 운명 같은 사랑을 그린 ‘선 앤 문(Sun And Moon)’과 ‘라스트 나이트 오브더 월드(Last Night of the World)’ 의 넘버가 주는 감흥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에바 노블자가의 깨끗한 이미지와 그게 걸 맞는 보이스 및 거침 없는 연기는 제 2의 레아 살롱가로 점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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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로 살려 낸 리얼리즘과 압도적인 스케일의 무대 장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리얼하게 재연된 호치민 흉상, 실제 크기로 제작된 헬리콥터와 캐딜락이 등장하는 등 사실적인 무대가 보여주는 리얼리즘에서 제작진의 고집과 예술혼을 엿볼 수 있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슬픔의 감정을 차곡 차곡 쌓아가던 이번 작품은 인터미션 이후로 분위기를 달리하며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인터미션 이후 만나게 되는 스페셜 갈라 피날레는 마치 종합선물세트의 화룡점정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러닝타임이 길어 중간에 관람을 포기한 관객이라면 두고 두고 아쉬워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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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사이공’의 산 증인인 백발의 엔지니어와 신선한 에너지를 몰고 온 엔지니어 그 자체인 존 존 브라이언스의 모습은 등장 자체만으로도 관객들의 입꼬리를 올라가게 만들었다. 작품과 함께 나이들어 간다는 건 배우에게도 관객에게도 참 행복한 일이니 말이다. 추후 50주년 기념 공연에서도 이 두명의 엔지니어를 함께 볼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 받고 있는 블록버스터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공연 실황 ‘미스 사이공: 25주년 특별 공연’은 오는 11월 24일 스크린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3시간 (인터미션 5분 포함)이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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