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journal] 이달 그가 한국에 온다..AI 닥터

김기철 2016. 10. 5.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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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탠퍼드대 'AI 100' 연구진은 인공지능이 변화시킬 미래를 예측하는 '인공지능과 2030년의 삶'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연구진은 인공지능(AI)이 가장 많이 활용될 수 있는 곳 중 한 곳으로 의료 분야를 꼽았다. 의료 분야에서는 환자의 음성과 표정을 분석하고 기존 환자들의 진료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AI 보조의사가 보편화되면서 환자가 앓고 있는 병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인공지능 의사가 인간 의사 곁에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법을 안내해줘 오진을 줄이고 치료에 집중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먼 훗날의 일이 결코 아니다. 당장 이달 'AI 닥터'가 한반도에 상륙한다. 가천대 길병원은 10월부터 IBM의 AI 닥터인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암진단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AI 닥터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낙관론은 AI 닥터가 진료의 정확성을 높여 인간의 건강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비관론은 주로 인간 의사의 역할 축소에 맞춰져 있다. AI가 의료 분야에 가져올 변화의 핵심도 인간 의사의 역할과 위상이다. 가천대 길병원이 왓슨을 도입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논란이 그대로 재연됐고 의사들의 반발도 컸다.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장은 "의료진 사이에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자신의 위상에 변화가 득이 될 것 같으면 찬성했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되면 반대했다"며 "내부 조율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거대한 세계적인 트렌드는 막을 수 없다고 의사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사들의 이런 걱정과 달리 AI 의사가 인간 의사를 대체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의료계와 AI 관련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백롱민 대한의료정보학회 회장은 "의사는 최종 의사결정자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AI 의사의 판단과 인간 의사의 판단이 다르거나 오류를 범했을 때 오직 인간 의사만이 '게이트키퍼(gate keeper)'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IBM의 왓슨도 스스로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추론해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법을 문서로 정리하면 의사가 이를 참고해 치료한다.

백롱민 회장은 "AI가 의료 패러다임을 전환시킨다는 것은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질병을 분자 단위까지 깊이 있고 넓게 이해한다는 의미이지, 의료를 완전히 뒤바꾸는 것은 아니다"며 "AI는 정밀의료를 실현할 수 있는 도구로서 인류에게 큰 선물"이라고 말했다.

의사의 역할은 일부 AI 닥터가 수행할 수 있겠지만 의사라는 직업 고유의 역할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의사가 환자를 대면 진료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등 주로 심리적인 역할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박래웅 아주대의대 의료정보학과 교수는 "AI가 본격적으로 활용되면 간단한 엑스레이를 스크리닝하는 등 허드렛일이 획기적으로 줄 것"이라며 "거기에 뺏기는 시간과 에너지를 환자 진료에 더 투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AI 닥터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데는 윤리적인 측면도 있다. 인간의 생명에 대한 중요한 의사결정을 인간이 아닌 기계에 맡길 수 있느냐는 문제다.

AI 닥터의 국내 도입을 승인해준 보건복지부는 IBM의 왓슨을 단순히 '보다 발전된 의학교과서 개념'이라고 결론 내렸다. 평소 의사들이 진단과 처방을 내릴 때 관련 서적과 논문 등을 참고하는 것과 같은 성격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의료기기나 장비가 아닌 만큼 허가를 필요로 하지 않고, 의료 신기술 등으로도 분류되지 않는 만큼 의료법상 왓슨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IBM 인공지능 왓슨의 슈퍼컴퓨터.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어차피 최종 진단과 처방은 의사의 몫"이라며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보조 수단으로 왓슨을 활용할 뿐이다. 그 판단에 따른 책임은 당연히 의사에게 귀결된다"고 말했다.하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실제로 의료 현장에서는 다양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환자가 의사의 결정이 아니라 AI 닥터의 의견을 더 신뢰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이언 길병원 단장도"왓슨이 우리나라 가이드라인과 맞지 않는 결정을 내렸을 때 의사가 한국과 미국 등의 상황을 고려해 환자에게 이를 알려주게 된다"며 "만일 환자가 의사보다 왓슨의 결정을 더 신뢰하게 될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고백했다. 따라서 AI 닥터의 역할과 능력이 더 크게 향상될 미래를 대비해서 제도적인 정비는 물론 의학교육 전반의 변화도 필요하다.

이영미 고려대 의과대학 의인문학교실 교수는 "AI 닥터 시대에는 첨단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환자와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의사가 미래에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국내 의학교육 시스템은 AI 시대에 필요한 두 가지 역량을 모두 갖춘 의사를 키워내는 데 최적화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방적인 지식을 전수하는 전당이었던 강의실 수업은 교수와 학생 사이의 쌍방향 학습으로, 경쟁적 학습 분위기는 학생 간 상호협력을 통해 집단 창의력을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변화의 요구에 대한 개방성, 수용성,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연구소장은"AI 닥터의 의견과 인간 의사의 의견이 다를 경우 어떤 의견에 따라야 할지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고, AI 권고안을 받아들여 치료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왓슨이 분석한 의학 정보를 의사가 살피는 것을 이미지화한 모습.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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