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혼 규정 탓..50년 만에 이대 졸업 '원조 체조요정'
[경향신문] ㆍ65학번 최영숙씨 ‘화제’
ㆍ4학년 때 재일교포와 결혼 ‘제적’

‘금혼’ 규정 때문에 결혼 뒤 대학을 그만둔 여자 기계체조 선수가 입학 50년 만에 대학 졸업장을 받게 됐다.
1968년 9월17일, 남녀 국가대표 기계체조 선수의 결혼 소식이 세상에 알려졌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1964년 도쿄 올림픽과 1967년 도쿄 유니버시아드에 함께 출전한 최영숙(69)·강수일(73)씨였다. 일간지에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이 큼지막한 사진과 함께 실릴 만큼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최씨는 기계체조 유망주였다. 최씨는 “중학교 1학년 때 체육 선생님의 눈에 띄어 운동을 시작했다.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1등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고 했다. 최씨는 성장을 거듭했고 고등학교 1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혔다. 최씨는 이후 여러 대학의 제안을 뿌리치고 1965년 이화여대에 입학했다.
최씨는 대학에 입학한 뒤에도 출전한 각종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2학년 때는 개교 80주년 행사에서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씨는 결혼과 함께 ‘대학 졸업장’을 잃었다. 당시 이화여대에는 ‘금혼’ 규정이 있었다. 이화여대는 기혼자에게 입학·졸업은 물론 편입학 자격도 주지 않았다. 이른바 ‘금혼학칙’이 최씨에게도 예외없이 적용됐다. 기사를 보고 결혼 사실을 알게 된 이화여대 측은 체육학과 4학년이던 최씨에게 제적 통보를 했다.
최씨는 2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2015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학교로부터 제적당한 지 48년 만에 졸업장을 받았다. 최씨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여서 그런지 설렘보다는 차분한 마음이 더 크다. 하지만 졸업장을 받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은 건 사실”이라며 “손녀도 오고 가족들이 내 졸업식 때문에 다 모이니 졸업을 늦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씨는 결혼한 뒤 재일교포인 남편 강씨를 따라 일본으로 건너갔고, 일본에서 개인사업을 했다. 체조와의 인연도 이어갔다. 국제심판 자격증을 따서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리듬체조 심판으로 활약했다. 그러다 2004년 이화여대가 금혼학칙을 폐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최씨는 지난해 체육학과에 재입학해 졸업까지 남은 8학점을 소화했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수업을 들었고, 강의 과제물도 꼬박꼬박 제출했다. 이화여대 축제 때는 무대 위에 올라 댄스 공연도 함께했다.
최씨는 이날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장을 받아 최고령 학부 졸업생이 됐다. 최씨는 이날 오전 내내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예전에는 8월에 졸업하는 이른바 ‘코스모스’ 졸업생이 별로 없었는데 오늘 졸업식에 와보니 사람이 많고, 성대하게 졸업식을 해 깜짝 놀랐다”면서 “50년 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이대생으로서의 자긍심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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