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문화재>태조 이성계가 도읍 정하며 기도.. 서울 시내에 있는 5m 높이의 보물


옥천암 ‘마애좌상’
서울 종로구 홍지동에 있는 상명대 앞 세검정삼거리에서 홍제천을 따라 서대문구 홍은사거리 쪽으로 150m쯤 걷다 보면 홍지문(弘智門)이 나온다. 홍지문은 한양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하는 관문(關門)이었으며 지금은 종로구와 서대문구를 가르는 경계다. 여기서부터 다시 홍은사거리 쪽으로 450m 정도 더 가면 홍제천 위에 놓인 보도교(普渡橋) 건너편에 보도각(普渡閣)이 씌워 있는 높이 5m의 거대한 암석을 볼 수 있다. 2014년 보물 제1820호로 지정된 옥천암 마애좌상(玉泉庵 磨崖坐像·사진)이다.
옥천암은 글자 그대로 맑은 샘물을 말한다. 여기서 나오던 샘물이 약효가 있어 환자들이 모여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보도(普渡)는 모든 중생을 제도한다는 의미다. 불교에선 관세음보살의 발원을 가리킨다.
마애좌상은 이 암석의 정면에 새겨진 불상이다. 전체적으로 하얀색이 칠해져 있고, 머리엔 꽃무늬가 장식된 화려한 관(冠)을 쓰고 있다. ‘백불(白佛)’ 또는 ‘해수관음(海水觀音)’이라고도 부르는데 백불은 외국인들이 과거 ‘화이트 붓다(White Buddha)’라고 기록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깨 뒤로는 검은 머리카락이 길게 늘어져 있다. 비교적 둥근 얼굴에 눈이 가늘고 입이 작게 표현돼 고려시대 불상의 일반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옷 주름은 선이 깊지는 않지만 신체 전반으로 부드럽게 흘러내리고 있다. 오른손을 들어 엄지와 중지를 맞대고 왼손은 무릎 위에 올려놓은 아미타불의 손 모양을 하고 있다.
마애좌상은 1973년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7호로 지정됐다가 2년 전 보물로 승격됐다. 고려시대 불상으로서의 가치가 새삼 높이 평가됐기 때문이다.
마애좌상은 도성인 한양에서 매우 가까이 있는 불상으로서, 조선 초기에도 기복(祈福)의 대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태조 이성계가 한양에 도읍을 정할 때 이 불상 앞에서 기원했으며 흥선대원군의 부인도 아들을 위해 기도했다는 말이 전해 내려온다.
마애좌상은 최근 새로 단장했다. 홍제천 변에 있어 방문객들이 머무르기에 부족했던 공간을 넓히고 안전 펜스를 세우는 등 주변 정비를 마쳤다.
마애좌상이 눈에 들어온 것은 그 엄청난 크기와 형태, 접근성에 있어 서울 시내에서 보기 드문 불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엔 가치에 비해 덜 주목받은 것 같다. 그 위로 내부순환로가 지나고 있고 홍제천을 건너야 해 무심코 지나가면 시야에 걸리지 않았던 탓이다.
그러나 보물로 승격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막상 실물을 보면 그 규모에 새삼 놀라게 된다. 기자가 찾아간 날에도 마애좌상 앞뒤에서 기도를 올리는 방문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서대문구청의 관계자는 “마애좌상이 보물로 지정됐으나 아직 인근 주민들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종교와 상관없이 고려시대 불상을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은 역사 공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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