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염소 가죽 위에 그린 1100억짜리 지도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 기자ㆍ이채윤 학생기자] 지난 10월 초 어느 날 미국 뉴욕 맨해튼 동쪽에 위치한 한 사무실 바닥에 알록달록한 지도 한 장이 펼쳐져 있었다. 오는 2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릴 유럽순수예술재단(TEFAF) 박람회에 사상 최대 경매가로 나올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지도’였다.
![1531년 비스콘테 매그길로가 그린 것으로 알려진 세계 지도 [출처=다니엘 크라우치 레어 북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610/20/ned/20161020101902926qvyt.jpg)
겉보기엔 ‘색’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가 채색한 현대판 지도 같지만 놀랍게도 이 지도의 나이는 무려 485세다.
희귀한 서적이나 지도ㆍ악기 등을 경매하는 인터넷 사이트 ‘다니엘 크라우치 레어 북스(Daniel Crouch Rare Books)’는 이 지도의 경매 시작가를 1억달러로 책정했다. 우리 돈 1138억원 정도다. 다니엘 크라우치 레어 북스의 대표인 다니엘 크라우치는 “이런 종류의 세계지도는 많이 접했지만, 이렇게 빛이 나는 지도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미국 동부 해안과 항구들을 묘사한 모습이 오늘날 지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밀하고 세밀하다. [출처=다니엘 크라우치 레어 북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610/20/ned/20161020101903105sjhf.jpg)
폭 204㎝ㆍ높이 91㎝의 이 지도는 담고 있는 의미도 남다르다. 미국 동부 해안과 뉴욕 항구를 자세히 그려낸 현존하는 첫 지도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해상 실크로드의 개척자라 불리는 페르디난드 마젤란(Ferdinand Magellan)의 항해길을 그린 가장 오래된 지도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 지도를 누가 그렸을까. 바로 이탈리아 제노바 출신의 선원이자 지도제작자인 비스콘테 매그길로(Vesconte Maggiolo)이다. 그는 이 지도를 1531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는 포르톨라노 평면구형도식으로 그려졌다. 나침반 중심에서 뻗어나가는 직선을 그려 넣어 정확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출처=다니엘 크라우치 레어 북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610/20/ned/20161020101903374lojs.jpg)
16세기에 그렸다고 하기엔 방식이 정교하다. 포르톨라노 평면구형도(Portolan planisphere)식이다. 나침반 중심에서 방사상으로 뻗어나가는 직선을 그려 넣어 지구의 두 반구를 묘사한 것이다. 항만이나 해안선은 경험적으로 추정된 상대적 위치를 표시한 것이지만, 그 모양과 위치는 오늘날의 해도에 뒤지지 않을 만큼 상세하다.
![지도를 펼쳤을 때 위쪽과 아래쪽, 양면에서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출처=다니엘 크라우치 레어 북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610/20/ned/20161020101903574qyzf.jpg)
화려한 색감은 보는 이들의 이목을 끈다. 빨강ㆍ파랑ㆍ초록ㆍ노랑 등의 단색을 단순히 칠한 것이 아니다. 다채로운 색상조합으로 명암까지 표현했다. 그렇다면 5세기가 흐르는 동안 글씨와 색들이 잘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염소 가죽’(Goat Skin)에 있다.
염소 가죽은 얇지만 섬유가 치밀하다. 매그길로는 탄력성이 우수해 형태가 망가지지 않는 염소 가죽의 장점을 십분 이용했다. 지도를 펼쳤을 때 위쪽과 아래쪽 모두에서 볼 수 있도록 제작된 것도 특징이다.
![아프리카 대륙을 가득 채운 네 명의 왕. 솔로몬과 프레스터 존, 그리고 익명의 왕 두명을 그렸다. [출처=다니엘 크라우치 레어 북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610/20/ned/20161020101903772lrpm.jpg)
세부사항도 놓치지 않았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동물인 코끼리나 말 등을 그려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상상의 동물인 유니콘과 용도 등장한다.
특히 아프리카 대륙을 장식한 네 명의 왕은 당시 서방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스라엘 왕국의 제 3대 왕이자 ‘지혜의 왕’으로 알려진 ‘솔로몬(Solomon)’과 에티오피아에 왕국을 건설했다는 열렬한 기독교인 ‘프레스터 존(Prester John)’도 그려져 있다.
나머지에는 왕국을 나타내는 화려한 게르만 있을 뿐 앞을 지키는 왕은 보이지 않는다. 이는 서양인들로 하여금 가보지 못한 대륙에 대한 궁금증에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지도에는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의 모습도 있다.[출처=다니엘 크라우치 레어 북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610/20/ned/20161020101903998uorj.jpg)
이 지도가 오는 22일 열리는 TEFAF 박람회에서 1억달러에 낙찰되면 공식적으로 경매 최고가를 경신하게 된다. 현재 사적으로 거래된 지도 가운데에선 2003년 낙찰된 ‘월드시뮬러 지도(Waldseemüller map)’가 1억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크라우치는 “몇 세기에 걸친 예술의 역사를 두고 봤을 때, 결고 비싼 가격이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지도를 마음에 두고 있는 이들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채색본.[출처=K옥션]](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610/20/ned/20161020101904162nhvr.jpg)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최고의 지리학자 김정호가 1861년 제작한 ‘대동여지도’ 채색본이 지난 6월 경매에 나왔다. 경매 추정가는 25억원.
어떤 근거로 이 같은 추정액이 나왔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지도의 편의와 실용성ㆍ판화의 예술미까지 갖춘 이 작품이 그 정도 가치는 있다는 것이 당시 K옥션 관계자들의 중론이었다.
출품됐던 대동여지도는 세로 약 6.7mㆍ가로 약 3.8m로 접었다 펼칠 수 있는 22첩 완질본이다. 세우면 건물 3층 높이에 달한다. 산맥ㆍ수맥 뿐 아니라 각 군의 위치와 크기ㆍ도로교통 정보 등이 정확히 표기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군현마다 5가지 색으로 각기 다르게 채색해 행정구역의 범위와 경계가 한눈에 들어온다.
약 20여개 기관에서 소장중이며 현재 3점의 대동여지도가 보물로 지정돼있다. 출품된 대동여지도는 현존하는 3점의 대동여지도 목판 채색본과 같은 것이라는 ‘희귀본’이라는 평가로 경매 전부터 관심을 받았다.
당시 유찰됐던 이 대동여지도 채색본은 지난달 익명의 국내 소장가에게 추정가에 못미치는 수준으로 낙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y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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