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군의 옛지도 여행] 충북 음성에는 현존 조선 최고(最古) 세계 지도 만든 권근의 묘와 사당이 있네

음성 답사를 가면서 조선시대 옛지도는 준비했는데 현대 관광지도를 가져가지 못했다. 옛 군현의 객사와 동헌은 사라져도 향교는 일제강점기에도 대부분 남아 있었다. 그래서 확실하게 남아 있는 음성향교를 먼저 찾았다.

향교 앞에 비석들이 서 있다. 충청관찰사와 음성 수령들의 선정비와 공덕비들이다. 관아 앞에 있었던 것을 향교 앞에 옮겨 놓은 것이다. 음성향교는 조선 명종 14년(1560)에 석인동에 처음 세워졌다가 임진왜란 이후에 현재의 위치로 옮겨왔다.

현대지도를 가져 오지 않았으니 지리적 상상력을 통해 객사와 동헌의 위치를 추정해 보았다. 옛지도와 현재의 향교 위치를 기준으로 상대적 위치를 가늠해보았다. 방향과 산줄기를 살피고 향교 주변의 학교와 관공서를 찾아보았다.

향교 근처에 초등학교가 보이는데 수봉초등학교다. 1911년에 개교한 학교다. 옛지도를 보면 향교의 서쪽에 위치하면서 약간 아래쪽에 그려진 건물이 객사다. 객사 옆에는 동헌이 그려져 있다. 객사를 없애고 그 자리에 세운 것이 수봉초등학교, 동헌 등 여러 관아가 있었던 곳에 음성군청이 들어선 것으로 판단된다.

수봉초등학교에서 나와 음성군청으로 향했다. 군청 입구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고향 음성’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다시 옛지도를 통해 상대적 위치를 비교해 보니 동헌 등 관아들이 있던 곳이 군청이 된 것이 확실하다는 판단이 섰다.

군청 3층에 있는 관광홍보과에 가서 현대 관광 안내도를 구했다. 관광안내도에서 수정산성, 미타사, 가섭사, 권근 3대묘소와 신도비가 눈에 들어온다.

군청에서 나와 이 순서대로 답사해보기로 했는데 장이 서는 모습이 보였다. 읍내에 흐르는 하천인 음성천의 일부 구간을 복개하여 주자창으로 만든 곳이 있어 차를 세우고 장을 구경하였다. 다른 도시의 장날 풍경과 비슷하다.

장에서 나와 수정산성을 찾아갔다. 옛지도는 수정산(水晶山), 동국여지승람에는 수정산(水精山)으로 기록된 곳이다. 옛지도에도 산성이 그려져 있고 관광안내도에도 수정산성이라 적혀 있어 산성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까하고 갔는데 입구는 농공단지가 조성되어 있어 길을 찾지 못하고 돌아섰다.

미타사로 향했다. 절 입구에 ‘지장제일도량(地藏第一道場)’이 적혀 있고 어마어마한 크기의 지장보살이 세워져 있다. 동양 최대규모라고 이야기한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 크게 느껴진다. 지장보살 앞에는 수많은 납골묘가 만들어져 있다.

미타사를 지장보살성지라고 이야기하지만 문화재적 가치 측면에서는 마애여래입상이 더 중요하다. 지장보살상에서 미타사의 본전으로 가는 길 왼쪽에 조성된 것이다. 부처의 열가지 이름 중 하나가 여래(如來)이고, 자연 암벽의 평평한 면에 조각되었으니 마애(磨崖), 서 있는 형태로 만들어졌으니 입상(立像)이다. 그래서 마애여래입상(磨崖如來立像)이라고 하는 것이다.

전체 높이는 405cm, 어깨너비 124cm 라고 안내문에 적어 놓았다. 고려 후반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현재 미타사 이전에도 사찰이 있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 세련된 느낌은 없었다.
수봉초등학교에 세워놓은 개교 100주념 기념비에는 ‘가섭산(迦葉山) 정기를 받은 새싹들은 수정산(水精山) 자양을 듬뿍 머금으며 큰 일꾼으로 자라났다’는 구절이 등장한다. 수정산은 산성이 있었던 읍치 동쪽의 산이다. 읍치 북쪽에 있는 음성의 진산(鎭山)이 가섭산(710m)이다.
가섭산에 있는 사찰이 가섭사이다. 이곳을 찾아갔다. 한쪽은 절벽인 좁고 꼬불꼬불한 길을 두려움에 떨며 한참을 올라갔다. 선배가 답사에 동행하지 않았다면 절대 혼자서는 이 길을 가지 않았을 것이다. 절 앞마당에 내려 보니 규모가 작은 절이었다.
극락보전 앞에 ‘가섭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迦葉寺 木造阿彌陀如來坐像)’에 대해 설명해 놓았다. 극락보전 안에 모셔진 느티나무로 만들어 금박으로 도금한 90cm 높이의 불상을 말하는 것이다. 불상보다는 이 절에서는 내려다보는 전망이 좋았다.
음성현 옛지도에서 가장 위쪽에 그려진 산이 가섭산이고, 가섭산의 맥이 음성 읍치로 이어진다. 고을의 진산(鎭山)이니 한 눈에 내려다이는 장소인 것이다.
전망은 좋지만 가는 길이 무서웠던 가섭사에서 내려와 관광안내도에 ‘양촌 권근 3대 묘소와 신도비’라고 적힌 곳으로 갔다. 음성군 생극면 방축리에 있다. 양촌 권근(陽村 權近, 1352-1409)과 아들 권제(權踶), 손자 권람(權擥)의 사당, 묘소, 신도비가 있는 있는 곳이라 이렇게 이름 붙였다.
마을 입구에 배치도가 있고 정면에 각각의 사당이 있다. 사당 오른쪽에 무덤이 있다. 무덤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신도비가 세워져 있다. 권근의 사당 앞에는 돌에다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를 새겨 놓았다. 조선 태조 4년(1395)에 처음 만든 천문도(天文圖)인데 권근이 설명문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선조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권씨 문중에서 세운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세계 지도 중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지도가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다. 일본 류코쿠대학(龍谷大學)에서 소장하고 있다. 조선 태종 2년(1402)에 권근, 김사형, 이무, 이회가 참여하여 만든 지도다. 이 지도 아래쪽에 발문(跋文)이 적혀 있는데 이 글을 권근이 썼다. 한국 지도학사에 있어 중요한 인물이다.
3대의 사당과 묘소를 둘러본 후 생극면에 있는 해장국집에서 점심을 먹고 답사를 마쳤다. 음성은 청결고추, 인삼, 복숭아, 수박 등을 특산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군청에도 반기문 UN사무총장의 고향, 관광안내도에도 반기문의 고향이라고 홍보하고 있었고 마라톤대회 이름도 반기문 마라톤대회이다. 선배와 밥을 먹으며 음성군의 최고 특산품은 반기문이라는데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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