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반퇴세대·개저씨를 아시나요? 한국사회의 현주소 '팍팍'

디지털뉴스국 2016. 10. 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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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혐(여성 혐오) 현상을 싫어하다는 의미의 '여혐혐', 조기퇴직을 한 후 노후를 위해 다시 일자리를 찾는 세대 '반퇴세대', 살기 어려운 한국사회를 비유한 '헬조선', 다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주위 사람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연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 '커퀴' 등은 최근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신조어들이다.

요즘 신조어들을 들여다 보면 비슷한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불거지고 있는 갈등과 고민, 심지어 일반인들의 관심사까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이 국립국어원으로부터 받은 2015년 신어조사 결과에 따르면 갈수록 살기 팍팍해지는 현세태를 표현한 낱말들이 상당했다.

우선 이제 젊은이들 사이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보다 흔하게 쓰이는 '헬조선'이 있다. 비슷한 말로는 '지옥불 반도'가 있다. 청년들이 자괴감과 열등감을 표현할 때는 '센송'이라는 말을 쓴다. '조선인'의 일본식 발음인 '조센징'과 '죄송'이 결합된 신조어다.

평균 수명은 늘은 반면, 은퇴 시기는 앞당겨진 요즘, 노후생활을 위해 재취업이나 창업을 해야 하는 '반퇴세대'와 이들이 사는 데 필요한 자산인 '반퇴자금'도 우리 사회의 슬픈 단면을 보여준다. 퇴직 이후 국민연금을 받기까지의 기간은 빙하의 깊은 균열에 빗대 '퇴직 크레바스'라고 부른다.

직장인의 고달픔이 단긴 신조어도 있다. 휴식을 포기할 정도로 바쁘게 사는 '쉼포족'이 대표적이다. 희망퇴직과 구조조정 때문에 휴가철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직장인들은 회사로 '출근 휴가'를 가기도 한다.

청년층의 팍팍한 현실을 반영한 낱말도 부지기수다. 우리 주변에는 취업을 위한 영어 공부에 과다한 교육비를 지출해 가난해진 '잉글리시 푸어'가 즐비하다. 취업이 더 어려운 인문계 출신들은 '문송하다'며 인문학이 아닌 '잉문학'이라고 자조한다. 취업시장에서 최약자인 지방대 출신 여자 인문대생은 '지여인'에게도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다.

상대 여성에게 이것저것 시시콜콜 설명하며 잘난 체하는 남성은 '맨스플레인'이라는 비아냥을, 다른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여성은 '걸크러시'로 흠모를 받는다. 일부 여자 연예인은 여성팬을 몰고 다니는 '여덕몰이'를 한다.

외로운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솔리타리우스'는 1인 가족이 대세인 시대에 새롭게 나타난 인간형이다. 혼자서 식사하는 '혼밥남'에 더해 음식을 직접 해서 먹는 '해먹남', 그 과정을 방송으로 보여주는 '해먹방'도 등장했다.

근거 없이 멋대로 추측·판단하는 사람은 '궁예질'을 한다고 비판받는다. 관심법을 쓴다고 주장한 궁예에 빗댄 말이다. 매사 진지한 '진지충', 알 만한 얘기를 지루하고 장황하게 하는 '설명충'도 환영받지 못한다. 남에게 피해나 혐오감을 주는 커플은 바퀴벌레에 비유해 '커퀴'라고 부른다.

다소 과격하지만 '∼충'과 함께 접두어 '개∼'도 다양한 낱말을 만든다. 아주 큰 이익은 '개이득', 아주 재미없으면 '개노잼', 해결 방법이 없으면 '개노답'이다. '개∼' 대신 '핵∼'을 집어넣어도 뜻은 거의 같다. 본인을 '개저씨'(못된 성인 남자)로 부르는 것을 들었다면 주변인들에게 인기가 없다는 의미다.

'낄끼빠빠'(낄 때는 끼고 빠질 때는 빠져야 함),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기), '세젤귀'(세상에서 제일 귀여움), '얼빠몸빠'(얼굴에 빠지고 몸매에 빠짐)처럼 줄인 말도 인기가 여전했다.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 경우에 따라 다름)의 변형인 '사바사'는 '사람 바이 사람'을 줄인 말로, 사람에 따라 생각이나 행동이 다를 수 있음을 뜻한다.

여러 언어가 혼합된 신어도 있다. 외모나 능력 따위가 보통 사람으로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 '낫닝겐'은 영어의 'not'과 인간이라는 뜻의 일본어 '닝겐'을 합친 말이다. '딥빡'(매우 성이 나서 화가 남)도 고유어 박('머리통'을 속되게 이르는 말)의 변형인 '빡' 앞에 영어 'deep'을 붙여 뜻을 강조했다.

국립국어원은 해마다 언론매체에 새롭게 등장해 빈번하게 사용되는 낱말을 조사하고 있다. 이달 초 개통한 개방형 국어사전 '우리말샘'도 조사에 활용된다. 지난해 수집된 신어는 277개였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한때 신어 조사 결과를 일반 국민에게 발표했지만, 정제되지 않은 낱말을 공적으로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앞으로는 연구용으로만 활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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