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포켓몬 고'는 무엇?.. '현실+가상' 결합 캐릭터 사냥


‘포켓몬 고’ 열풍과 증강현실 ( AR )
전 세계적으로 증강현실 기반 게임 ‘포켓몬 고(Pokemon Go)’의 열기가 뜨겁다. 국내도 이미 126만 명 이상이 게임을 내려받았다. 아직 국내에 출시조차 되지 않아 미국 구글 계정 등을 통해 받아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감안하면 놀라운 숫자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전체 순위에서는 85위, 게임 중에서는 4위에 해당한다. 포켓몬 고가 인기를 얻으며 업계 안팎에서는 게임의 인기 요인에 대한 분석과 함께 뜬금없는(?) 구글 지도 반출 허용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직접 나서 국내 기업의 ‘역차별’ 문제를 성토한 이유다. 포켓몬 고를 둘러싼 모든 것을 알아본다.
1 ‘포켓몬 고’는 무엇
포켓몬 고는 닌텐도 자회사 ‘포켓몬컴퍼니’와 미국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소프트웨어 개발사 ‘나이언틱’이 공동 제작한 증강현실 모바일 게임이다. AR 기능을 GPS, 구글 지도와 결합해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포켓몬을 수집하고 훈련시켜 대전(對戰)은 물론, 거래까지 할 수 있다.
이달 6일부터 미국, 호주, 뉴질랜드, 독일, 영국 등에서 출시돼 돌풍을 일으켰다. 우리나라는 출시 지역에서는 제외됐지만, 강원 속초시와 경북 울릉도 등 일부 지역에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속초행 버스가 매진되는 현상도 빚어졌다. 게임을 하려면 현실 세계 특정 위치로 이동해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과 현실이 합쳐진 환경이 필요하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현실 공간에서 3D로 이뤄진 포켓몬이 나타나는 것을 알아낼 수 있고, 지도 위에 포켓몬 캐릭터가 나타나면 이를 포획할 수 있다. 잡은 포켓몬은 키워 다른 사용자와의 대전도 가능하다.
2 ‘포켓몬스터’란
‘주머니 속 괴물’이란 뜻이다. 줄여서 포켓몬이라고 부른다. 포켓몬은 어느 생태계에도 속하지 않는 수수께끼의 특수 생명체다.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초인적인 힘을 낸다. 1995년 일본에서 어린이용으로 제작된 오락게임으로, 이후 텔레비전, 만화, 영화, 캐릭터 상품 등으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포켓몬은 피카츄, 슬리프, 크랩, 탕구리 등 151개 몬스터를 확보한 마스터 트레이너가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 롤플레잉게임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새 몬스터가 계속 추가됐다. 애니메이션 포켓몬 역시 수많은 괴물을 비롯해 속도감 있는 화면 전개와 독특한 변신 섬광, 다양한 캐릭터와의 배틀 구도 등을 통해 인기를 끌었다. 1997년 12월 일본에서 강렬한 빛이 화면에 가득 뒤덮이는 장면으로 어린이들이 집단 섬광 발작을 일으키는 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3 AR와 VR
포켓몬 고는 AR 기술이 사용됐다. AR는 현실 세계에 3D의 가상물체를 겹쳐서 보여주는 기술을 활용해 현실과 가상환경을 겹쳐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만화 드래곤볼의 스카우터와 같은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스카우터를 통해 보면 상대방의 전투력에 대한 정보가 나타나는 형태다.
이에 반해 VR는 VR기기를 쓰면 가짜 현실을 마치 현실인 것처럼 느끼도록 하는 기술이다. 롤러코스터를 실제로 탄 것처럼 느끼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옷을 실제 입어보지 않아도 입은 것과 같은 영상을 볼 수 있고 체험 학습에도 유용하다. 구글은 지난해 9월 미국 일부 학교 사회과학 수업에 VR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VR는 오락, 영화, 의료, 군사,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VR는 특수한 장비를 착용해 가상 현실을 체험하는 것인 반면, AR는 현실 세계에 특수한 3D 영상을 입히는 기술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4 얼마나 왜 인기인가
시장조사업체 시밀러웹은 미국에서 전체 안드로이드 사용자 대비 포켓몬 고의 일일활동사용자(DAU) 비율이 지난 11일 5.92%로 트위터를 추월했다고 밝혔다. 센서타워가 iOS 사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포켓몬 고 사용자의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은 33분25초로, 페이스북(22분8초)이나 트위터(17분56초)보다 길었다.
이 같은 포켓몬 고의 인기 비결에 대해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는 7가지 법칙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첫 번째로 포켓몬 자체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파워를 꼽았다. 두 번째는 미국에서 여름방학 등을 맞춘 ‘타이밍’이었다. 특히 포켓몬 게임 출시 20년을 맞아 포켓몬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 이들이 구매력을 가진 20대로 성장한 시기 역시 적절했다. 포브스는 그 외에도 △입소문 △향수에서 유발된 충성심 △대규모 광고가 필요 없다는 점 △중독성 △처음 게임하더라도 쉽게 플레이할 수 있는 완만한 학습 곡선 등을 인기 비결로 풀이했다.
5 부작용은 없나
큰 인기만큼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포켓몬 고에 열중하다 각종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지난 19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10대 청소년 3명이 오하이오주에 있는 페리 원전 부지 내 주차장에 오전 3시 무단으로 침입했다가 경비원들에 의해 쫓겨났다고 밝혔다. 보스니아에서는 포켓몬 고를 하는 사람들이 지뢰 매설 지역까지 들어갔다는 보도도 나왔다.
지난 14일 외신들은 미국 뉴욕주 오번에서 자동차 운전자가 운전하며 포켓몬 고를 하다 나무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으며,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15세 소녀가 포켓몬을 잡으려 교차로를 횡단하다 자동차에 들이받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6 닌텐도 주가
닌텐도의 주가는 지난 6일 포켓몬 고 출시 이후 급격하게 상승했다. 시가총액도 4조5000억 엔으로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2배 이상 증가했다. 닌텐도는 포켓몬 고의 캐릭터로 등장하는 포켓몬스터의 지식재산(IP)을 보유하고 있다. 포켓몬 고의 제작사인 나이언틱도 구글과 닌텐도의 합작품이다. 사실 닌텐도는 포켓몬 고의 성공 전까지만 해도 과거의 영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거론됐다. 대세인 모바일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고 콘솔 게임에만 집착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닌텐도에는 IP가 있었다. 과거에도 AR 기반 게임들이 출시됐으나 시장에서 별다른 반향을 만들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포켓몬 고 흥행의 일등 공신은 게임에 등장하는 포켓몬스터라는 평가다. 닌텐도는 포켓몬스터 외에도 전 세계인에게 인기가 높은 마리오, 젤다 등 IP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7 국내서 게임 왜 안되나
일차적인 이유는 포켓몬 고의 제작사인 나이언틱이 아직 국내에 게임을 정식 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이언틱은 시스템 과부하 등을 이유로 출시국을 천천히 늘려 나가고 있다. 초기 미국과 호주에 출시한 뒤 현재까지 35개국에 출시했다. 나이언틱은 지도상에서 해당 국가에 해당하는 부분의 GPS를 켜고 끄는 방식으로 게임을 출시하는데 아직까지 국내는 미출시 국이기 때문에 GPS가 꺼져 있다.
포켓몬 고는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지도에 표기한 뒤 사용자가 지도를 따라 이동하면서 즐기는 게임이기 때문에 나이언틱이 GPS 신호를 켜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8 속초선 왜 가능한가
나이언틱은 지도를 세분화해 권역별로 GPS를 켜고 끄지만 권역이 국가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포켓몬 고의 서비스 권역은 △북부(NR) △아메리카(AM) △아프리카(AF) △아시아(AS) △태평양(PA) △남부(ST) 등 6개로 나뉜다. 속초와 울릉도 지역 등은 NR 권역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강원 영동 북부와 울릉도 등의 지역은 미국과 동일한 서비스 권역(NR)에 포함돼 GPS 신호를 수신할 수 있어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속초에서도 완전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포켓몬 고는 구글 지도와 GPS, 그리고 AR를 결합한 게임이지만 현재 구글은 자사 해외 서버에 국내 정밀 지도를 확보하지 못했다. 구글은 최근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정밀 지도 반출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정밀 지도 반출을 제한하고 있다.
9 국내업체 역차별 논란
일부에서 포켓몬 고의 국내 출시를 위해 구글 지도 반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이에 대해 최근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사안은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두면 해결될 일이지만 구글이 국내법을 바꾸려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으려는 이유가 세금 회피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의장은 “그렇게 (지도 반출을) 안 하면 ‘게임’을 못하는 것처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네이버가 (법을 바꿔 달라고)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존 행크 나이언틱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은 보안 이슈 때문에 구글 지도 기능과 관련해 제약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출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10 국내 기술 수준은
업계에서는 국내 업체들도 충분히 AR 기반 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 2011년 KT가 ‘올레 캐치캐치’라는 AR 기반 게임을 선보인 적이 있다. 올레 캐치캐치는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한 뒤 카메라로 주변을 비추면 몬스터 캐릭터가 나타나고 해당 몬스터를 잡으면 포인트 획득이 가능한 포켓몬 고와 비슷한 방식의 게임이었다. 그러나 해당 게임은 현재 서비스가 종료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포켓몬 고와 비교해 올레 캐치캐치의 ‘올레몬’이나 ‘머거몬’ 등 캐릭터가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실패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지난해에는 SK텔레콤이 구글의 AR 프로젝트 탱고에 참여해 ‘T-real for 프로젝트 탱고’라는 AR 콘텐츠 제작 플랫폼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조만간 국내 인기 IP 뽀로로를 활용한 ‘뽀로로 고’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석범·임정환 기자 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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