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한글날, 현주소는 ②] '한글 글꼴의 진화' 너무 손놓고 지내왔다

2016. 10. 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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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움체ㆍ바탕체… ‘글꼴’도 문화인데…

-일제 강점기에 끊어졌던 글꼴의 역사

-최근 ‘문화’라는 이름으로 부활시도들

-“아름다운 글꼴, 본격적으로 연구해야”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 “글자란 사상이나 뜻을 전달하는 도구이다. 그러므로 읽는 사람이 피로감을 느끼지 않게 글자가 디자인되어야 한다. 글자를 하나하나 쓴다는 것은 예술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글씨를 쓴다고 말하지 않고 자형 설계를 한다고 말하기를 좋아한다.”(한글 디자이너 최정호 선생(1916∼1988))

같은 글자라도 글꼴에 따라 글의 느낌은 달라진다. 사진은 ‘안녕’이란 말을 각각 문체부 제목 돋움체, 문체부 제목 바탕체, 문체부 훈민정음체로 작성한 이미지.

한글과 국어는 다르다. 말과 글로서 ‘국어’는 많은 관심을 받아온 반면 ‘문자’로서 한글, 특히 한글의 모양인 글꼴은 비교적 관심영역 밖이었다. 하지만 최근 한글이 여러 디자인과 예술작품에 활용되면서 미학적으로 한글에 접근하는 시도들이 늘고 있어, 글꼴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570년 전인 1446년, 조선의 세종대왕이 처음 ‘훈민정음’이란 이름으로 한글을 반포했을 때만 해도 한글의 글꼴은 비효율적이었다. 오늘날엔 쓰지 않는 고어(古語)로서 획이 각지고 길어서 손으로 쉽게 쓰는 데 부적합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점차 많은 사람들이 한글을 적기 시작하면서 한글의 글꼴은 서적 등에 쓰이는 딱딱한 ‘인쇄체’를 넘어 편지ㆍ낙서 등에 적힌 ‘필사체’로 정착해갔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어 말살 정책’으로 인해 마음대로 우리말을 쓸 수 없었고, 글꼴의 역사도 함께 맥이 끊어졌다. 그리곤 광복 이후 자유롭게 한글로 된 출판물이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글꼴이 체계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1세대 한글 서체개발자인 최정호 선생은 1957년 동아출판사 원도(글자들을 활자화하기 위한 씨그림)를 그려 60년대 출판붐을 일으켰고, 또 다른 서체개발자인 최정순(1916~2016) 선생은 1965년 창간된 중앙일보의 활자체 원도를 그려 교과서와 신문 글꼴 분야를 발전시켰다.

글꼴의 굵기에 따라 강한 느낌을 줄 수도 있고, 작은 글자에서 선명한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이미지는 모리사와 최정호 폰트 중 태고딕HB1(1972). [제공=국립한글박물관]

글꼴은 가독성ㆍ미려성ㆍ조화성의 3대 요소를 갖춰야 한다. 제목에 쓰이는 글꼴은 멀리서도 잘 보이게 굵고 진해야 하며, 본문에 쓰이는 글꼴은 오랫동안 읽어도 눈이 피로하지 않게 획 사이가 넓고 글자들끼리 통일성을 갖춰야 한다. 기본적으로 가로선을 따라쓰는 영어나 정사각형 모양을 이루는 한자와 달리, 한글은 자음과 모음이 어떻게 조합하는 지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글꼴 한 벌을 개발할 때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가령 ‘가’를 쓸 때의 ‘ㄱ’과 ‘곡’, ‘귀’를 쓸 때의 ‘ㄱ’의 모양이 달라 글꼴을 개발할 때 각각 다른 모양의 ‘ㄱ’으로 그려야 하는 것이다.

컴퓨터가 생기기 이전엔 디자이너들이 직접 1만1172개의 글자들을 일일이 손으로 도안(원도)을 그려 활자화해야 했다. 모든 한글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서 만들 수 있는 글자의 수가 1만1172개다. 글꼴 개발이 최소 2~3년이 걸리는 작업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꼴 디자이너인 국립한글박물관의 이가희 연구원은 “글꼴이 도드라지면 정작 중요한 글의 내용들이 잘 안보이기 때문에 글자 모양을 잡을때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며 “본문체 같은 경우 각기 다르게 생긴 글자들을 똑같은 크기로 보이게 하기 위해 0.1㎜의 오차도 없이 글꼴의 무게중심선을 정확하게 잡아야 한다”고 했다.

컴퓨터가 생기기 이전엔 디자이너들이 직접 1만1172개의 글자들을 일일이 손으로 도안(원도)을 그려 활자화해야 했다. 원도를 바탕으로 활자를 제작해도 실제로 인쇄를 해보면 기계적 오차로 인해 다른 글자가 나오기 때문에 원도를 그릴때 이러한 상황들을 모두 감안해 제작해야 했다. 사진은 70~80년대 당시 활자를 사용하던 청타기. [제공=국립한글박물관]

이제 ‘글꼴’은 하나의 문화로 정착하고 있다. 글꼴은 그 자체로 산업이 되기도 한다. 최근 들어 활발해진 글꼴의 저작권 논쟁과 취미로서의 캘리그라피 열풍 현상은 이를 증명한다. 국립한글박물관 글꼴센터의 유호선 학예연구관은 “유럽의 경우 20세기초부터, 고대 파피루스와 중세시절 양피지에 기록된 글들의 글꼴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했다”며 “전쟁과 가난으로 인해 체계적인 연구가 더뎠던 한글의 글꼴도 이제 하나의 문화로서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보존해야한다”고 조언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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