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는 버려라" 은행권 자소서, 이젠 스펙보다 경험

송기영 기자 2016. 9. 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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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자유 시간과 돈이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창의적 사고로 변화를 이뤄냈던 경험이 있습니까?”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에서 취업 준비생들이 줄을 서서 취업 상담을 받고 있다./조선DB

하반기 공채를 진행 중인 은행들의 자기소개서가 달라지고 있다.

올해 은행권의 자기소개서 특징은 지원자의 ‘경험’을 묻는 문항이 대폭 늘었다. 예전에는 지원자의 스펙(학점 등 )과 업무 역량을 주로 물었지만, 최근에는 지원자의 가치관과 삶의 철학을 묻는 질문으로 추세가 옮겨가고 있다.

시중은행 인사담당 임원은 6일 “지원자들의 스펙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지원자의 가치관을 알 수 있는 질문을 많이 하게 된다”며 “지원자의 가치관과 철학이 우리 기업과 어떤 시너지를 낼지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스펙보다 지원자의 ‘가치관’이 궁금한 은행들

국민은행은 지난 달 26일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채용공고를 내고 신입행원 모집에 들어갔다.
국민은행은 올 하반기 공채에서 지난해와 비슷한 300명 안팎의 신입행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일반직과 정보기술(IT)직을 나눠 뽑는다.

우리은행은 지난 달 29일 채용공고를 내고 이달 28일까지 원서접수를 받는다. 우리은행은 지난해와 비슷한 200명 안팎의 신입행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5일 본격 서류접수에 들어갔다. 서류접수 마감은 26일, 채용 인원은 200명 안팎이다.

9일에는 신한은행이 일반직 모집을 시작한다. KEB하나은행과 농협은행도 곧 하반기 채용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은행권 채용 서류 자기소개서는 지원자의 ‘경험’을 묻는 항목이 대폭 늘었다. 은행들은 6~7개의 자소서 문항 중 2~3개를 지원자 경험을 질문하는 데 할애했다.

국민은행은 지원자에게 ‘다른 사람과 함께 힘을 모아 어떤 일을 해결 또는 극복한 경험을 소개하라’고 질문했다. 또 ‘귀하가 살아오면서 목표를 정하고 노력한 경험이 있다면’, ‘귀하가 경험한 일 중 소개하고 싶은 경험은’ 등 7개 문항 중 3개 문항이 경험에 대한 것이다.

우리은행의 자기소개서는 6문항 중 2문항이 지원자의 경험에 대한 것이다. 1번 문항은 도전, 성공, 실패, 지혜, 배려, 행복 등 6개 단어를 제시하고 ‘이 단어를 활용해 지원자 삶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를 작성하라’고 주문했다. ‘지원자의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변화를 이뤄낸 경험에 대해 기술하라’는 문항도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최근 위비뱅크나 위비톡 등 창의적인 금융 서비스를 많이 선보이면서, 지원자의 창의적 경험을 묻는 질문을 항목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조선DB

기업은행도 ‘지금까지 본인이 한 일 중에서 가장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일’, ‘타인과 이해가 상충되는 상황에서 본인이 양보하거나 희생한 사례’ 등 경험에 대한 문항을 2개 제시했다.

이색적인 문항도 눈에 띈다. 국민은행은 ‘당신에게 하루의 자유시간과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며 그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지원자가 여유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를 보고, 지원자의 가치관을 들여다보기 위한 질문이다. 기업은행은 ‘삶에 대한 본인의 가치관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제시하라’고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보면 스펙을 쌓기 위한 경험만 많지, 자발적인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대다수”라며 “자기소개서를 평가할 때 타인의 의한 것이 아닌 자발적 동기에 의한 경험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좁아진 은행권 채용門... “경쟁률 200대 1 예상”

올해 은행권 하반기 채용 인력은 지난해보다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비대면 채널 확대로 점포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 대부분 은행들이 채용 규모를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적게 잡고 있다.

국민은행의 채용 인력은 지난해와 비슷한 300여명이 될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공채를 진행하지 않아 이번 채용에 취업준비생들의 관심이 높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공채만 400여명을 채용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184명을 뽑은 데 이어 하반기에 200여 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이 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635명, 하반기 265명 등 총 900명을 채용했다. 올해 채용 규모가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우리은행의 예상 채용 규모는 200여명이다. 상반기 채용 인력(140명)를 합하면 올해 340여명을 채용하는 셈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470여명을 채용했다.

KEB하나·농협은행은 아직 하반기 채용 규모를 정하지 못했지만 지난해보다는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반응이다. 지난해 하반기 KEB하나은행은 하나·외환은행 통합 이후 첫 공채 1기를 500명 채용했다. 올해 하반200명 안팎이 될 전망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244명·하반기 350명을 뽑았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은행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은 매년 2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하반기 200명을 채용하는 기업은행 대졸공채에 2만4000명이 몰렸다. 경쟁률이 120대 1이다. 국민은행 역시 지난해 290명을 채용했는데 2만여명이 지원했다. 지난해 하반기 은행 공채의 평균 경쟁률은 100대 1이 넘었다. 은행권은 올 하반기 은행 공채 경쟁률이 최대 200대 1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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