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피소추인 박근혜 '탄핵심판 타이머' 작동 시작됐다
ㆍ헌재 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 심판 어떻게 진행되나… 절차와 제도 집중 탐구
국회가 12월 9일 대통령 박근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헌법재판소 역사상 두 번째 탄핵심판 심리가 시작됐다. 피소추인은 박근혜 대통령이며, 소추위원은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다. 2016년 박근혜 탄핵안 의결은 2004년 노무현 탄핵안 의결 때와는 다르다. 2004년에는 탄핵심판 절차를 정해야 했고, 인용과 기각의 기준을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민과 대통령이 적대적인 상황이 되면서 새로운 문제들이 생겼다. 앞으로 있을 탄핵심판의 미묘한 절차를 확인하면서, 헌법이 마련한 탄핵제도의 근본 의미까지 살펴본다.
1 언제쯤 헌재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을 선고할까
박한철 소장 퇴임일이 1월 31일, 이정미 재판관 퇴임일이 3월 13일이다. 현재 상황에서 후임이 임명되기 쉽기 않은 게 사실이다. 1월을 넘기면 8명, 3월 중순부터는 7명이 남는다. 물론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재판관 7명만 있으면 심판은 가능하다. 하지만 일반사건도 아닌 탄핵사건을 7~8명이 선고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법조계 관계자는 “헌법재판은 헌법재판관 9명이 치열한 토론을 벌여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 원칙이다.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을 7명의 토론으로 결정하는 것은 헌재 스스로에게 적잖은 부담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헌재가 내년 1월 선고를 목표로 한다는 예측이 나온다. 기술적으로는 탄핵인용 수준이라는 판단이 나오면 나머지 부분 심리를 적절히 정리하고 심판을 마치는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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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탄핵심판 사건의 결론은 어떻게 나올까
가령 박 소장이 검사 출신이라 보수적이고 그래서 탄핵 인용에 소극적이든가, 안창호 재판관이 새누리당 추천이라 박 대통령을 구할 것이라는 추측은 막연한 인상비평에 불과하다. 헌법재판소 근무경험이 있는 복수의 법조인들은 “재판관 전원일치 인용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들의 관측은 예민한 감각과 정확한 정보에 바탕한 것이다. 오랜 기간 헌재에서 일한 사람들 특유의 헌법감각이 있다. 재판관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느낌이다. 여기에 현직들에게 듣는 생생한 소식까지 있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탄핵인용 수준에서 심판을 정리하더라도 결정문 작성에 문제가 없다. 인용에 필요한 사유 이외 부분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로 적고 잘라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3 탄핵심판 막바지에 박 대통령이 사임할 수 있나
관련법 해석이 팽팽하게 갈린다. 국회법 제134조 2항의 후단은 ‘임명권자는 피소추자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이다. 그렇다면 임명권자 없는 대통령은 어떻게 될까. 사임이 불가능하다는 견해는 이 조항을 만든 취지가 피소추자가 막판 사임으로 파면에 따른 불이익을 제거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고, 대통령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사임 가능하다는 견해는 국회법이 명확하게 정한 범위인 임명권자 있는 피소추자를 넘어서 임명권자가 없는 피소추자의 자유까지 제한하는 확장해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박 대통령이 제시한 사임시기인 4월이 너무 늦어 탄핵으로 나아간 지금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사임을 막자는 논의를 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4 박 대통령이 사임하면 헌재의 탄핵심판은 어떻게 되나
박 대통령이 사임하더라도 헌재의 탄핵심판은 계속된다는 의견이 다수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상당수가 참고하는 한수웅 중앙대 로스쿨 교수의 <헌법학>을 풀어서 인용하면 이렇다. “국회의 임기종료, 당사자의 사임 등은 절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탄핵심판은 헌법적 문제를 해명하여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절차이다. 사임한 사람도 소추대상에 포함시켜야 하는 이유는 공직자에 의한 헌법위반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사임하더라도 헌재는 그가 재임 중에 헌법을 위반했는지를 확인해 미래의 대통령에게 경고하고 헌법을 수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5 소추하는 의회와 심판하는 헌재의 역학관계는 어떤가. 원고와 재판부의 관계인가
아니다. 탄핵은 기본적으로 의회의 권한이다. 헌법재판연구원 발행 <주석 헌법재판소법>에서도 “탄핵제도는 의회를 통한 국민주권의 실현으로서, 의회가 행하는 탄핵소추의 의결은 탄핵 대상자에 대한 대의적 책임추궁의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탄핵절차의 핵심주체는 의회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독일과 같이 탄핵소추와 탄핵심판의 권한을 분리하여 후자의 권한을 의회가 아닌 사법기관에 부여하는 유형이라 하더라도, 전체로서의 탄핵과정은 의회권력과 집행권력 간의 대결구도로 짜여져 있고 사법기관은 그 가운데에서 공정한 판정을 내리는 제3자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탄핵소추와 탄핵심판의 권한과 절차를 어떻게 배분하든, 탄핵의 사유를 어떻게 설정하든 전체로서의 탄핵절차의 핵심적 주체는 의회이다”라고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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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렇다면 헌재는 어떤 경우에 탄핵소추를 인용하나
헌법 제65조 1항의 후단은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이다. 이 때문에 2004년 대통령 노무현 탄핵사건 당시 논란이 있었다. 김기춘 소추위원 측은 “헌재는 법 위반이 있는지만 판단해서, 있다면 인용해야 한다”고 했다. 탄핵절차는 의회가 주도하는 권한이므로 헌재는 절차적 결함만 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에서는 하원이 소추하고 상원이 심리한다. 연방대법원을 비롯한 사법기관은 끼어들지 못한다. 살펴본 대로 독일에 연방의회(하원)와 연방참사원(상원)의 소추 이후 연방헌법재판소 재판이 있지만, 실제 탄핵이 개시된 적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탄핵사건을 심판한 우리 헌재는 법 위반이 중대한지까지 심사해 이런 경우에만 인용한다고 했다. 그리고 뇌물 등 5가지 예시를 밝혔다.
7 박 소장이 청와대와 선고시기 등을 협의해온 것 아니냐는 식의 보도가 있었는데, 영향은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사건에서 선고시기를 두고 양측에 교감이 있었으리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탄핵심판에도 별다른 영향이 없으리라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사실은 정당해산 사건을 심판하던 2014년 여름부터 이제는 선고해도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통진당이 증거를 대량으로 내면서 오히려 선고가 연말로 늦춰졌다. 청와대의 뜻에 따라 당겨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정황들이다. 여기에 박 소장은 선고는 가능한 한 신속해야 한다는 소신이 강하다. 일례로 지난 3월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김영란법은 시행일인 9월 전에, 국회선진화법은 20대 국회 개원 전인 5월 전에 선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헌재법이 정한 180일 선고시한이 사실상 지키지기 어려운 것인데 개정하는 게 어떤가”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박 소장은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는 취지이기 때문에 조항을 삭제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했다. 헌재 관계자는 “박 소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별달리 반응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범준 경향신문 사회부 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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