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살이→처가살이→이혼요구→별거'.."이혼이 정답일까요"

조혜정 변호사 2016. 7. 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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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조혜정의 사랑과 전쟁]

[머니투데이 조혜정 변호사 ] [[the L][조혜정의 사랑과 전쟁]]

Q. 처가 소유 빌라에 살다가 아내와 저희 부모님, 저와 장인장모님 간의 관계가 너무 힘들어서 3개월 전 집을 나왔습니다. 저는 8년 전 결혼해서 지금은 7살, 3살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결혼할 때부터 저희 부모님은 처를 마땅치 않게 생각하셨습니다. 제가 변리사시험에 합격한 상태에서 아내를 소개받아 결혼했는데 아내는 저희 부모님이 기대하는 조건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아들이 변리사 자격을 딴 만큼 저희 부모님은 며느리감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아내는 평범한 집안의 딸이었거든요. 결혼준비하면서 집 마련과 혼수, 예물을 둘러싸고 갈등이 많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부모님의 반대를 물리치고 간신히 결혼을 했습니다.결혼하면 당신들의 기대를 포기할 줄 알았는데 결혼 후에도 부모님의 아내에 대한 시선은 차갑기 짝이 없었습니다. 신혼시절 주말에 부모님 댁에 가면 사소한 트집을 잡아 '며느리 잘못 들어왔다'며 아내에게 독한 말을 퍼부으셔서 아내가 눈물을 흘렸던 적이 수없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아내와 저희 부모님 사이를 중재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이내 그것이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는 걸 깨닫고 포기한 지 오래입니다. 마침내 아내는 2년 전 시댁에 발길을 끊겠다고 선언하고 저희 부모님과 접촉을 하지 않습니다. 저는 아내의 그런 심정이 이해됐기 때문에 굳이 말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처와 부모님이 의절한 상황에서 저는 사위노릇을 해야한다는 점입니다. 저희 부부는 둘째를 낳기 조금 전 장인 소유의 빌라로 이사를 했습니다. 몸이 약한 아내가 아이 둘을 키울 자신이 없다고 해서 장모님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사한 후부터 아내는 아예 집에서 밥을 하지 않고 모든 식사를 4층에 있는 처가에서 해결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처가에서 살다시피 합니다. 제가 퇴근하면 처가에서 처가식구들과 같이 저녁을 먹고 주말에도 장인 장모와 외식을 합니다. 아이들 기르는 문제도 아내와 장모가 상의해서 결정해버리고 제 의견은 묻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처가 건물로 이사한 후 제 가정이 없어진 느낌입니다. 그래도 저는 아내와 아이들이 먼저라고 생각해 처가의 행사와 모임이 모두 참석하고 사위 노릇을 해왔는데 아내는 저희 부모님과의 관계를 개선할 생각이 전혀 없고 장인 장모도 그런 아내 편입니다. 얼마 전 제가 아내에게 이제 좀 시간이 지났으니 우리 부모님과 화해를 해야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아내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다가 "이혼하자"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들은 후 너무 화가 나서 3개월 전 집을 나와서 혼자 지내고 있는데 아직까지 아내는 연락 한 번 하지 않습니다.아내가 저희 부모님과 화해를 할 생각이 없다면 저도 이렇게 비정상적인 결혼생활을 계속할 수는 없을 거 같긴 한데 아이들 때문에 고민이네요. 아내의 말대로 이혼을 하는 게 맞을까요? 이혼하자니 아이들이 걸리고 집에 돌아가자니 부모님을 배신하는 거 같아 생각이 늘 바뀝니다. 이혼을 피하고는 싶은데 길이 안 보이네요.

A. 참 힘드시겠어요. 부모님, 아내, 장인장모 모두 선생님께 소중한 가족들인데, 그 가족들이 심하게 반목하면서 중간에 낀 선생님의 마음고생에는 관심이 없네요. 육아에 처가의 도움을 받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며느리의 시집살이 못지 않은 처가살이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위들이 드물지 않답니다. 선생님은 그 중의 한 분인데 아내와 본가 부모님이 의절한 상황까지 겹쳤으니 몇 배로 힘드실 겁니다.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현재 선생님이 처한 상황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정답은 없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어떻게 해야 맞는 건지?'라는 식의 '당위'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거나 상대방에게 당위를 강요하지 마세요. 물론 아내와 선생님 부모님이 화해하고 선생님이 가족에게 돌아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해답이지만 그게 되지 않는다고 해서 곧 이혼을 해야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배우자의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결혼생활을 오래 유지하는 부부들을 아주 많이 봐왔습니다. 결혼 초기 자기 부모님과의 정신적인 유대감이 강하기 때문에 큰 문제로 인식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유대감의 중심이 자기 배우자와 아이들에게 옮겨가기 때문에 부모님과의 갈등이 덜 중요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결혼생활 햇수로 보아 선생님은 과도기에 있는 걸로 보이네요.

'결혼생활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선생님과 아내가 자신이 참을 수 있는 것은 뭐고 참을 수 없는 것은 뭔지를 잘 생각하신 후 거기서부터 공통분모를 찾는 방향으로 노력하셔야 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선생님과 아내가 상대방에게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포기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홧김에 시작한 별거이긴 하지만 각자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입니다. 지금 괴롭다고 자신의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다시 처가로 돌아가는 선택은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을 만난 기쁨 때문에 잠시 평온할지 모르지만 갈등의 조건과 갈등의 당사자들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갈등이 증폭되어 다시 튕겨져 나가게 될 뿐입니다.

다만 집에 돌아가지는 않더라도 아내와 아이들과는 연락을 끊지 말고 집 밖에서라도 같이 식사를 하거나 시간을 보내면서 가족으로서의 유대감을 유지하도록 하세요. 그 시간에는 상호 부모님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는 규칙을 정하시고요.

처가로 돌아가지 않는 상태에서 가족과 만나면서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는 자신이 원하는 것과 포기할 수 있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그 때 가서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습니다. 만약 그 때 가서도 생각이 정해지지 않는다면 좀 더 기다리시고요. 이혼은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니까 확고한 마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이혼을 할까 말까 하는 갈등 상태라면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제 생각으로는 힘들더라도 두 분이 처가에서 나와 합심해서 아이들을 기르는 생활을 해보시길 권하고 싶긴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아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되는지 잘 살펴 제안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할 수 없는 것을 하라고 하면 관계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점 잊지 마세요.

아무쪼록 두 분이 현명하게 이 위기를 극복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1년 후에도 여전히 갈등 상태라면 다시 한 번 연락주세요. 그 때까지 생각하신 것들을 토대로 같이 방향을 모색해보자구요.

조혜정 변호사는 1967년에 태어나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언론에 칼럼 기고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한변협 인증 가사·이혼 전문변호사로 16년째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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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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