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 헛돈다]④ '두루누리 보험'의 배신.."근로자는 몰라요 사업주는 안해요" 효과도 미비
신규가입 효과 적어 복지 사각지대 못 줄여…KDI "1.5%만 설계대로 정책 효과"가입 유인 적게 제도 설계…사업주·근로자 모두 부담 늘어

경기도 수원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근무하는 임성묵(33)씨는 한 달에 130만원 정도를 번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그는 4대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 월급 130만원은 고용보험과 국민연금료를 떼지 않은 금액이다.
임씨는 정부가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의 일정액을 지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신청을 계속 주저하고 있다. 그는 "사장님한테 얘기했더니 껄끄러워 하더라"면서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소득이 노출돼 건강보험 등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러면 본인 실제 소득도 줄어들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사업주도 원하지 않는데다 근로자 역시 소득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라도 보험료를 내는 것 역시 부담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임씨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두루누리 사업은 10명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월평균 보수 140만원 미만 근로자의 안정적 노후소득을 보장하고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다. 근로자와 사업주가 절반씩 부담하고 있는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에서 최대 60%를 지원한다. 고용보험료는 근로자 월 소득의 1.3%, 국민연금 보험료는 9%이며 근로자와 사업주가 절반씩 부담한다.
정부가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사회보험 제도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기 위해 두루누리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본래 취지와 달리 저임금 노동자들을 사회보장제도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수혜자 늘었지만, 신규가입자는 미미
두루누리 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빈곤층과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공약한 정책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아직도 비정규직의 60%가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앞으로 월 130만원 미만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국가가 국민연금이나 고용보험에 대해 100%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의 단계적 확대를 약속했다.
실제로 제도 시행 이후 보조금 수혜 대상은 계속 확대됐다. 애초 보험료의 33.3∼50.0%였던 보조금 지원비율은 50%로 일원화됐고, 지원 대상인 근로자의 월평균 보수 수준도 125만원에서 140만원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도입 첫해 2650억원이던 사업 예산은 현재 연간 5000억원 규모에 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단일 예산사업 중에서 가장 많은 예산이 이 사업에 투입되고 있다. 2015년 12월 말 현재 국민연금 기준으로 두루누리 사업의 수혜 근로자는 91만1518명, 사업장 수는 48만2760개다.
하지만 실제 사업의 효과는 의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송석준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0일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두루누리 사업 지원 대상은 129만6932명이었다. 이중 16.5%인 21만3462명은 보험료를 지원받지 않고 있다. 지원 대상 사업장 71만2394곳 중 18.3%인 13만534곳이 보험료 지급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해마다 수혜 대상자를 늘려왔지만, 신규 가입자가 확대되는 효과가 미미했던 것도 문제로 꼽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9월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두루누리 보조금 덕분에 사회보험에 가입한 근로자 비중은 2013년 6월 기준으로 1.5%에 그쳤다.
김도형 KDI 연구위원은 '두루누리 사회보험 지원사업의 성과평가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사업으로 보조금 혜택을 받는 사람 중 실제 보험가입자 증가는 1000명 중 15명 정도에 그친다"고 밝혔다. 정부가 1000명의 근로자와 그 사용자에게 사회보험료를 지원할 때 사회보험 가입자는 15명 증가했다는 의미다. 김 연구위원은 "사업 예산의 대부분은 사회보험 사각지대 축소라는 사업목표에 기여하지 못하고, 저임금 근로자와 소규모 사업장 사용자에 대한 소득이전에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연구 결과도 있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의 현황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보험의 경우 이 사업의 실질적 성과를 나타내는 신규가입자가 2012년부터 2014년말까지 전체 수혜자 158만2000명 가운데 29만명(18.3%)에 그쳤다. 48만8000명(30.8%)은 가입과 미가입을 되풀이한 이들이다. 이미 가입돼 보험료 절반을 내고 있는 상태에서 지원 대상에 포함돼 지원받은 이들이 전체의 절반인(50.8%) 80만4000명에 이르렀다.
국민연금도 비슷한 모습이다. 2015년 기준 전체 160만명의 연금보험료 지원 수혜자 중 가입이력이 한 번도 없는 신규가입자는 약 22만여명(13.9%)에 그쳤다.
두루누리 예산이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에게 돌아간 경우도 있었다. 2013년 기준 두루누리 사업 수혜자 중 10억원 이상 고액 재산가는 2398명이다. 토지와 건물 보유액만 250억원이 넘는 사람도 있었다. 두루누리 사업 규정에 재산 보유액 기준이 없어 부자들이 사회보험료를 지원받는 데 악용된 것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두루누리 사업은 일하는 사람들의 사회보험 가입을 확대하려는 보편적 서비스이지 빈곤층을 위한 사업은 아니다"라면서 "자산 보유 기준을 정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가 고액 자산가인지 분류하기 어려우며 위장취업자는 실제로 극히 소수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 헛도는 사업 왜?…홍보 부족하고 소득 노출시 건강보험 가입 '부담'
두루누리 사업이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제도 시행 전부터 예고됐다는 지적이 많다. 사업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는 4대 보험료가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으로 한정돼 건강보험료와 산재보험료를 전액 부담해야 하는 회사와 근로자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① 홍보의 문제…"두루누리 사회보험 몰랐다"
전문가들은 두루누리 사업의 첫 번째 약점으로 '홍보' 문제를 지적했다. 김예성·고진수 박사 등이 작성한 '두루누리 사회보험 가입확대를 통한 지역고용기반 확충 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근로자와 사업주가 두루누리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제도의 존재를 모르기 때문이다.
두루누리 사업의 가입요건을 갖춘 근로자 중 63.3%가 미가입의 이유로 '제도 존재를 몰랐다'고 대답했다. '가입 필요성이 없다'고 대답한 응답도 22.9%나 됐다. 사실상 사업의 홍보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셈이다. 사업주의 경우도 두루누리 사회보험 미가입의 가장 큰 이유는 '몰랐기 때문'(38.6%)이다.
② 가입 유인 적게 제도 설계…사업주·근로자 모두 부담 늘어
두루누리 사업에 대한 근로자와 사업주의 호응이 낮은 이유는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근로자, 사업주의 사회보험 절반가량을 지원해주는 정책이지만 사업주가 지원을 받기 위해 공단에 신고한 순간 이전까지는 안 내던 국민연금, 고용보험의 일부 보험료를 내야 한다. 건강보험과 산재보험의 경우 전액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두루누리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는 4대보험료는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소규모 사업장과 저소득 근로자 입장에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예컨대 월급 100만원을 받는 근로자는 두루누리 사업을 통해 월 기준 국민연금 보험료 2만2500원, 고용보험료 3250원을 지원받는다. 하지만 비슷한 금액을 추가로 내야 하는데다, 건강보험료 3만2750원은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한 채 추가로 내야 한다. 그동안 내지 않던 돈 5만8500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 것이다. 사업주는 사업주대로 근로자 한 명당 매달 총 7만6750원의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김도형 KDI 연구위원은 "두루누리 사회보험의 보조금 지급 범위와 수준을 고려할 때, 보조금 수급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이 보조금의 편익보다 클 가능성이 높다"며 "사회보험료를 일부 부담할 의향이 있는 사용자 입장에서도 부가세, 소득세 등 추가적인 세(稅) 부담 때문에 정규인력 고용을 기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③ 저임금 근로자들 금전적 인센티브에 크게 반응 안해
두루누리 사회보험 대상자인 저임금 근로자들이 금전적 인센티브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김도형 KDI 연구위원은 "연금보험료 매칭지원의 효과에 관한 여러 실증연구들에 따르면, 보조금을 통한 가입 유인효과는 대체로 그 크기가 작고, 교육받은 고소득 자산가들만이 제한적으로 반응한다"며 "이런 점에 비춰보면 두루누리 사회보험은 금전적 인센티브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 저임금 근로자들을 겨냥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 전문가들 "신규가입자에게 재정지원 집중해야…미가입 사업장 제재도"
전문가들은 두루누리 사업을 근로자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30인 미만으로, 또는 소득기준을 140만원에서 더 높이는 등의 외형적인 확대에 앞서, 저임금 근로자가 사회보험 가입을 기피하는 현실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도형 KDI 연구위원은 "재정지원이 계속가입자보다는 신규가입자에게 집중될 수 있도록 보조금 지급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소득파악 역량을 갖춘 정부기관인 국세청에 사회보험료 부과·징수 업무를 넘겨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은 "보조금을 통한 가입유인 정책이 당연가입 사회보험에 적용된다면 이들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법적 의무가 아닌 개인의 선택에 따른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강화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각지대 해소라는 본래 취지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신규가입자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지원을 더 강화하고, 특히 사업주의 신청이 중요하기에 가입을 하지 않고 있거나 반복적으로 가입 신고를 하지 않는 사업장을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재도 함께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예성 서울연구원 초빙부연구위원은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적극적인 홍보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며 "대표적인 취업 취약계층인 10~20대와 비정규직 근로자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어 고등학교 등 교육과정에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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