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블로그] 폐품 수입 반 토막 한숨 쉬는 노인들

2016. 10. 12. 03:3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신문]길거리를 다니면 박스, 폐지, 페트병, 고철 등을 손수레에 싣고 고물상으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는 노인들과 어렵지 않게 마주칩니다. 이런 노인의 수를 정확하게 셀 순 없겠지만 자원재활용연대 등 시민단체는 175만명으로 추측합니다.

11일 서울 종로구 교남동의 한 고물상에서 폐지 수집 노인들로부터 매입한 폐품을 고물상 주인이 정리하고 있다.

3~4년 전만 해도 이 노인들의 수입은 나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루에 많게는 5만원도 벌었답니다. 환경통계정보에 따르면 2012년 9월 폐지값은 1㎏당 159원이었습니다. 압축 페트병(PET)은 597원, 고철은 362원, 철캔은 255원, 폐타이어는 327원이었죠. 하지만 최근 들어 가격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지난달 폐지는 1㎏당 80원으로 4년 전의 반값이 됐습니다. 페트병은 53.3%(279원), 고철 64.6%(128원), 철캔은 57.3%(109원), 폐타이어는 18%(268원)씩 가격이 내렸죠.

●폐지 4년 전의 반값… 생계비도 줄어

11일 서울 종로구 교남동의 한 고물상에서 만난 박모(79)씨가 손에 쥔 돈은 1만 2000원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번 돈입니다. 6개월가량 모은 신문지 152㎏를 팔았는데 말이죠. 그는 “3년 전만 해도 운 좋게 무거운 고철을 줍기도 했고, 폐지도 꾸준히 모아 한 달에 60만원가량 벌어 생활에 큰 도움이 됐는데 이제 틀렸다”고 씁쓸해했습니다. 고물상 사장 최모(56)씨는 “수입이 적어지다 보니 폐품을 수집하는 노인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국제유가가 하락한 영향이 가장 큽니다. 재활용품 가격은 신제품 가격과 동반해 움직이는데 유가 하락으로 제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떨어지자 폐품 가격도 내려간 겁니다. 또 경기 침체로 공장의 원자재 수요가 줄면서 재활용 원자재 수요도 감소했습니다. 중국에서 싼 원자재가 수입되는 것도 공장에서 재활용 원자재를 크게 원하지 않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폐지 수입 노인 실태조사·지원 기대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수입이 국제경제와 연관이 있다니, 이런 상황을 바꾸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복지 대책은 마련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예전에는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습니다. 주거 환경을 해친다는 거죠. 하지만 한번 뒤집어서 볼까요. 이분들은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재활용품을 거두는 ‘친환경 도우미’입니다. 이런 인식이 최근 주변에서 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자원순환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폐지 수집 노인에 대한 지원 사업이 가능하도록 법 조항을 신설한 만큼 실태조사부터 조속히 진행되길 기대합니다.

글 사진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환경보호 하느라 샤샤샤~ 알뜰살뜰 아이디어 넘치는 당신이라면? (6월 19일까지 참여하세요.)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Copyright © 서울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