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일 칼럼] 김동현·최두호의 팀 매드, 버전 2.0이 필요한 때

고준일 기자 2016. 10. 19.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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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팀 매드는 선수부가 50명에 이른다.

<기획자 주> 스포티비뉴스는 매주 수요일을 '격투기 칼럼 데이'로 정하고 다양한 지식을 지닌 격투기 전문가들의 칼럼을 올립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 드립니다.

[스포티비뉴스=고준일 칼럼니스트] 2004년 종합격투기에 데뷔해 1년 남짓한 선수 생활 뒤 체육관을 차린 27세 청년은 결국 꿈을 이룬 듯했다. 많은 수입은 바라지 않았다. 운동할 공간이 있다는 것이 마냥 행복했다. 동네 골목에 위치한 허름한 지하 체육관. 시설이라곤 바닥에 깔린 매트가 전부였지만,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운동하는 게 목적이었기에 체육관 홍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는 '격투기 국가 대표 양성소'로 통하는 국내 최고의 명문 종합격투기 팀 '팀 매드'의 태동기 시절 이야기다. 2005년 양성훈 감독이 시작한 팀 매드는 당시만 해도 이렇게 성장할 줄 누구도 몰랐다. 경영과 지도보다 자신의 운동이 우선이었던 열혈 코치와 두 명의 마니아가 함께 매트 위를 뒹구는 작은 모임에 불과했다.

종합격투기가 좋아 즐겼을 뿐인데 선수들의 실력은 빠르게 늘었다. 호기심에 참가한 경기 출전이 점차 횟수가 늘어가다가 어느 순간 이들에겐 일상이 돼 버렸다. 배명호를 시작으로 김동현(B), 강경호가 팀 매드의 문을 두드렸으며 이후 '스턴건' 김동현과 함서희가 합류해 선수부의 모양새가 갖춰졌다.

2008년 김동현의 UFC 진출로 팀 매드의 성장은 탄력이 붙었다. 큰 무대에서 경쟁하는 김동현이 좋은 본보기가 됐다. 선수들은 뚜렷한 목표 의식과 자신감을 갖고 김동현을 쫓아갔고 그 결과 배명호, 이상수, 강경호, 함서희, 조남진, 김동현(B)이 국내외 챔피언에 올랐다. 이 가운데 3명은 UFC에 진출했다.

현재 팀 매드의 위상은 국내를 넘어섰다고 평가 받는다. 선수들의 경력과 선수부의 규모를 놓고 보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시아에서는 압도적이다. 김동현, 강경호, 함서희, 김동현(B), 최두호 5명의 UFC 파이터가 몸담고 있으며 여러 단체에서 획득한 타이틀만 10개가 넘는다.

선수부는 약 70명. 부산 서구 동대신동에 위치한 본관에만 50명에 이른다. UFC 외에도 일본, 중국, 러시아, 덴마크, 폴란드, 아랍에미리트 등 세계 각지의 단체로부터 출전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한다. 팀 매드의 국제적인 인지도가 크게 상승했다는 증거다. 매월 소화하는 프로 경기는 10경기에 이르고, 경기 가운데 약 70%는 해외에서 치른다.

팀 매드 전력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양성훈 감독은 세컨드 코너맨으로 나선 횟수가 약 600회에 이른다. 또 선수가 불만을 갖고 이탈한 적이 없다는 점은 놀랍기까지 한데, 이는 운동을 가르치는 능력 외에 선수들을 대하는 태도 등 양 감독의 리더십과 인성, 인간적인 매력을 잘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팀 매드는 시험대에 놓인 상태다. 규모가 커지고 선수들의 수준도 올라갔지만, 거기에 맞게 대규모 팀으로서 갖춰야 할 시스템이 받쳐주지 못한다는 시선이 있다. 피라미드 형태의 조직이 아닌 한 명의 리더와 선수만이 존재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시급한 점은 양성훈 감독의 임무를 나눠 가질 후임 헤드코치를 키우는 일이다. 11년 전 선수부가 2명일 때나 수십 명에 이르는 지금이나 상대 분석 및 전략 수립, 전략에 맞는 기술 훈련이 양 감독 한 명에게 집중돼 있다는 것은 차이가 없다. 선수부가 20명만 돼도 혼자 맡기 벅찬데, 양 감독은 현재 자신이 운영하는 본관에만 50여 명의 선수를 두고 있다. 수면 외에 모든 시간을 선수들과 보내고 있다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양 감독 본인이 이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요즘은 코너맨으로 동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해외 경기에 나가면 그동안 체육관에 있는 다른 선수들을 지도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후임 코치를 두려고도 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을 만족시키는 사람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다음 달부터 약 5주 동안이 고비라면 고비다. 11월 중순부터 일주일 간격으로 팀 매드 소속 UFC 파이터들의 러시가 예정돼 있다. '스턴건' 김동현이 오는 20일(이하 한국 시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거너 넬슨과 경기한다. 27일에는 함서희가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101에 출전해 다니엘 테일러와 맞붙는다.

다음 달 4일에는 '마에스트로' 김동현(B)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브렌던 오라일리와, 11일에는 최두호가 캐나다 토론토에서 컵 스완슨과 만나 옥타곤 4연승에 도전한다.

양 감독이 김동현의 경기를 위해 다음 달 9일 한국을 떠난 뒤, 국내에 남아 있는 선수를 지도할 사람이 없다. 각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바로 북아일랜드에서 호주로, 호주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캐나다로 이동해야 한다. 마지막 타자로 나서는 최두호가 입게 될 타격이 가장 크다. 경기 한 달 전부터 10일 전까지, 이 중요한 시기에 양 감독의 조련을 받을 수 없다.

UFC가 전부가 아니다. '스턴건' 김동현의 경기 전날인 19일에는 조남진이 로드 FC 34에서 알라텅헤이리와 플라이급 타이틀 도전자 결정전을 갖는다. 일주일 뒤인 26일에는 팀 매드에서 무려 6명의 선수들이 중국 무림풍 대회에 나선다. 몸이 두세 개가 아닌 이상 경기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들의 마지막 담금질을 지도하고 코너맨으로서 동행할 방법은 없다.

양 감독은 이번에 유난히 몰리긴 했지만 이미 이런 과정을 계속 겪어 왔고 선수들도 익숙해져 있을 정도로 정착된 상태라고 강조한다.

"전략에 맞는 기술적인 움직임을 출전하는 선수와 동행할 파트너가 알아서 연습할 수 있도록 완벽히 주입시킨다. 매 순간 일일이 지도하지 않고도 직접 지도하는 만큼의 효과를 보고 있다. 우리 선수들의 경우 웬만한 코치들보다 수준이 높아 그런 시스템이 잘 맞는다"는 게 양 감독의 말이다.

코너맨의 경우 양 감독이 모든 경기에 들어갈 수는 없다. 비중이 큰 경기나 선수들이 많이 출전하는 경기 위주로 동행하고, 그 외의 경기에는 현재 팀 매드 지부 체육관을 운영하는(또는 운영할) 김동현, 허윤, 차인호, 이정원이 뛰어든다.

선수들의 높은 수준을 활용하는 시스템과 지부 지도자들의 활동은 효율적이다. 다만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더라도 양 감독을 도와줄 수 있는 후임 지도자가 절실하다. 지부 지도자들이 본관 소속의 선수까지 챙기기엔 무리가 있기도 하다. 팀 매드가 한 걸음 더 성장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 필자 소개- 전 엠파이트 기자. 현 UFC 한국 공식 홈페이지(kr.ufc.com)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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