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생사여탈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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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진호 어문기자 |
‘생사여탈권.’ 숨 막히는 권력 암투가 묘미인 사극을 볼 때면 떠오르는 말이다. 한데 이 낱말, 사전에는 없다.
생사여탈권은 ‘생사+여탈+권’으로 이뤄진 말이다. 생사(生死)는 ‘삶과 죽음’, 여탈(與奪)은 ‘주는 일과 빼앗는 일’이다. 그러니 생사여탈권은 ‘사느냐 죽느냐, 주느냐 빼앗느냐의 권리’다. 그런데 권리는 ‘주느냐 빼앗느냐’와는 어울리지만 ‘사느냐 죽느냐’와는 어색하다. 살고 죽는 것은 누구의 권리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의 선택이니.
이 권리와 어울리는 건 ‘살리느냐 죽이느냐’, 즉 ‘생살(生殺)’이다. 죽이고 살릴 사람의 이름을 적어둔 명부를 ‘살생부(殺生簿)’ ‘생살부(生殺簿)’라 하지 않는가. 우리 사전이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만을 표준어로 삼은 까닭이다.
그런데 사전은 생사여탈과 생살여탈은 둘 다 표제어로 올려놓고 있다. 생사여탈을 입길에 올리는 이가 많다 보니 ‘생사여탈’에 ‘생살여탈’의 의미도 있다고 본 것. 그래놓고 ‘권(權)’자가 붙은 생사여탈권은 인정하지 않고 입길에서 멀어진 생살여탈권만 표준어라 고집한다. 생사여탈권을 표준어로 인정하든지, 아니면 생사여탈을 표제어에서 빼야 한다.
사극 하면 상소 장면을 빼놓을 수 없다. 조신(朝臣)이나 유생이 대궐 문 앞에 엎드려 자신의 뜻을 임금께 올리는 게 ‘복합(伏閤) 상소’다. 상소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면 머리를 쳐달라는 뜻으로 도끼를 메고 올리는 무시무시한 상소가 ‘지부(持斧) 상소’다.
‘웃전’이라는 말도 기억하자. 이 말은 ‘임금이 거처하는 궁전’이나 ‘임금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윗전’이라고 하면 안 된다.
참, 연극이나 소설 등에서 마지막 장면을 ‘대단원(大團圓)’이라고 한다. 이를 멋스럽게 표현하느라 ‘대단원의 막이 오르다’로 쓰는 이도 있지만, 대단원의 막은 오르지 못한다. 대단원과 비슷한 말이 대미(大尾)라고 생각하면 혼동을 막을 수 있다. 일의 시작이나 발단을 뜻하는 말은 ‘서막(序幕)’이니, 그런 때는 서막을 열거나 올리면 된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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