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 탐방]① '유시진 대위' 점령 中 화창베이..삼성·애플 빈자리에 비보·오포

선전=전준범 기자 2016. 7. 2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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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남부 광둥성(廣東省)에 있는 선전(深圳)은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과도 같은 도시다. 지난 30년 이상 중국의 제조업을 주도한 선전은 젊은 창업자들이 모여드는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탈바꿈했다. 2014년 기준 8.5명당 1명이 창업을 하고 화웨이와 텐센트, DJI, 비야디(BYD) 등 전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기업의 본사가 있는 곳이다. 조선비즈는 박종일 착한텔레콤 대표와 하나투어가 만든 ‘심천(선전) IT 탐방 프로그램’에 지난 7월 14~17일 참가했다. 세계 IT 혁신의 전초기지로 부상한 선전의 오늘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편집자주]

(위)7월 16일 방문한 중국 선전 화창베이의 한 전자상가 기둥에 한류스타 송중기의 사진이 붙어있다. 송중기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의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이다. (아래)화창베이에서 송중기 얼굴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 사진=전준범 기자

7월 16일 오후 중국 동남부 끝자락에 있는 광둥성(廣東省) 선전(深圳) 화창베이(华强北)의 날씨는 잔인할 정도로 무더웠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쌩쌩 나오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안경 렌즈가 뿌얘질 정도로 끈적하고 뜨거운 습기가 온 몸을 덮쳤다. 이날 선전의 낮 최고 기온은 32도. 그러나 체감 온도는 40도를 족히 넘는 것 같았다. 현지 안내를 맡은 송안창(38)씨는 “홍콩과 인접한 선전은 아열대성 기후를 띠고 있어 습도가 항상 높다”고 설명했다.

화창베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부품 및 완제품 상가 밀집지역이다. 세계 최대 휴대폰 시장인 중국의 최신 동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흔히 화창베이를 ‘용산 전자상가의 10배 규모’라고 표현하는데, 막상 가보니 그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곳곳에 보이는 타워크레인과 포크레인, 인부들의 모습은 화창베이가 여전히 팽창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화창베이에 동행한 박종일 착한텔레콤 대표는 “업무 목적으로 화창베이에 주기적으로 방문하는데 올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있어 깜짝 놀라곤 한다”며 “어떤 곳보다 경쟁이 치열한 중국 내수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중국 휴대폰 업체들의 발전상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 송중기 사진 도배된 화창베이…중국업체 전성시대

(위)화창베이의 한 대형 전자상가를 찾은 방문객들이 스마트폰을 구경하고 있다. (아래)화창베이를 찾은 사람들이 오포 매장이 보이는 전자상가 앞을 지나가고 있다. / 사진=전준범 기자

화창베이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마주친 사람은 한류스타 송중기였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중국에서도 톱스타 반열에 오른 송중기는 현재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Vivo)’의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화창베이 일대에 있는 수십여개의 상가 외벽과 기둥, 실내 곳곳이 비보 제품을 들고 있는 송중기 사진으로 도배돼 있었다.

화창베이의 수많은 휴대폰 판매점에서 비보 스마트폰을 주력 제품으로 팔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다양한 휴대폰 브랜드를 취급하는 유통점의 상당수가 비보 제품을 전면에 배치해두고 있었다. 한 전자상가 1층 매장에서 만난 판매원 청린(29)씨는 “아무래도 방문객이 많이 찾는 제품 위주로 진열할 수밖에 없다”며 “비보는 요즘 중국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스마트폰 브랜드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비보뿐 아니라 비보의 형제 회사인 ‘오포(Oppo)’ 매장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오포 역시 최근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스마트폰 브랜드다. 박종일 대표는 “오포와 비보 모두 중국의 오디오·비디오(AV) 전문 유통업체 부부가오(步步高·BBK)가 설립한 회사들”이라며 “중국의 고가폰 시장을 화웨이가 장악했다면, 중가폰 시장은 부부가오의 두 관계사가 장악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5년 광둥성에서 부부가오를 창업한 돤융핑(段永平) 회장은 2001년 해외 시장을 겨냥해 MP3 브랜드 오포를 만들었다. 이후 부부가오 창립 멤버 가운데 한 명인 토니 첸이 2004년 오포를 별도 회사로 독립시켜 2008년 첫 번째 휴대폰을 출시했다. 오포는 2009년 한국의 인기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를 광고 모델로 발탁하기도 했다. 비보는 부부가오가 2011년 직접 선보인 스마트폰 브랜드다.

(위)화창베이 중심가에 있는 화웨이 매장. 미국 출신 톱모델 칼리 클로스가 화웨이 워치를 차고 있는 대형사진이 입구 근처에 걸려있다. (아래)화웨이 매장 방문객들이 P9 등 화웨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신제품을 구경하고 있다. / 사진=전준범 기자

오포·비보 매장 만큼은 아니었지만, 화창베이에는 화웨이 매장도 제법 많았다. 중국에서 화웨이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었다. 화창베이 중심부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만난 한 중국인 여성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화웨이를 애플과 동급으로 여긴다”면서 “돈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인근에 있는 화웨이 매장을 찾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미국 출신 톱모델 칼리 클로스가 화웨이의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기기 ‘화웨이 워치’를 착용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옆으로는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리오넬 메시와 미국 영화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사진이 보였다. 모두 화웨이의 광고 모델들이다. 매장 내부 디자인은 애플 전시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처럼 고급스러웠다.

화웨이의 프리미엄 전략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소비자가전쇼) 2016’에서도 확인한 바 있다. 당시 화웨이는 플래그십(기업의 기술력을 집약한 제품) 스마트폰 ‘메이트8’뿐 아니라 글로벌 쥬얼리 브랜드 스와로브스키와 공동 제작한 화웨이 워치, 유명 오디오 브랜드 하만카돈과 함께 개발한 태블릿PC ‘미디어패드M2’를 공개했다.

◆ 치열한 내수 경쟁으로 해외 진출 준비…삼성 매장은 크게 줄어

(위)한때 삼성전자가 입주했던 자리에 일본 니콘 매장이 들어와 있다. 간판에서 삼성 로고를 떼어냈지만, 아직도 알파벳 흔적이 보인다. (아래)비교적 한산했던 ZTE 매장의 모습. / 사진=전준범 기자

어찌 보면 중국 화창베이에 중국 브랜드 매장이 많은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화창베이를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이들은 “불과 1~2년 사이에 삼성전자나 애플 매장은 크게 줄었고, 그 자리를 중국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또 화창베이에 입성하는 중국 업체들 사이에서도 이른바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선전 IT 탐방 프로그램에 참가한 권종구(38·직장인)씨는 “예전에는 ‘삼성(SAMSUNG)’ 로고가 박힌 파란색 간판이 화창베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면서 “물론 지금도 삼성전자 매장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긴 하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박종일 대표는 “삼성과 애플뿐 아니라 중국의 1세대 스마트폰 업체인 ZTE, 레노보 등의 매장 수도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들의 각종 분석 자료를 통해서도 화창베이의 이 같은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비보가 화웨이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로 도약했다. 비보는 지난해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7.02%에서 올해 1분기 13.28%를 차지했다. 반면 애플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14.18%에서 11.96%로 낮아졌다. 순위로 보면 1위에서 5위로 추락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ZTE·레노보 등 중국의 1세대 스마트폰 업체들도 5위권 안쪽에서 이름을 찾기 어렵다.

중국 시장이 스마트폰 업체들의 최대 격전지가 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수치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판도 변화에도 영향을 줬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최근 “오포가 올해 1분기 샤오미를 제치고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순위 4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1위를 유지하긴 했으나 시장 점유율은 23.2%를 기록해 2015년 1분기(24.1%)에 비해 감소했다. 2위에 오른 애플 역시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이 17.9%에서 14.8%로 줄었다. 오포의 시장 점유율은 2015년 1분기 2.0%에서 올해 1분기 4.6%로 크게 증가했다.

(위)온갖 IT 관련 부품을 판매하는 한 전자상가의 내부 풍경. (아래)화창베이 곳곳에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자동차가 다니던 도로는 현재 지하철 공사로 통행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 사진=전준범 기자

박종일 대표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내수 시장에서 자기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운다”면서 “일단 내수 시장에서 인정 받으면 13억명 이상의 소비자들로부터 엄청난 매출을 올리게 되고, 그 수익을 다시 연구개발(R&D)에 쏟아붓는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체력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오포와 비보는 현재 중국을 넘어 인도, 중동, 동남아, 아프리카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중 인도, 동남아 등은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도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시장이다. 내수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운 중국 제조사들이 궁극적으로 국내 업체들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날 화창베이의 한 대형 전자상가 1층에서 본 ‘이비(ivvi)’와 ‘두브(Doov)’ 매장이 위치한 곳 역시 지난달까지만 해도 다른 브랜드 업체들이 입점해 있던 자리다. 이비와 두브는 중국의 신생 스마트폰 업체들이다. 박 대표는 “이비는 날렵한 본체와 뛰어난 카메라 성능을 자랑하고, 두브는 여성 전용 스마트폰 브랜드를 표방한다”면서 “이 업체들이 언젠가 오포와 비보의 자리를 빼앗고, 삼성과 LG를 위협하는 날이 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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