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 30% 일치땐 표절"..'알파고(AI) 심사관' 통과하려면

송주오 2018. 9. 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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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채용 과정 AI 시스템 도입 확산
자소서 기존 문헌 등과 30% 이상 일치하면 탈락 가능성↑
사고 방식·대응 요령까지 걸러내
(그래픽=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인공지능(AI)의 벽을 넘어라.’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19년 만에 최고치인 10.0%를 기록한 가운데, 취업 시장에 AI가 ‘복병’으로 등장했다.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AI를 채용 시스템에 속속 도입하면서, 구직자들이 ‘바늘 구멍’인 취업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넘어야할 첫 과제가 된 셈이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일일이 확인하던 서류 검토 작업을 AI가 도맡으면서 객관성과 정확성,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AI심사관, “표절 꼼짝마”…사고 방식·대응 요령까지 걸러낸다

AI는 우선 서류 심사에서 자기소개서의 표절 여부를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올 상반기 AI 서류심사 시스템을 시범도입한 롯데그룹의 경우 전체 지원자 중 약 2%가 표절률이 높아 1단계에서 고배를 마셨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선 7% 안팎의 지원자들이 AI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BGF리테일의 경우 지금까지 공개된 논문, 문헌, 기존 합격자의 자기소개서 등과 비교해 지원자의 자기소개서 30% 이상 문장이 일치하면 표절로 잡아낸다.

롯데그룹은 올 하반기 공채에서 AI 시스템 적용을 전 계열사로 확대했다.(사진=롯데그룹)
단순히 표현만 바꾼다고 해서 AI의 ‘레이다망’을 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원자의 사고 방식, 대응 요령 등도 살펴본다. 이 역시 비교 문서와 같다면 표절로 판정된다. 자기소개서 문항이 5개라면 각 문항당 해당 기준을 적용한다. 문항마다 표절률이 30% 이상 감지되면 서류 심사조차 통과할 수 없다.

업계 한 인사담당자는 “사람마다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지원자의 사고방식, 대응 요령 등도 표절 여부를 가리는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AI 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생각과 철학, 개성이 돋보이게 서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모범 답안’에 의존하면 되레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자기소개서 심사를 통과해도 안심하긴 이르다.

BGF리테일은 올 하반기 AI 시스템을 직무적합성 분석으로까지 확대했다. 온라인 검사에서 지원자의 답변을 통해 AI가 지원자의 직무적합성을 추린다.

중요한 것은 구직자가 지원한 부서와 직무적합성 결과의 일치 여부다. 예컨대 영업관리직을 지원했지만, 직무적합성 분석 결과 재무로 나온다면 후순위로 밀려나게 된다. 본인의 성격과 각 부서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난 뒤 지원 부서를 결정하는 게 유리하다.

◇AI도입 확산은 시대 흐름…기술적 보완은 과제

아직은 AI 시스템 도입 초기인 탓에 활용 범위가 제한적인 데다 테스트 성격이 강하다. 서류 심사는 물론 직무적합성, 면접 등에도 일부 활용되지만 AI의 분석 결과를 그대로 채택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 차원이기에 인사 담당자들의 재검토를 거친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업계 관계자는 “AI 시스템 분석 결과와 기업이 추구하는 인재상이 일치하는지를 비교·분석하는 과정은 필수”라며 “아직 도입 초기인 탓에 일종의 테스트를 겸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100% 완벽하다 할 수는 없지만, 채용 과정에 AI시스템 도입이 확산되는 것은 시대의 흐름으로 보인다. AI가 채용 과정의 효율성을 크게 높여주기 때문이다.

실제 올 상반기 일부 계열사의 채용 과정에 AI 시스템을 적용한 롯데그룹은 기존에 일주일 가량 걸리던 서류 검토 시간을 8시간으로 단축했다. SK하이닉스는 1만여명의 지원자 서류 검토를 8시간 만에 완료했다. 1인당 3초도 안 걸린 셈이다. 예전 같으면 인사 담당자 10명이 일주일 넘게 매달려야 했던 작업이다.

CJ그룹도 올 하반기부터 서류 심사 과정에 AI 시스템을 도입했고 국민은행 역시 은행권 최초로 AI 시스템을 이용한 온라인 면접을 마련했다. SK C&C는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 데이터를 축적해 AI 시스템의 성능을 지속 발전시켜나간다는 방침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AI시스템을 적용한 이유 중 하나가 효율성이란 측면에서 보자면 현재까지의 성과는 대단하다”며 “기술적 보완이 계속 이뤄진다면 채용 과정에 AI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주오 (juoh41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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