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편의 오디오파일] 올해 내 마음을 사로잡은 앨범 12선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2018. 12. 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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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 오디오는 결국 음악을 듣는 것이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오디오를 장만했더라도 주구장창 같은 앨범만 들으면 질리기 마련. 그렇다고 친숙하지도 않고 주위에서 추천하지도 않은 앨범을 섣불리 듣다가는 그 열악한 음질에 실망, 오디오까지 내치게 되는 상황까지 생긴다. 결국 언제든 믿고 들을 만한 앨범 리스트를 끊임없이 늘려나가는 수밖에 없다. 고인 물은 썩을 뿐더러 바닥까지 드러나는 법이다.

올해 듣자마자 필자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던 앨범을 꼽아봤다. 사운드스테이지, 이미지, 해상력, 대역밸런스, 다이내믹스, 다이내믹 레인지, 공간감 같은 오디오적 쾌감은 물론 그냥 음악에 푹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강한 앨범들이다. CD나 LP로 구매한 앨범도 있고, 24비트 혹은 DSD 음원, 스트리밍 음원도 있다. 올해 나온 앨범도 있고, 수십년 전에 나왔던 앨범도 있다. 참고로 필자는 멜론 하이파이와 타이달(Tidal)을 정기 결제해 듣고 있다.

마호가니 킹, 문, 문댄서즈, 다이애나 크롤 앨범

마호가니 킹 '선(about me, malc)' = 올해 10월8일 나온 마호가니 킹의 정규 3집 '선(about me, malc)'는 단언컨대 올해 대한민국 인디신 최고의 앨범이다.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이말씨의 빈자리가 더욱 허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첫곡 '니네 엄마'부터 '이 목소리 뭐지?' 싶더니 '바빠야', 'Baby I', '정말 예뻐요'까지 순식간에 빠져들게 한다. 일단은 남성보컬 제이신의 음색이 좋고, 각 곡의 멜로디 라인이 무척이나 친숙하다. 제이신과 홍아라, 두 멤버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Baby I'는 세월호 사건이 모티브란다. 다시 들어보니 정말 그랬다. 이밖에 흥겨운 '착한 눈썹 좋아요'와 '센 언니가 온다', 스트링 연주가 폭신폭신한 'The Chistams Song' 등 거의 전 트랙이 매력을 뽐낸다. 앨범 제목에 들어간 '선'은 고 이말씨의 본명 이한선에서 따왔다.

문 'Kiss Me' = 지난 10월 모 동호회가 주관한 카디오 페스티벌에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가했었는데, 그 때 심사곡으로 들었던 곡 중 하나가 문(Moon)의 'Kiss Me'였다. 건반 악기와 여성 보컬의 음색이 처음부터 도드라져, 누굴까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문'은 윈터플레이 출신의 보컬리스트 혜원이었다. 개인적으로 지난 2013년 정규 3집 'Two Fabulous Fools' 때 이들의 음악성에 감탄해 2014년 3월 인터뷰까지 했던 팀이 바로 윈터플레이(당시 이주한 혜원)였다. 앨범 '키스 미'는 문이 올해 3월12일 국내 발매한(일본과 홍콩은 2월9일) 솔로 데뷔 1집으로 팝 스타일의 'Kiss Me'를 비롯해 'Brazasia', 'In A Sentimental Mood' 등 다양한 재즈 보컬곡이 수록됐다. 혜원 버전의 '슬픈 인연'(Kizuna)도 들을 수 있다.

문댄서즈 'Cassini' = 문의 '키스 미' 앨범이 완숙한 여성 재즈보컬의 매력이 철철 넘친다면, 문댄서즈의 '카시니'는 젊은 록밴드의 다듬어지지 않은 에너지와 파릇한 감수성을 만끽할 수 있다. 문댄서즈는 리더이자 세컨기타인 김진영, 리드기타의 송현종, 보컬의 홍폭스, 베이스의 차이환, 드럼의 임채환으로 구성된 5인조 밴드. 지난해 12월9일 K루키즈 대상을 수상한 루키들이다. '카시니'는 이들이 올해 1월17일 낸 미니앨범으로 처음부터 몸이 반응하는 '6', 댄서블한 'Overcome', 오디오적 쾌감이 넘실대는 'Carmine', 보컬의 역량이 돋보이는 'Get High', 지난해 9월 임무가 종료된 토성탐사위성 카시니를 기리는 'Cassini' 등 5곡이 수록됐다. 그야말로 버릴 곡이 하나도 없다.

다이애나 크롤 'Christmas Songs' = 다이애나 크롤은 노라 존스, 제니퍼 원스, 사라 케이, 캐롤 키드, 야신타, 안네 소피 폰 온터 등과 함께 국내 오디오 애호가들이 사랑해마지 않는 대표 여성 보컬리스트. 필자 역시 'Temptation’ ‘Desperado' 같은 그녀의 곡들을 지겨울 정도로 많이 들었다. 그러다 아주 우연히 알게 된 앨범이 지난 2015년 11월에 나온 '크리스마스 송즈'로, 'Jingle Bells', 'Let It Snow', 'Winter Wonderland' 같은 유명 캐롤송들이 가득하다. 때가 때인 만큼 요즘 시도때도 없이 듣고 있는 앨범 중 하나. 등장하는 악기도 많고 녹음도 잘 돼 있어 오디오 테스트용으로도 좋고, 그냥 BGM으로 틀어놓기에도 더할나위없이 좋다.

캣 에드몬슨, 마들렌 페이루, 블론디, 에릭 클랩튼 앨범

캣 에드몬슨 ‘Lucky’, 마들렌 페이루 ‘The Blue Room’ = 듣자마자 ‘이거다’ 싶었던 여성보컬 앨범 2장. ‘럭키’는 캣 에드몬슨(Kat Edmonson)이 지난 2012년 발매한 앨범으로, 첫 곡 ‘Lucky’부터 그녀의 바스락거리는 음색에 그냥 빠져들고 만다. 차에서 운전하면서 듣기에도 좋다. ’더 블루 룸’은 마들렌 페이루(Madeleine Peyroux)가 2013년 발매한 앨범으로, 올 여름부터 LP로 주구장창 듣고 있다. 필청곡은 ‘Bye Bye Love’. 이가 시릴 만큼 감성을 자극하는 음색이 매력적이다. 이어 나오는 ‘Change All Those Changes’도 좋다.

블론디 ‘Autoamerican’, 에릭 클랩튼 ‘Live in San Diego’ = 요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때문에 퀸이 난리도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올해 가장 많이 들었던 외국 록밴드 앨범은 1980년에 발매된 블론디(Blondie)의 ‘오토어메리칸’이었다. 무엇보다 옛 추억을 건드리는 ‘The Tide Is High’가 실려 있어 앞뒤가리지 않고 수없이 들었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김아중이 제대로 불렀던 ‘Maria’ 원곡이 이들이 1999년에 발매한 7집에 실렸다는 사실도 올해 처음 알았다.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의 ‘라이브 인 샌디에고’에는 환호성, 휘파람, 떼창 등 라이브 음원 특유의 매력이 넘쳐난다. 오디오 시스템을 테스트할 때는 가상의 무대가 얼마나 넓직하게 그리고 안쪽으로 깊숙하게 펼쳐지는지가 관건. 명곡 ‘Wonderful Tonight’과 ‘Layla’ 등이 수록됐다.

마커스 밀러, 알렉산더 깁슨, 마리안 토르센, 안드리스 넬슨스 앨범

마커스 밀러 ‘Laid Black’ = 마커스 밀러(Marcus Miller)는 개인적으로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한동안 새 CD가 나오면 무조건 사서 듣던 재즈 전기 베이시스트이다. 특히 1993년에 나온 ‘The Sun Don’t Lie’ 앨범이 안겼던 충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의 파워풀한 베이스 연주는 마치 둔기로 필자의 머리를 세게 때린 것 같았다. ‘레이드 블랙’은 마커스 밀러가 올해 7월 내놓은 새 앨범으로 ‘Trip Trap’ 등 11곡이 실렸다. 베이스의 펀치감은 여전하지만, 현기증이 날 듯한 리듬감과 색채감은 예전보다 더 진화한 것 같다.

알렉산더 깁슨, 뉴 심포니 오케스트라 오브 런던 ‘Witches’s Brew’ =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은 앨범.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Danse Macabre), 엥겔베르트 훔페르딩크의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중 ‘마녀의 비행’(Hansel and Gretel: Witches' Ride), 무소르그스키의 ‘민둥산에서의 하룻밤’(Night on the Bare Mountain)과 ‘전람회의 그림’ 중 ‘난쟁이’(Pictures at an Exhibition: Gnomus) 같은 클래식 명곡들의 뷔페다. 알렉산더 깁슨(Alexander Gibson) 지휘, 뉴 심포니 오케스트라 오브 런던(New Symphony Orchestra of London) 연주. 2012년 발매됐다. 멜론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마리안 토르센, 트론하임 솔리스텐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 노르웨이의 세계적인 레이블 2L에서 2006년에 나온 앨범. 노르웨이의 딸로 불리는 바이올리니스트 마리안 토르센(Marianne Thorsen)과 노르웨이 최고의 연주단체 트론하임 솔리스텐(Trondheim Solistene)이 협연했는데,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4번, 3번, 5번이 차례대로 수록됐다. 처음 협주곡 4번의 익숙한 음이 나오자마자 매끄러운 음의 표면과 포말처럼 고운 입자감이 눈에 띈다. 마치 밤새 내린 눈을 새벽 일찍 일어나 뽀드득뽀드득 밟는 듯한 느낌. 특히 바이올린은 바로 앞에 확연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 손을 뻗으면 뭔가 잡힐 것만 같다. 이런 음악일수록 이어폰으로 대충 듣는 것은 연주자들이나 레이블에 대한 결례다. 그만큼 제대로 갖춰진 오디오 시스템일수록 2L 사운드는 빛을 발한다. 역사상 최초로 DXD 포맷으로 녹음된 이 앨범은 노르웨이의 그래미라 불리는 ‘스펠만(Spellemann) 어워드’에서 2006년 최우수 클래식 앨범상을 수상했다.

안드리스 넬슨스,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브루크너 교향곡 3번, 바그너 탄호이저 서곡’ = 2017년 발매된 이 앨범 전곡을 지난 가을 24비트 음원으로 구매했을 때, 정말 배가 부를 정도로 좋았다. 물론 타이달이나 멜론에서도 스트리밍으로 감상할 수 있다. 도이치 그라모폰(DG) 앨범답게 섬세한 소릿결과 깊숙한 공간감, 거의 광폭에 가까운 다이내믹 레인지가 압권. 특히 브르쿠너 교향곡 3번 3악장이 들려주는 스피드한 리듬감과 예각으로 파고드는 음의 촉감은 언제 들어도 감탄부터 나온다. 안드리스 넬슨스(Andris Nelsons)가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Shostakovich Under Stalin’s Shadow’(2016년 DG)도 필자의 애청 앨범 중 하나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4악장의 그 강철같은 팀파니의 연타를 다시 듣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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