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 우리 선수] ② 주문진중학교 & ST 김승래

손병하 2018. 8. 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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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 우리 선수] ② 주문진중학교 & ST 김승래

(베스트 일레븐)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가는 팀을 꼽으라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나 전북 현대·수원 삼성·FC 서울 등 K리그 대표 명가들을 거론할 것이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을 말하라고 하면, 현재인 기성용·손흥민과 미래인 이승우·이강인 등의 이름을 언급할 것이다. 맞다. 거론한 팀들과 선수들은 한국 축구의 대단히 귀한 자산이다. 그러나 한국 축구를 구성하고 있는 이들에는 몇몇 유명 클럽과 선수만 있는 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들리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고 있는 팀과 선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어쩌면 그곳에서 그들이 흘리는 땀이 있었기에, 전북이나 손흥민 같은 빅 클럽과 빅 스타가 탄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베스트 일레븐>은 유명하지 않은,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팀들과 선수들을 주목하기로 했다. 그들도 엄연히 한국 축구의 중요한 구성원이며, 자원이기 때문이다. ‘우리 팀, 우리 선수’는 유명하지 않으나 오직 ‘축구’ 하나만 보고 달리는 그들의 노력과 땀을 조명하는 코너다. 우리가 음지에 있는 그들에게 작은 관심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면, 그들이 더 큰 발전으로 응답할 수도 있지 않은가.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지금 이 순간 한국 축구의 한 구성원으로 땀 흘리고 있는 그들을 소개하는 일은 충분히 의미 있다는 생각이다. 그들도 귀한 우리 팀이고 우리 선수니 말이다.

‘우리 팀, 우리 선수’의 두 번째 주인공은 강원도 강릉시에 있었다. 강원도 내 중학교 축구부의 명문이었던 주문진중학교(교장 김성기)와 그곳에서 한국 대표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으려 성장하고 있는 김승래가 주인공이다.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차세대 스트라이커 김승래

누구든, 무슨 일을 하든 ‘자신감’이 중요하다. 물론 지나쳐서 자만으로 발전하면 문제가 된다. 그러나 적당하고 단단한 자신감은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큰 힘이 된다. 자신감을 가진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꽤 크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자신감을 갖고, 자신을 믿고 플레이하면 결과가 다르다. 그중에서도 특히 공격수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포지션 특성상 10번의 실패에도 1번의 성공만 있으면 찬사받는 포지션이기에, 무수한 실패 속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말아야 좋은 골을 만들 수 있다.

지금부터 소개할 이 선수는 이제 중학교 3학년이지만, 자신감 하나 만큼은 최고다. 자신감이었다. 과한 자만이 아니었다. 당찬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그의 포지션은 공교롭게도 공격수다. 자신감이 꼭 필요한 포지션인 것이다. 자신감이 돋보였던 그의 이름은 김승래다. 강원도 강릉시에 있는 주문진중학교에 재학 중인 그는 아직 크게 빛나진 않았지만, 주목해서 지켜봐야 할 미래 자원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축구를 시작한 건 초등학교 6학년 때였습니다. 아직 4년밖에 안 된 거죠. 축구를 시작한 건 그냥 좋아서였어요. 그렇게 축구하는 걸 좋아했는데, 성덕초등학교에서 정식으로 축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제가 축구를 비롯한 운동을 워낙 즐겼어요. 그런데 매일 방과 후 학교 운동장에서 공과 함께 노는 저를 축구부 코치님께서 눈여겨보신 거죠. 그리고는 정식으로 축구할 생각이 없냐고 물으셨는데, 당연히 하고 싶다고 했어요. 물론 부모님을 설득해야 했지만요.”

성덕초등학교는 한국 축구의 전설 중 하나인 설기현이 졸업한 곳이다. 유럽 곳곳을 누비며 한국 축구의 위상을 한 단계 올린 설기현의 정기가 흐르는 곳에 김승래가 있는 셈이다. 축구부 코치의 권유로 축구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으나, 부모님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운동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부모님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고 말씀드렸어요. 축구를 정말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부모님도 마지막엔 허락해 주시더라고요. 그렇게 부모님의 승낙을 받고는 정식으로 축구를 시작했는데, 정말 힘들더군요. 놀이로 하는 축구와 정식으로 하는 축구는 분명히 달랐어요. 특히 기본기가 안 돼 있다 보니, 다른 선수들을 따라가는 일조차 버거웠죠.”

그랬다. 놀이와 운동은 달랐다. 하고 싶을 때, 놀면서 하는 축구와 하기 싫어도 힘들게 해야 하는 축구는 분명히 달랐다. 그렇다고 힘들어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다. 정말 하고 싶어서 시작한 축구기에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정작 힘들었던 건 고된 훈련이 아니었다. 생각만큼 빨리 늘지 않는 자신의 실력이었고,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팀 때문이었다. 자존심이 상했다.

“처음 축구를 시작했을 때 1년 동안은 제 실력이 잘 안 늘고, 팀 성적이 나빴기 때문에 속상했죠. 그래서 더 힘들었어요. 정말 잘하고 싶은데,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니 정말 괴로웠어요. 그렇게 팀 성적이 안 나오면서, 친구들은 다른 학교로 전학을 많이 갔어요. 그러다 보니 팀 성적은 더 떨어졌고, 분위기는 계속 안 좋아졌죠. 그게 가장 속상했어요.”


본인은 실력이 잘 늘지 않았다며 힘든 때라고 했으나, 그건 당연한 거였다. 늦게 시작한 축구라 기본기가 안 돼 있으니, 당연히 일찍 시작한 동료들에 비해 부족했다. 그러나 김승래가 가진 재능은 분명 있었다. 남들보다 빠른 달리기, 또래보다 월등했던 탄력, 기본기가 없어도 정확하고 강력했던 슛 능력이다. 어쩌면 축구 선수에게 가장 중요할지도 모를 것들을 김승래는 타고 났다.

“어렸을 때부터 스피드와 탄력은 좋았어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어요. 그건 자신 있었죠. 그리고 놀이로 축구를 할 때도 슛은 좋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장점들을 더 키우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어요. 스피드를 더 늘리고 탄력을 더하기 위해서, 매일매일 개인 훈련을 했죠. 그런 노력들이 조금씩 빛을 내기 시작했어요. 단점이요? 많죠. 아직 기본기를 더 다듬어야 하고, 체력은 좀 약한 거 같아요.”

자신감이 대단했다. 자신의 장점을 또박또박 말하는데, 자신감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그렇다고 과한 자만은 아니었다. 글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적당한, 그리고 단단한 자신감이었다. 그렇게 성덕초등학교 6학년을 열심히 노력하며 보낸 김승래는 지금 속해 있는 주문진중학교로 진학했다. 주문진중학교 김상기 감독이 김승래의 재능을 알아보고 스카우트한 것이다.

“중학교 1학년이 되니, 축구 잘하는 친구들이 더 많더라고요. 선배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래서 기본기와 탄력 등을 높이기 위해 더 이를 악물었어요. 혼자서 줄넘기와 점프 등을 얼마나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훈련하고 노력하니, 조금씩 실력이 붙더라고요. 기본기도 늘었고요. 가장 중요한 건 그때부터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말이어요.”

김승래는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조금씩 경기에 뛰게 됐다. 그러나 처음엔 성적이 좋지 않았다. 많이 다졌다고는 했으나, 아직 부족한 기본기가 김승래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그래도 김승래는 기죽지 않았다. 홀로 훈련하며 쌓은 노력과 주위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 그 힘은 계속해서 자신감으로 발전했고, 김승래는 그렇게 누구보다 강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김승래는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점점 성장했고, 3학년이 된 지금은 주문진중학교에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선수로 발전했다.

김승래는 이제 고교 진학을 앞두고 있다. 강원도에는 고교 축구 명문교가 두 곳이나 있다. 강릉중앙고와 강릉제일고다. 그러나 김승래의 시선은 그 너머에 있다. 좁은 강릉시를 벗어나 더 큰물에서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김승래는 이렇게 말했다. “더 넓은 물에서, 더 강한 상대와 부닥치고 싶어요. 그래야 제 실력을 제대로 점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힘든 도전이겠지만, 일찍 시작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거 같아요.”

“제가 축구를 시작한 지 이제 4년입니다. 그간 힘든 일도 많았고, 부상도 있었어요. 그래도 참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들고 다쳐도 꿈을 향해 가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아무런 불만 없습니다. 요즘은 책도 많이 읽고 있어요. 주위에서 축구 실력만큼 인성도 중요하다고 해서요. 지금보다 더 노력해서, 꼭 좋은 선수가 될 겁니다. 그래서 머잖은 미래엔 태극 마크도 달고 싶어요.”

김승래의 꿈은 명확했다. 그리고 그 꿈을 현실화하기 위한 로드맵도 정확하게 그리고 있었다. 축구를 시작한 지 겨우 4년이지만, 축구를 대하는 그의 자세는 10년 이상 한 전문 선수만큼 곧고, 단단했다. 힘들 때마다 부모님을 생각하며 버텼다는 김승래, 축구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얻겠다는 그의 단단한 자신감이 꼭 빛을 봤으면 좋겠다.


다시 주문진을 뜨겁게,
주문진중학교가 준비하는 내일

주문진중학교는 1951년 개교했다. 지금으로부터 67년이나 된, 역사와 전통을 지닌 학교다. 축구부 창단도 상당히 빨랐다. 개교 후 7년 만인 1958년 문을 열었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축구부 저리가라다. 올해로 꼭 60년이 됐다. 주문진중학교는 앞서 언급한 설기현이란 대형 스타를 발굴했고, 2000년대 초반 한국을 대표하는 측면 공격수 정경호를 낳은 학교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강릉시를 대표하는 축구 명문이다.

이후 부침을 겪기도 했으나, 다시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문진중학교는 2011년 잇달아 지역 대회를 제패하며 명성을 높이다가 최근 주춤했는데, K리그1에 속한 강원 FC의 U-15 유스팀으로 명명된 이후 다시 발전의 길을 걷는 중이다. 강원은 주문진중학교에 이어 강릉시 최대 명문인 강릉제일고도 U-18 유스팀으로 두고 있다. 주문진중학교는 이 선순환 구조 속에서 많은 선수가 발전하길 바라고 있다.

김성기 주문진중학교 교장도 지역 출신이라 과거 주문진중학교가 낸 성과를 잘 알고 있다. 김 교장은 주문진은 물론이고 강릉에도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한때 주문진중학교과 자신들의 자랑이었던 때가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고장이 주문진중학교의 신나는 축구로 흥겨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가 지금은 교장이 됐지만, 저도 이 학교 학생 출신입니다. 제가 중학생 때 주문진중학교 축구부는 정말 대단했어요. 학생들이나 교직원들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이 다 함께 주문진중학교의 팬이었죠. 그때 축구가 주는 사랑이 참 대단했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연배 분들은 아마 그때를 잊지 못하고 계실 겁니다. 그래서 우리 축구부가 조금 더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김 교장은 축구부가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발전하고 있다면서, 미래가 밝다고 덧붙였다. 특히 프로축구 클럽 강원의 유스팀으로 지정되면서, 가장 큰 걱정이었던 재정 자립도가 높아졌단다. 재정적으로 안정되고 나니, 축구부는 오직 축구를 잘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재정적으로 안정되면서, 좋은 일이 많아질 거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그럴 거예요. 성적도 그렇고요. 물론 성적을 가장 우선순위로 두겠다는 건 아닙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축구를 하는 아이들의 인성입니다. 그리고 기본적 지식 습득이고요. 그래서 공부하는 축구 선수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더해 인성적으로도 완성도 높고, 훌륭한 아이들로 자랄 수 있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김 교장은 대화 중간 중간에 주문진중학교에서 잘 성장해 좋은 고교로 진학하거나, 이미 프로의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자랑스러워했다. 김 교장이 학창 시절 축구를 좋아하고 축구로 행복했듯, 지금 아이들과 지역민들도 그러길 바란다는 걸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이었다.

“주문진 지역에 중학교는 이곳 하나밖에 없습니다. 점점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러나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 중학교란 자부심은 변함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축구부도 그런 일에 일익을 담당하리라 믿습니다. 과거 우리들을 축구로 즐겁게 해줬듯이, 다시 한 번 우리 지역을 축구로 신나게 해주리라 믿어요. 그럴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열심히 돕겠습니다.”

축구에 대해 얘기하는, 주문진중학교 축구부에 대해 얘기하는 김 교장의 말들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학교에 대한, 축구에 대한, 축구부에 대한 애정이 진하게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축구를 진심으로 대하는 교장 선생님이 있는 한, 주문진중학교 축구부가 다시 날개를 활짝 펼 날도 머잖아 보였다. 그 언젠가 주문진 전체를 축구로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때처럼 말이다.

글=손병하 기자(bluekorea@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김승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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