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지 "80세까지 '열일'한다는 사주, 믿어보려고요"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그룹 에이핑크 정은지가 '청춘'을 노래한다. 그 속내가 퍽 뭉클하다. 어릴 적 음악으로 위로받았던 그가 가수가 되어 음악으로 청춘들에 위로를 건네고 싶다는 것. 정은지의 세 번째 미니앨범 '혜화(暳花)'다.
'혜화'는 '별 반짝이는 꽃'이라는 뜻으로 이제 막 꽃을 피우며 반짝이는 청춘들을 지칭한다. 동시에 부산 혜화여고 출신인 정은지는 이번 앨범을 자신의 청춘이 담긴 학창시절과 연결 지었다. 그는 "처음으로 가수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던 시기가 고등학생 때였다. '혜화'가 제 학창시절이기도 하고 의미를 부여해보니까 그 의미가 너무 예쁜 거다. 잘 짜맞춘 제목이지 않나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은지는 첫 앨범을 낼 때보다 이번이 더 떨렸다고 했다. 이번 앨범 전체 프로듀싱을 맡으며 모든 곡에 자신의 이야기를 녹아낸 탓이었다. 곡이 한 곡 한 곡 나올 때마다 벅차고 기다려졌다고. 만족도를 묻자 그는 "기분은 100%인데 만족도는 솔직히 넉넉하게 줘서 70% 정도다. 배움은 끝이 없다고 하지 않나. 하면서 부족함을 너무 느꼈고 '갈 길이 멀구나' 생각했다. 저 혼자만 프로듀싱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모든 분들 마음이 다 모아져야 만족도가 올라가는데 모두가 신경 쓰니까 마음으로 만족도는 100이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아쉬운 건 가사 쓸 때였어요. 예쁘고 귀한 말들을 쓰고 싶은데 표현이 부족해서. '평소에 책을 진짜 안 읽는구나' '드라마를 줄이고 책을 봐야 하나' 그런 생각도 많이 들었고.(웃음) 가사 쓸 때 귀한 단어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안 나올 때 아쉬웠던 것 같아요. 타이틀은 가사만 일곱 번 바뀌었어요. 콘서트를 했는데 전에 쓴 거랑 헷갈려서 빨리 가사 숙지해야겠다 했죠."

'혜화'에는 가족을 떠나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바치는 타이틀곡 '어떤가요'를 비롯해 '어떤가요'의 속편 '별 반짝이는 꽃을 위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다는 위로를 담은 '계절이 바뀌듯', '언제쯤이면 내가 살고 있는 이 상자를 깨고 나갈 수 있을까' 정은지의 상상을 담은 '상자', 사랑과 '썸'의 감정을 담은 '신경 쓰여요', 비라는 외로운 가사에서 출발한 'B', 직장인 위로곡 '김비서', 새벽에 잠을 푹 잘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은 '새벽' 등 8곡이 수록됐다.
"요즘에 CD를 많이 안 사시잖아요. MP3로 듣고 싶은 노래만 들으니까 아쉬웠어요. CD로 들을 때 '다음 곡 뭐 나올까' 기대감이 있잖아요. 돈 주고 사는 CD니까 꽉꽉 차 있는 앨범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또 또래뿐만 아니라 여러 연령대의 청춘을 위로하려면 많은 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옛날에 써놓은 곡도 많아서 많이 넣었어요. 다만 감정 기복을 맞추고 싶었어요. 너무 잔잔한 노래만 넣으면 지루할 수 있으니까."
정은지는 인터뷰 내내 노래로 의한 '위로'와 '공감'을 강조했다. 그 역시 힘들 때마다 노래를 부르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그는 가수가 된 후 힘들었던 순간에 대해 "저는 노래가 좋아서 서울에 올라온 건데 노래가 직업적으로 느껴졌을 때 힘들었다. 예전엔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게 마냥 좋았는데 컨디션 때문에 부담되고 결과를 생각해야 되고 책임감이 있는 만큼 버거웠던 것 같다. 마음이 갈 곳을 잃었다는 느낌도 받았다. 제가 하고 싶은 걸 조금씩 해나가다 보니까 이제는 '힘들다'보다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데뷔 후 지나온 7년의 시간이 준 깨달음이었다. 정은지는 "예전과 비교하면 얼굴도 달라지고 몸도 달라지고 마음가짐도 바뀌었다. 많이 달라졌다"며 웃었다. "그땐 내가 어제 뭐했는지도 기억 안 날 정도로 잠에 취해 있었다"고 회상한 그는 "성장기였나보다. 인터뷰하면서도 졸아서 얼마나 눈치 보였는지 모른다. 이제는 제가 끌고 가는 느낌이라 다르다. 아무것도 모르고 배움만 있었다면 이젠 같이 하는 느낌도 있고 내 얘기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다. 그땐 가사 쓰면 엄청 화려한 사랑 얘기를 쓰고 싶었는데 안 나오고 촌스러웠다. 이제는 한탄도 쓸 수 있고 이것저것 녹일 수 있는 것들이 생겨서 지난 시간에 대한 뿌듯함이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핑크에 이어 솔로 앨범, 그리고 연기에 뮤지컬까지 다방면에서 활약해온 정은지는 "욕심이 많다"며 "솔로로 춤도 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팔십까지 '열일'한다는 사주를 읊으며 "뭐든지 다 해보고 싶다"고 열의를 불태운 그였다.
"도전해보고 싶은 건 싱어송라이터예요. 연기도 이제 재미를 조금씩 느껴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전에는 부담감이 너무 커서. 첫 술부터 너무 배가 불러서 다음 술 부담이 컸거든요. 어쨌든 계속 연기도 해보고 싶고 뮤지컬도 하고 싶어요. 힘은 빠지는데 기를 받는다는 느낌을 뮤지컬하면서 느꼈거든요. 하루 종일 지쳐 있다가 커튼콜 박수받을 때 기분이 좋아요. 약간 군부대 간 느낌도 들고. 제가 발 들일 수 있는 곳이면 다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사주를 봤는데 80세까지 열심히 일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사주가 그렇다고 하니까 믿어보려고요."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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