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마트에 온 듯.. 담배공장에 들어선 미술관

청주=정상혁 기자 2018. 12. 2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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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오늘 개관

"21세기형 미술관, 진정한 공공 미술관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 27일 개관한다. 지방 최초의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담배 공장 리모델링'이라는 문화 재생 방식과 '전시형 수장고'라는 새로운 양식이 큰 관심을 모았다. 기존 서울·과천관의 수장고 포화로 마련된 이곳 수장 공간은 총 10개(2394평·총용량 1만1000점)로, 과천관보다 2배 정도 크다. 지난해 3월 착공해 이달 준공됐고, 공사비 577억원이 들어갔다.

충북 청주시 내덕동 옛 담배공장을 단장해 27일 개관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전경. /신현종 기자

◇담배 공장→미술관

원래 담배 공장이었다. 1946년 개장해 한때 담배 100억 개비를 생산하던 국내 최대 담배 공장이었으나 소비 감소 등으로 2004년 문을 닫았고, 이후 방치됐다. 이번 미술관은 연면적 1만9855㎡의 5층 담배 공장 건물 한 동을 리모델링한 결과. 건물 외벽은 흰색 페인트로 단출하게 도색했다. 전날 열린 사전 간담회에서 미술관 측은 "기존 공장 외벽과 동일한 흰색을 살렸다"며 "건물 보강용 구조물(댐퍼) 48개를 외벽에 드러낸 것도 시간의 흔적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술품 1900여 점이 들어왔고,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4000여 점이 1~4층에 보관·전시된다. 5층 기획 전시실에서는 김을·강익중 등 작가 15인의 개관 특별전 '별 헤는 날'이 내년 6월까지 열린다.

◇보이는 수장고

큰 특징은 출입 제한 구역이던 미술관 수장고를 일반에게 개방한다는 점이다. 입장 가능한 '개방 수장고'와 창(窓)으로 들여다보는 '보이는 수장고'로 나뉜다. 1층 '개방 수장고'에 들어서면 백남준 '데카르트', 니키 드 생팔 '검은 나나' 등 외부 환경에 큰 타격이 없는 입체·조각품 위주로 진열돼 있다. 박미화 학예연구관이 "마치 '코스트코' 같지 않으냐"고 말했다. 높이 4m·길이 14m의 대형 철제 수장대 사이를 거닐며 할인 마트에 온듯 취향껏 감상할 수 있다. 장엽 개관준비단 운영과장은 "관람객과 작품의 직접 만남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며 "큐레이션은 관람객의 적극적 관람을 지원하는 역할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1층 ‘개방 수장고’ 내 총 4개의 대형 철제 수장대 위로 미술품이 진열돼 있다. 정면에 백남준의 ‘데카르트’가 보인다. /신현종 기자

'전시형 수장고'는 미술관·박물관의 트렌드다. 나주국립박물관·국립경주박물관 등이 일부 시도했고, 국립민속박물관도 건립에 착수했다. 미술관 측은 "스위스 샤울라거(Schaulager), 프랑스 루브르 랑스 등을 벤치마킹했다"고 말했다. 수장고뿐 아니라 보존 과학실 15곳 중 3곳도 베일을 벗는다. "비밀의 성역이 아니라 투명하게 공개된 공간"이라는 설명처럼 이날 유화 보존 처리실 창 너머로 한 연구원이 한혜영 작가의 그림 '무제'를 손보는 광경이 보였다.

◇아직도 주변은 공사 중

미술관 건립 타당성 재조사 보고서(2015)에 따르면, 개관 후 연간 예상 방문객은 약 33만명이다. 하지만 이날 둘러본 미술관 주변은 여전히 공사판이었다. 청주관을 둘러싼 사방이 전부 공사 중이다. 청주시청 직원이 "주변이 상당히 어지럽다"고 인정했을 정도였다. 이날 한 참석자는 "여기 오는 데 30분을 헤맸다"며 "안내판도 없고 준비가 너무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야외 조각 공원 등을 포함해 완전한 미술관 환경이 조성되려면 내년 6~9월은 돼야 한다.

박위진 관장 직무대리는 "개관 일정은 국민과 한 약속인 만큼 다른 공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고 했다. 내부도 마찬가지였다. 관람객과 연구원의 쌍방 소통을 위한 보존 과학실 통신 시설도 미설치 상태다. 내년 운영 예산은 79억6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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