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V와 파일럿 중간, 혼다 2세대 패스포트 공개
혼다가 새로운 중형 SUV인 패스포트(Passport)를 공개했다. 2세대에 해당하는 패스포트는 컴팩트급인 CR-V와 대형급 파일럿 사이의 보다 많은 소비자층을 노리며 부활했다.
패스포트는 혼다와 이스즈(Isuzu)가 차량 공동 개발 파트너십을 통해 1993년 등장한 중형급 SUV다. 당시 이스즈는 신차 개발 역량이 필요했고, 혼다는 SUV 라인업 확장을 원했던 상황. 두 회사가 힘을 합쳐 이스즈가 생산을 담당하고, 혼다는 북미시장에서 어필할 중형 SUV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패스포트다.
패스포트는 혼다와 이스즈의 파트너십이 끝나는 2002년 단종됐다. 이후 이스즈는 승용차 대신 상용차 시장으로 체질 변화를 했고, 혼다는 패스포트의 후속 모델이자 더 큰 7인승 SUV인 파일럿을 등장시켰다.
혼다가 16년 만에 패스포트를 부활시킨 이유는 SUV 라인업의 다양화를 위해서다. 현재 혼다의 SUV 라인업은 소형 SUV HR-V, 컴팩트(준중형) SUV로 CR-V가 있다. 그리고 바로 위가 파일럿이다. 파일럿은 북미에서는 중형급 SUV에 속하지만 나머지 시장에서는 사실상 대형급 SUV로 분류된다. 때문에 준중형급 SUV와 대형급 SUV 사이에 위치할 중형급 SUV의 필요성이 강조됐고, 패스포트를 부활시키기로 한 것이다.
파일럿이 7인승 대형 SUV라면 패스포트는 5인승의 중형급 SUV다. 여기에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까지 앞세우고 있다.
디자인은 작아진 파일럿을 지향한다. ‘ㄱ’ 자로 디자인된 LED 헤드램프 디자인이 상당히 흡사하다. 헤드램프 안쪽으로 파고든 그릴 장식도 동일한 구성. 여기에 헤드 램프는 어둡게 처리했다. 하지만 범퍼를 플라스틱 색상 그대로를 노출시키고 두툼하게 크기를 키운 형상을 통해 투박하지만 오프로드를 지향하는 SUV라는 점을 강조한다.
파일럿이 크고 긴 형태의 측면부를 갖는다면 패스포트의 측면부는 한층 짧아졌다. 전면 범퍼와 마찬가지로 펜더 부분과 사이드 스커트 부위를 플라스틱으로 감쌌다. 휠은 20인치에 검정 색상이 기본이다. 타이어는 245mm가 기본이며, 투어링(Touring)과 엘리트(Elite) 트림에는 265mm 너비의 타이어를 사용한다.
전면부와 마찬가지로 후면부의 리어램프 디자인은 파일럿과 동일하다. 하지만 테일게이트의 세로줄 형태의 램프를 삭제해 새로운 이미지를 갖게 됐다. 범퍼는 플라스틱 처리를 비롯해 바닥 부분에 스키드 플레이트를 추가하고 2개의 원형 머플러로 멋을 냈다.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강조하는 만큼 패스포트는 지상고가 높다는 점을 앞세운다. 패스포트의 지상고는 파일럿 대비 전륜구동 모델은 12.7mm, 4륜 모델은 28mm 더 높다. 더불어 전륜과 후륜 오버행을 짧게 디자인해 접근각과 이탈각을 높였다.
패스포트는 혼다의 GLT(Global Light Truck) 플랫폼을 기초로 한다. 대형 SUV인 파일럿과 픽업트럭인 릿지라인(Ridgeline)과 호환되며, ACE(Advanced Compatibility Engineering) 차체 설계 구조가 반영돼 충돌 안전성도 높였다.
인테리어는 사실상 파일럿과 동일하다. 대신 3열 좌석은 빠진 구성을 갖는다. 상급 모델의 구성을 그대로 이어받았기 때문에 검은색으로 처리된 헤드라이너나 실내 곳곳에 소프트 터치 마감 등 고급스러움을 앞세운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5인치를 기본으로 8인치까지 장착된다. 전 트림 애플 카플레이나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가 기본 지원된다. 계기판은 7인치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속도, 엔진 회전수, 시스템 정보, 트립 컴퓨터, 폰 정보, 내비게이션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스피커는 215와트의 6개 시스템부터 상위 트림에는 590와트의 10개 스피커를 갖춘 시스템이 적용된다. 이외에 4G LTE 기능도 지원한다.
파일럿에서 크기를 줄인 만큼 트렁크 경쟁력은 매우 높다. 기본 트렁크 공간만 1166리터에 이를 정도. 2열 시트를 접으면 2205리터로 확대된다. 이는 산악자전거가 해체 없이 그대로 수납이 가능한 부피다.
3열 시트가 빠진 자리는 트렁크 하부에 또 다른 수납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트렁크 바닥 수납공간만 70리터에 이를 정도로 넓다. 이는 동급 중형 SUV 중에서 가장 넓은 부피다.
패스포트는 V6 3.5리터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을 기본으로 사용한다. 변속기는 혼다가 개발한 9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최고출력은 280마력, 최대토크는 36.3kg.m를 만들어낸다. 파워트레인보다 눈에 띄는 구성은 4륜 시스템이다. ‘i-VTM4’라는 이름을 갖는 4륜 시스템은 주행 상황에 따라 후륜에 구동력의 70%를 집중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여기에 다판클러치 방식의 토크 벡터링 시스템을 사용해 100%의 후륜 구동력을 왼쪽이나 오른쪽 바퀴에 집중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활용해 온로드 주행성능을 높이는 것은 물론, 눈길을 비롯한 오프로드 주행 시 험로 탈출도 용이하게 도와준다.
새로운 4륜 시스템 이외에 ITM(Intelligent Traction Management)이라는 이름의 구동력 제어 시스템이 전 모델에 기본으로 탑재된다. ITM 시스템과 i-VTM4 4륜 시스템 모두 탑재된 모델은 샌드(Sand), 스노우(Snow), 머드(Mud) 기능을 선택할 수 있다. 앞바퀴 굴림 모델에서는 일반 모드와 스노우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패스포트의 견인 용량은 앞바퀴 굴림 모델이 1587kg, 4륜 모델이 2268kg이며, 옵션으로 토잉 패키지를 선택할 수 있다.
두바이의 사막, 러시아의 진흙길, 미네소타주의 눈길 등 전 세계의 험로를 다니며 완성도를 높인 혼다의 2세대 패스포트는 미국 앨라바마의 혼다 공장에서 생산되며, 북미시장부터 판매가 이뤄질 예정이다.
오토뷰 | 김선웅 기자 (startmotor@autoview.co.kr)